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ía 4 La playa es el mejor

바다가 최고

by 여행하는 루나씨



2025년 7월 5일 토요일



어젯밤에는 문득 어떤 계시에 이끌려 아프리카 투어를 예약했다. 유럽과 아프리카는 꽤 가까워서, 계획에는 없었지만 자꾸만 가고 싶은 마음. 예산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낯선 나라가 두렵기도 하고, 체력이 걱정되기도 하고, 꽤 오랜 시간 틈틈이 고민을 거듭한 끝에 다가오는 9월, 총 27일의 트럭킹 투어로 결정했다. 이 얘기는 나중에 나눌 기회가 있겠지?



1. 바다와 함께 살고 싶다


오늘은 오전에 일찍 바다에 가기로 계획한 날이다. 주말이니까 느지막이 일어난 데다가 나가기 전에 할 일이 많다. 양치하고 세수하고 주말이니까 갑자기 청소기 돌리고 아침 챙겨서 먹고 선크림 바르고 등.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뭔가 예약한 것도 아닌데 아침부터 종종거리는 내 모습이 너무 웃긴다.


왜냐하면 누구보다 먼저 가서 좋은 자리를 맡고 싶어서.


결국 11시쯤 바다에 도착했는데 이미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친구를 만나서 멋진 야자수 그늘 아래에서 쉴 수 있었다. 역시 휴양지에 사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 물론 우리집은 북적거리는 관광구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야 하구요.



해변에서 만난 두 친구의 이름은 가브리엘과 아우구스티노였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알리칸테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쉐어하우스에 있는 루이스까지, 남미에서 스페인으로 일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꽤 있는 듯하다. 둘은 형제라고 하는데, 전 세계에서 가장 외향적일 것 같은 가브레일과 매우 내성적인 아우구스티노의 조합이 신선해 보였다. 사람만 보면 무조건 인사하는 가브리엘 덕분에 가장 좋은 그늘에 함께 비치타올을 펼 수 있었고, 소매치기 걱정이 많은 해변에서도 안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영어를 거의 못 하는 사람들이라서 간단한 스페인어 대화 이후에는 할 말이 없었다. 공부 더 열심히 해서 스몰토크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싶었다. 태닝, 물놀이, 약간의 독서, 낮잠, 다시 물놀이, 이렇게 한두 바퀴만 돌리면 오후 2시가 된다. 해변에 누워있으면 시간이 사라지는 기분. 세상에서 가장 느긋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이 아닐까. 그저 뒹굴거리느라 사진도 하나 남기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충분한 시간이었다.


알리칸테 해변의 모래알이 지금까지 수없이 많이 경험해 본 모래 중 가장 작은 모래라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선크림을 바른 몸에 덕지덕지 달라붙는 모래알. 지인 중에는 모래가 묻는 게 싫어서 해수욕장에 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저는 모래에 눕는 걸 아주 좋아하는 편인데 이렇게 미세한 모래는 좀 불편하네요. 다음번에는 방수처리가 된 피크닉매트를 가져와서 철저하게 모래를 차단하겠다고 결심했다. 물안경도 가져와야지. 혹시나 수영할 일이 있을까 해서 4개월이 넘게 꾸역꾸역 들고 다니고 있는 물안경을 드디어 알리칸테에서 써 보게 될 듯하다.



2. 매일매일 까바와 타파스


집에 돌아가서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으나 괜스레 허기가 져서 타파스바를 찾기 시작했다. 근처에 언덕 위에 엄청 좋은 리뷰가 인상적인 바가 있어서 매우 강한 직사광선을 견디며 올라갔는데, 아주 작은 바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엄청나게 많았다. 그렇다면 다른 곳을 찾아야지.


https://maps.app.goo.gl/baEnfATw4Y6Da2Fp9?g_st=ic


스페인 스타일보다는 영국 펍 스타일에 가까운 느낌의 장소였고, 크리스피 치킨과 감자를 주문했는데 넉넉한 국그릇에 나온 감자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유럽 방식은 첫 번째 접시를 모두 마무리한 후 두 번째 접시를 내어주는 것 같았는데 한국식으로 치킨과 감자를 함께 먹고 싶었기 때문에 감자를 지금 바로 달라고 따로 요청해야 했다. 오랜만에 제주에 있는 베프와 통화를 하느라 까바를 두 잔이나 마셨다. 알고 보니 그녀는 약간 아팠다고 하던데, 어쩐지 이번 주에 전화하고 싶더라. 오랫동안 친구하면 이런 촉이 생기나 봐,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사와 함께 긴 통화를 끝낸 후 집으로 가는 2번 버스를 기다린다. 올 생각이 전혀 없는 걸 보니 평일에만 운영하는 노선이라든지, 따로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이유를 알 방법이 없으니 걸을 수밖에.



3. 강렬한 시에스타


오후 3시, 땡볕의 시에스타 시간이었다. 걸어가는 길은 어찌나 그늘이 없던지, 정말 대단한 날씨다. 거리에는 사람도 차도 전혀 눈에 띄지 않았고, 문득 인류의 종말처럼 느껴지기도 할 정도로 아주 고요한 게 흥미로웠다.


내 몸과 마음으로 직접 느끼는 시에스타.


햇살에 타들어가고 있기는 했지만. 아, 이래서 사람들이 안 나오는구나, 몸소 체험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란한 햇살 아래 보이는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다. 오후의 강렬한 태양이 보여주는 풍경이 제법 감동적이었다.



바다만 다녀왔는데 하루가 다 갔네.


걸어오는 길에 우연히 들른 과일가게에서 체리, 바나나, 멜론을 아주 싸게 구입했다. 과일이 싸고 맛있는 유럽, 당류 섭취 조절하느라 야금야금 아껴서 먹고 있다. 좋은 하루를 보내서 그런지 여행을 시작할 때보다 훌쩍 길어진 헤어스타일이 예뻐 보인다. 무언가 하기 위해 애쓰지 않고 뒹굴거릴 수 있는 한달살이가 맘에 든다. 케이팝데몬헌터스를 보면서 짜파게티를 끓여 먹고 있으니 더더욱 천국이다.


떠나는 행복 안에서 머무르는 행복을 만나는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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