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ía 2 Voy de compras

알리칸테 대형 쇼핑몰 방문

by 여행하는 루나씨



2025년 7월 3일 목요일



1. 한달살이의 시작은 쇼핑으로부터


개운하게 일어난 아침. 더워서 잠을 설치게 될까 알리칸테 오기 전부터 걱정했는데 의외로 푹 잤다. 원래 알리칸테에 정착하면 아침 러닝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오전 8시 조금 넘은 시간에도 햇볕이 쨍쨍하다. 새벽 5시에 나가는 게 아닌 이상 아마 러닝은 무리일 수도?


오늘은 도시 생활을 시작하기 위한 쇼핑데이로 정했다. 스페인어, 바차타, 수영, 필라테스 등 알아볼 게 많고 목욕타올, 프라이팬, 미니백팩 등 필요한 것도 많다. 주변의 쇼핑몰을 검색한 후 가장 큰 Gran Via Shopping Centre에 가 보기로 했다.



오늘의 첫 번째 미션은 교통카드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쇼핑몰도 가고 해변에도 갈 수 있다. 물론 쉐어하우스에서 쇼핑몰이나 해변까지 걸어서 25분 내로 갈 수 있지만 7월의 알리칸테에서, 대낮에, 25분을 걷는다? 비추천입니다. 아침 댓바람부터 너무 덥기 때문에 애초에 걸어 다닐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다행히 지내는 곳에서 알리칸테 센터 구역까지는 내리막길이라 크게 힘들지 않아서 어학원은 걸어서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루 이틀 걸어본 후 그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알리칸테 교통카드는 TAM이라는 곳에서 만들 수 있다. 대기표 뽑는 기계에는 영어 기능이 없었지만(!) 직원은 어느 정도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간단한 스페인어를 연습해 간다면

“Quiero comprar una tarjeta de transporte.”

“교통카드를 사고 싶어요.”


나머지는 몇 회분을 사고 싶은지 얼마인지 등이니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선 30회분을 결제했고 카드발급수수료 2유로와 30회 15.75유로를 함께 결제했다. 카드발급수수료는 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나는 시드니, 멜번, 베네치아, 알리칸테 교통카드를 가진 부자가 되었다.



두 번째 미션은 어학원을 알아보는 것이다. 여기저기 꼼꼼하게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게으른 자는 두 군데 둘러본 후 에너지가 바닥이 났고, 어차피 비슷한 시스템이니 다들 두세 군데 비교해 보고 결정하면 좋을 것 같다.


먼저 찾아간 곳은 Escuela de Español Elcano Alicante.


구글에서 봤을 때는 꽤 큰 학원 같았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수업 장소는 아담한 크기였다. 홈페이지를 보면 굉장히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느낌이고, 가격이 확실하게 게시되어 있었다. 수업료는 하루 3시간 기준 주당 130유로, 하루 4시간 기준 주당 135유로, 별도의 등록비가 55유로. 한달살이 계획대로 4주의 수업을 들으면 595유로를 내면 된다.


비교를 위해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Academia Ya Hablas.


구글로 확인해 봤을 때 뭔가 너무 작고 신생 어학원 같은 느낌이어서 좀 꺼려졌는데 역시나 과외 연결 어학원이었다(!) 어학원 내에 네다섯 개 정도의 교실을 두고 1:1 수업을 매칭해 준다. 그룹 수업도 있지만 우선 1:1로 레벨을 확인하는 방법을 추천받았다. 수업료는 하루 2시간, 주 10시간 기준 150유로, 4주 등록은 할인해서 주당 140유로, 총 560유로였다. 별도의 등록비는 없었다.



두 어학원은 구글로 숙소에서 가까운 spanish class를 검색한 후 리뷰와 촉(?)으로 선정한 것이었다. 그룹으로 하루에 4시간 vs 1:1로 하루에 2시간 사이의 결정이었는데, 개인적으로 1:1 수업이 나을 것 같았다. 이미 1년 넘게 인터넷 강의와 교재 등으로 스페인어를 공부해서 단어나 문법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알리칸테에서는 말하기와 듣기를 꾸준히 연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룹 수업에 들어가면 너무 다른 레벨의 사람들과 섞여서 100% 수업에 몰입하기 어려울 것 같았고, 짧은 시간에 많은 효과를 얻고 싶었다. 결론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2. 에어컨이 그립다면 대형 쇼핑몰이 정답이다


교통카드와 어학원을 해결하고 나니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는 시간, 대형 쇼핑몰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Gran Via는 알리칸테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것 같은데, 없는 게 없었다. 게다가 대형 쇼핑몰이라고 해서 스타필드나 타임스퀘어처럼 비싼 브랜드만 있는 게 아니라 말도 안 되게 저렴한 스파 브랜드나 알뜰 브랜드가 많아서 한달살이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시설이 스타필드는 아닙니다만 무엇보다 에어컨이 빵빵하고 (에어컨은 빵빵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카페테리아도 나쁘지 않고 더운 여름을 보내기 아주 좋은 곳이었다. 1유로짜리 여행용 샴푸, 린스, 샤워겔, 세일하는 속옷, 쉐어하우스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목욕타올과 매우 편리해 보이는 헤어타올을 샀고, 샤오미 매장이 있길래 12유로짜리 작은 백팩도 샀다.



