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ía 5 ¿Por qué viajas?

여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by 여행하는 루나씨



2025년 7월 6일 일요일



일요일, 아무 계획 없이 널브러져 있기로 결심했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해야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나도 모르게 무리하게 된다. 오늘은 꼭 아무것도 안 하고 넷플릭스와 함께 해야지. 물론 계획대로 되는 날은 거의 없다.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는 사이 오전 10시가 지나며 방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여름 이 자식, 밤과 새벽은 그나마 살만 하다는 것에 감사해야겠지, 굳게 마음먹는데도 불구하고 남부 유럽의 여름은 잔혹하다. 8월에 여행하려고 계획했던 그라나다, 말라가, 세비야 등의 기온을 검색해 보는데, 네? 세비야 7월 평균최고기온이 36도? 어떻게 살아,,, 7월 한 달 동안 알리칸테에서 공부하고 8월에는 멋지게 스페인 여행을 좀 하려고 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1년 전체를 자유 시간으로 정했으면서 폭염은 피했어야지. 아이고, 내가 그렇지 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되는 대로 여행하고 있네.



1. 여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사흘동안 머릿속에는 다음 여행 계획뿐이다. 보통 도착한 장소에서 어느 정도 일정이 정리되면 다음 여행을 미리 계획하는 편이라서. 알리칸테에서 뭘 할지는 이미 결정되었다.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주 3회 필라테스 수업을 듣고, 시간이 나면 해변에 가고, 매일 글을 쓰고, 외식보다 집에서 요리를 하고, 이러다 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 한 달의 루틴은 결정되었으니 다음에는 뭘 해야 할까.


8월에는 북쪽으로 피서를 가야겠다! 프랑스, 독일, 체코, 프라하, 스위스, 이탈리아, 영국, 벨기에, 크로아티아에 가 봤고, 터키, 그리스, 오스트리아, 에스토니아, 핀란드에 가고 싶다. 잠깐 다녀와서 아쉬웠던 체코와 크로아티아도 후보에 넣었다.


무한의 자유가 주어진 여행에서 매번 만나게 되는 질문.

“여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럽의 모든 나라에 가 보는 것은 더 이상 의미 없다. 솔직히 유럽의 대표 건축물과 박물관도 오래, 많이 보면 질린다. 큰 도시에서 사람들과 복작거리며 유명 관광지를 인증하는 것에는 원래 관심 없다.


그냥 다 싫고 시원한 곳으로 가고 싶다.


여행 경험이 많고 장기 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건 아니다. 이번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그럴 거라고 예상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나라는 사람은 더 게으르고 까다롭고 알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질문하고 답하면서 나를 깊게 알아가는 과정이 여행의 근본이긴 하지만.


에스토니아에 가자! 유럽 내에서 가 보지 않은 낯선 나라, 언젠가 길 위에서 만난 오스트리아 친구로부터 추천받은 곳이다. 작은 나라라서 다른 도시를 방문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고, 가까이에 바다도 있다. 아프리카 투어 예약 후 가난해진 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많이 들 것 같지 않아서 편안하고, 마침 에어비앤비에 맘에 드는 숙소도 있다. 도시의 중심지에서 벗어나 호스트 및 귀여운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지낼 수 있다고 한다! 강아지는 참을 수 없지. 독일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한다. 8월 초에는 에스토니아에 있을 예정이야!


그런데, 어떤 결정은 말로 꺼내자마자 후회를 몰고 오기도 한다.


에스토니아 8월 평균최고기온 20도, 괜찮은가? 너무 추운 거 아닌가? 나 진짜 덥구나(!) 나름 적응하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날씨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인지 몰랐네. 사실 저는 여름을 사랑하는 물사람입니다만, 유럽의 햇살은 정말 남다릅니다. 게다가 에어컨을 맘껏 사용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쾌적한 날씨를 추구하는 욕망은 끝없이 커져만 간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사사삭 그늘을 찾는 자신의 움직임을 볼 때 정말 우습다구요. 폴란드는 너무 춥고 라트비아는 숙소들이 맘에 드는데 크게 관심이 가지 않는 나라인 데다가 네덜란드나 벨기에, 스웨덴이나 핀란드는 큰 목적 없이 가기에는 물가가 너무 비싼 나라.


