너무 바쁜 한달살이
2025년 7월 8일 화요일
1.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는 에어컨이 없다.
벌써 7일차! 한달은 매우 짧은 시간이다. 해가 뜨면 방이 뜨거워져서 빠르게 문과 창문을 연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밖에서 사는 기분(?) 아침부터 멋진 바람이 불었고 새소리가 들린다. 지금 여기 알리칸테에 사는 내가 좋다. 긴 여행의 시간 중 흔치 않게 오랜 시간 정착하는 곳이다. 눈을 뜨면 하루를 계획하고 밥을 집에서 먹을지 밖에서 먹을지 고민한다. (대문자 파워 JJJ입니다) 여기서 평생 살 것처럼, 알찬 하루 루틴을 만들고 싶다.
덥다. 어학원까지는 내리막길 17분이지만, 버스를 타도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지만, 10번 버스를 타기로 한다. 날씨가 조금 흐리길래 걸어가볼까, 잠시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버스가 시원하지. 어쩐지 바람이 세다 했더니 낯설게 구름 낀 하늘이다. 반갑다! 흐린 날을 이렇게 반가워하게 될 줄이야. 햇살이 있어야 살아있는 기분이었는데.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에어컨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한다. 전기요금이 비싸서 그렇든 뭐 때문이든 어쩔 수 없이 참아내는 것들이 지구를 살릴 텐데. 물론 대한민국은 습도가 너무 높아서 스페인처럼 에어컨 없이 살아남기 어려울 거다. 습도는 불쾌지수에 많은 영향을 미치니까. 습도가 높아서 에어컨을 틀고 에어컨 사용 때문에 도시의 기온은 더 높아지는 서울 소식에 마음이 쓰인다. 생각해 보니 스페인에서는 정말 더운데도 땀은 많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좋은 것도 있지만, 꾸준히 강조한다, 남부 유럽 더위 남다르다니까.
2. 스페인의 시차
어학원 수업 시간에 스페인의 시차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주 재밌었다. (스페인어 수준으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어서 영어로 들었다) 자세한 내용은 검색해 봐야겠지만 요약하자면, 어떤 독재자가 서유럽의 몇몇 나라들과 시간을 맞추고 싶어서(?) 억지로 시차를 조정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스페인에서는 모든 것이 원래 숫자로 보이는 시간보다 조금 느리게 간다. 그게 자연스럽게 때문이다. 아침에는 조금 늦게 일어나고 점심은 오후 2~3시에 먹고 저녁식사는 밤 9시 정도가 된다. 시차에 대한 역사를 알고 나니 나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자연의 시간과 1시간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 나라에서 사람들이 너무 늦게 자기는 하지만 한 달 정도는 스페인식으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에도 놀이터에 영유아가 놀고 있는 나라의 대단함.
집에 돌아와서 필수 루틴 찬물샤워를 한 후 간단한 점심을 만들어 먹는 게 즐겁다. 바차타 수업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바다에 가기로 한다.
3. 물사람으로 산다는 건 피부와 머리결을 포기한다는 뜻
사실 바다에 가서 수영이나 스노클링을 오래 하는 건 아니다. 돗자리를 깔고, 선크림을 바르고, 일단 눕는다. 휴대폰을 보거나 책을 읽다가 조금 더워지면 물에 잠시 들어간다. 5~10분쯤? 목욕탕에서 나오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끼며 본격적으로 눕는다. 독서는 10~15분 정도.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그 시간이 언제든 잠이 온다. 책을 덮고 얼굴도 덮고 낮잠을 잔다. 바닷바람과 파도소리를 느끼며 누워있는 시간, 가장 달콤한 잠을 만난다.
해변에 누워 한국에 있는 베프와 통화를 했다. 보이스톡을 위한 데이터가 가장 잘 터지는 곳은 집도 아니고 도서관도 아닌 바닷가였다(!) 스페인 오후 2시는 한국 밤 9시, 루나씨는 돗자리에 누워 뒹굴거리고 친구는 저녁을 먹는 시간이다. 지나고 보면 기억도 나지 않는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누며 깔깔 웃었다. 비키니를 입고 한참 누워 있었더니 그동안 내놓지 않았던 배 부분이 빨갛게 익었다.
1시간 정도 통화 후 얼굴이 또다시 토인이 되었다(!!!) 이집트에서 피부 관리 없이 스쿠버다이빙 리브어보드 다녀왔을 때와 비슷한 색상이다. 단체사진 찍은 후 너무 놀라서 그 이후에는 열심히 관리중인데 알리칸테 바다에서 또또또 더티다크브라운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친구가 예전에 호주 워킹홀리데이 다녀왔을 때를 언급하며 그 때 정말 예쁘게 타서 놀랐었다고 말했다. 응, 그 때는 물사람이 아니라서 나름 안전했지. 나이도 더 어릴 때라 아주 짱짱했지. 요즘처럼 수영, 스노클링, 다이빙 등 주 2~3회 물놀이를 하면 안 그래도 잔인한 스페인 햇살에 바베큐처럼 구워지는 거다. 피부샵 원장님이 걱정하시는 피부 상태, 미용실 원장님이 안타까워하시는 머리카락 상태. 매끈한 피부와 부드러운 머릿결을 원한다면 물사람이 될 수 없다. 당연히 물은 포기 못 하구요, 조금씩 못생김이 가속화되는 단점이 있구요, 내면의 아름다움,,,을 얘기하기에는 많이 가속화되고 있긴 해.
4. 첫 번째 바차타 수업
바차타 첫 수업에 다녀왔다. 매우 피곤한 일정이다. 첫 수업이니까 쉬엄쉬엄 할 것 같아서 롱원피스 입고 조신하게 갔는데 매우 힘든 유산소 트레이닝이었다! 일단 선생님 텐션이 우주 끝까지 닿을 정도로 높고 쉬는 시간이 아예 없는 듯 두 시간 내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스윙을 배웠던 경험이 있어서 스텝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계속 춤추고 숨 차고 땀 나고 러닝만큼 운동 되는 듯? 한국에서 댄스 배울 때랑 또다른 느낌이다. 물론 모두 스페인어로 진행되는데, 댄스 선생님의 말 속도 또한 우주 최강이라서 정말 한 단어도 안 들렸다. 좌절이다. 그래도 춤은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어영부영 따라가는 중. 대부분의 클래스메이트들은 영어를 못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은 “Perdon.” (실수했을 때), “Gracias.” (파트너 바꿀 때) 뿐이다.
스페인어 수업, 집에서 점심, 바다 다녀와서 샤워와 빨래, 도서관에서 복습, 까바도 마시고, 바차타 수업까지 하루종일 움직인 일정이 총 14시간, 버스를 6번이나 탔는데 걸음수까지 13,000보였다. 엄청난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