130일 넘게 후줄근한 시골쥐로 살다가 오랜만에 도시쥐로 다시 태어나는 느낌. 최근에 있었던 지역 리도 디 베네치아(작은 섬), 이집트, 필리핀, 태국, 제주도 4년,

알리칸테도 대도시는 아닙니다만 왠지 옷을 잘 챙겨 입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금까지 여행하는 동안에는 말 그대로 아무거나 주워 입고 다녔는데, 그래도 한 달 동안 학원도 가고 카페도 가야 하니 제대로 된 옷을 구입하자는 생각으로 저렴한 가격에 질이 좋은 로컬브랜드매장에서 티셔츠, 반바지, 원피스를 새로 장만했다. 드디어 동남아시아 패션에서 벗어나는 거다. 바르셀로나에 일주일 있는 동안에 나는 마땅히 사고 싶은 옷도 없는데 멋지게 차려입은 다른 사람들을 보며 조금 부끄럽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섬유 산업이 발달해서 로컬브랜드의 질이 매우 좋다고 한다. 특히 알리칸테는 센터 구역이 해변 쪽으로 집중되어 있고 다양한 가게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너무 화려하지 않고 편안한 비치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될 듯하다. 점심까지 챙겨 먹고 세 시간 가까이 에어컨의 은혜를 받은 후 더 사면 가방을 든 어깨가 빠질 것 같은 순간에 쇼핑을 마무리했다.




3. 스페인의 노상방뇨 문제 심각하다


바르셀로나에서도 느꼈는데,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아주 나쁜 냄새가 난다. 거의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다니는 게 좋은 수준이다. 쇼핑몰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이 유독 냄새가 심각했는데 집에 와서도 냄새가 나는 것처럼 느낄 만큼 공기 중에 더러운 냄새가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우웩.


7월과 8월에는 비도 거의 안 온다고 하는데 (7월 평균 비 오는 날 1일) 냄새 진짜 쉽지 않다. 그나마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좁은 골목보다 대로변으로 다니는 것. 더불어 길목마다 놓여 있는 대형 쓰레기통 뒤편을 조심할 것. 나는 프리다이빙 하면서 배운 숨 참기 방법을 매번 활용했다(!)



4. 여행이든 일상이든 장점과 단점은 함께 흐른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은 와중에 옛날 생각이 났다. 아주 오래전 시드니를 여행할 때, 구글 실시간 정보도 없고 버스에 내리는 곳을 알려주는 전광판도 없어서 안 들리는 방송 멘트에 귀를 갖다 대던 날이 있었다. 지금은 구글에서 버스의 실시간 정보를 알려주고 버스 안에는 내리는 정류장을 표시해 주는 화면이 있다. 아마 호주도 지금쯤은 생겼겠지? 2023년 2월에 시드니와 멜버른에 갔을 때는 버스를 타지 않아서 확인하지 못했다. 어쩌면 아직 안 되는 나라도 있겠습니다만 알리칸테는 문제없음. 여행의 재미가 덜 하다는 생각을 했다. 길을 잃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심장이 조여들고,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어설픈 외국어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여행의 큰 재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지 여행을 가고 싶은데, 이제는 오지 가서 고생하는 것도 싫고, 그저 중간 즈음에서 적당한 드라마가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는 이야기.


여전히 덥다.


더운 날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숙소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오늘의 남은 체력을 다 쓰고 만다. 특히 스페인의 요상한 시스템 덕분에 piso3으로 알고 있던 쉐어하우스는 한국의 5층에 해당한다. 대체 왜? 어쩐지 엘리베이터가 없다고 엄청 강조하던데 ‘3층이 굳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 반성해라. (나중에 알고 보니 4층이었는데, 계단이 너무 많아서 2주 정도 5층이라고 굳게 믿고 다녔다.)


그래도 꽤 시원한 방에서 살고 있다. 창문이 커서 햇볕도 잘 들고, 그래서 낮에는 굉장히 덥기도 하지만, 바람이 불어 들어올 때는 화장대 위에 있던 선글라스가 날아가기도 한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자 왠지 모르게 선선하기까지 한 공기,


나 벌써 적응했나?

오늘 기온이 1도 내려갔나?


저녁은 점심에 포케 먹고 남은 브라운라이스에 참치와 샐러드를 넣어서 먹었고,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행복할 때 문득 불안이 눈을 뜬다.

이대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면 어쩌지?

쿨하게 옛날 직장으로 돌아가면 되지.

하지만 그게 죽도록 하기 싫어서 뛰쳐나온 거잖아?

자격증을 따고 꿈꾸던 직업을 가지면 되지.

아, 한국 살기 싫은데?

늙어서 아픈데 돈이 없으면 어쩌지?


고민하지 말자.

10년을 바라보고 가기로 결정했었다.

12년을 쌓아서 세계여행 자금을 모았는데

다음 10년 동안 뭐든 충분히 쌓을 수 있어.


정답을 이미 알고 있는 삶도 걱정과 후회로 흔들거린다. 너무 행복해서 그랬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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