결국 8월 1일부터 체코에 가기로 했다(!) 갑작스런 변화구!

평균최고기온 25도는 매우 행복할 거야.


에어비앤비를 통해 느낌이 좋은 숙소를 예약했다. 방은 아주 좁지만 호스트의 열정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흥미로운 경험이 될 예정이다. 알리칸테에서 프라하까지 직항도 있다. 프라하와 체스키크룸로프를 다녀오면 좋을 것 같다. 2010년에 체코에 갔을 때는 인생에 잔뜩 화가 나 있어서 지하철역 직원 및 환전소 직원이랑 막 싸우고 그랬답니다. 이번에 다시 가서 행복한 경험으로 리셋하고 오겠다는 결심.


아무것도 결정되어 있지 않은 여행,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여행, 나조차도 뭘 원하는지 알 수 없는 여행. 좀 버겁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고민 끝에 딱 맞는 장소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게 신나는 순간이었다. 2박 3일 만에 아프리카 투어 예약, 체코 다음으로 가게 될 독일에서 남아공 가는 비행기 예약, 프라하 숙소 10박 예약(호스텔 질려서 다소 비싼 개인실), 프라하 가는 비행기 예약 등 돈이 뭉탱이로 들어갔다. 이제 좀 쉬고 현재에 집중해 볼까요.




2. 듀오링고 시작하기


원래 오늘 스타벅스에 가서 에어컨과 함께 글을 쓰려고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좀 누울게요. 일어나자마자 거의 3시간 가까이 휴대폰만 붙잡고 있었네. 분명히 하나씩 조금씩 하려고 했는데 스스로를 멈출 수 없었다, 에휴.


나무늘보처럼 누워서 인터넷 서핑만 하다가, 이제 다 놀았는지 갑자기 듀오링고를 시작했다.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한 지 어언 2년 남짓, 1년 동안 하루에 30분씩 인터넷 강의를 들었고, 듀오링고도 꾸준히 하고 스페인어 글쓰기 책을 3권이나 마치기도 했다. 그랬는데도 현지 사람들을 만나면 머릿속이 하얘져서 괜히 급한 마음이었는데 오랜만에 앱을 열었더니 그 사이에 이래저래 많이 늘었네. 듀오링고는 더 화려하고 부산스러워졌다! 효과음 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저기요, 그렇게까지 축하할 일은 아닌데 말이죠. 스페인에 있으면 광고도 가끔 스페인어로 나온다. 오호라, 공부하기 아주 좋은 환경이군요.


https://maps.app.goo.gl/TZLJjfhMAAGMJ1LC7?g_st=ic


결국 스타벅스에 다녀왔다. 너무 더워지는 오후 시간이라서. 필요한 게 완벽하게 갖춰진 우리 집이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부지런해지는 해외생활. 배민과 에어컨이 있었다면 며칠 동안 침대에서 뒹굴거릴 수 있을 텐데. 땡볕에 걷기 싫어서 가장 조금만 걸어도 되는 동선을 골랐는데 백화점 안에 있는 매장이라 아주 쾌적한 시간을 보냈다. 스타벅스에서는 여차저차 스페인어로만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직원분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공부하는 학생인가 보다 생각했는지 끝까지 스페인어로 맞춰주더라. 감사해요! 게으른 몸과 마음에도 불구하고 글 쓰러 다녀온 길 덕분에 집 근처에 괜찮은 맛집 두 군데를 발견했고, 지나가다가 맛있겠다고 생각한 빵집도 가까이에 있어서 간식을 좀 샀다.



새로운 곳도 돌아보고 글도 쓰고 스페인어도 연습하고 그 무엇보다도 에어컨의 은혜를 입을 수 있었던 아름다운 주말 외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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