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벌어야 할까
2025년 7월 16일 수요일
1. 애증의 스페인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가, 스페인에 애정을 느끼는 게 어렵다. 여행하는 많은 사람들이 유럽 여행 중 최고였다고 극찬하는 나라, 심지어 바르셀로나에서도 크게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 같다.
공부하기 위해 선택했던 나라라서 약간의 부담이 있는 듯하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적응하기 힘들었다. 가우디 투어, 유명 맛집 등 전부 즐거웠지만 하루를 마무리하고 나면 너덜너덜한 영혼. 더위도 문제인 데다가 길거리는 너무 더럽고 냄새도 지독한 나라.
누구든 어디든 언제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 스페인은 조금 아쉬운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여기보다 더 사람이 없는, 아주 조용한 시골에 가고 싶다. 취향이 점점 더 분명해지는 여행이다.
아침부터 다소 심란했던 이유는 도시 풍경 사진이 많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이게 전체적으로 좀 더러운 느낌이라서 사진 찍기 싫은 마음… 하. 하. 하.
2. 돈 문제를 받아들이는 관점이 몸과 마음의 평화를 결정한다
요즘 생각의 흐름이 ‘한국에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는 게 좋겠다‘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분명히 여행을 시작할 때는 한국 사는 거 지긋지긋하고, 안정적이지만 고여있는 직장생활이 미치도록 혐오스러워서, 꼭 해외에 정착할 거라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었는데 무슨 일이지? 돈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그런 건가… 사는 데 돈이 아주 많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몸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적당한 규모의 경제적 안정은 매우 중요하니까. 얼마를 벌고 얼마를 모아야 흔들림 없이 살 수 있을까. 그게 무한의 영역이라면 나는 그냥 무(無)의 영역에 머무르고 싶다. 스쿠버다이빙도 계속 하고 싶고 와인도 계속 마시고 싶은데 일은 하기 싫은 자의 투덜거림이지 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좋아한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으로 일하는 건 질색이다. 좋아하지만 직업으로 선택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다면 취미로 하자, 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일은 하고 싶지 않지만 취미로 할래. 취미로 해도 되면 꼭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교육, 글쓰기, 상담을 좋아한다. 그럼 아이들에 대한 글을 쓰게 되려나, 학습상담의 커리어를 가지게 되려나, 어, 나 되게 잘할 것 같은데! 돈 생각 안 하고 좋아하는 마음에만 집중했더니 갑자기 자신감 돌아왔다, 으하하. 매일 뱅뱅 돌아가는 생각의 회오리 안에서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천국까지 날아오르는 고민과 아무말의 반복이다.
3. 뭐든지 천천히 즐기는 게 좋아
에어프라이어의 세계에 감격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에어프라이어의 편안함에 대해 소리 높여 외칠 때 그저 전자렌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고, 모두가 단톡에서 편안한 소통을 시작할 때 가장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했으며, 자동차는 가장 작고 저렴한 버전으로 구입했다. 차가 있는 게 어디냐며. 조금 불편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고 그러다가 하나씩 아이템(?)이 추가되면 훨씬 더 만족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누구도 비싸고 편안한 삶에서 저렴하고 불편한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일찍 깨달았으므로 조금 천천히 가고 싶었다. 기술 중독은 계속되고 인간은 매 순간 더 나은 편리함을 향해 달릴 테니까.
에어프라이어를 뒤늦게 만나서 감동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브런치 글도 음성입력으로 쓰기 시작했다. 정확도가 높아서 놀라웠다. 이제 누워서도 글을 쓸 수 있다니. 글 쓰는 게 너무 쉬워져서 인생이 한층 더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조금씩 인간을 중독시키는 편리한 물건들의 홍수 속에서 누구도 어떤 것도 희생되지 않고, 또는 최소한의 희생으로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 계속 생각한다. 아무 생각 없이 자원을 낭비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
4, 신비하다, 사람의 몸과 마음
사람의 몸과 마음이라는 게 이래저래 참 신기하다. 어학원에 갔다가 점심을 먹고 뜨거운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너무 피곤해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딱 정해져 있고 그걸 다 써버린 것 같았다. 필라테스도 갈까 말까 엄청 고민했었는데, 필라테스 하고 나니까 갑자기 기운이 나서 바다 산책까지 다녀왔다. 꼭 정해져 있는 건 아닌가 봐. 4층에 있는 쉐어 하우스의 좁은 계단을 오르다 보면 집에 들어가서 다시는 나오고 싶지 않은 기분이 되기도 했는데 처음으로 저녁식사 후에 간단한 운동을 해서 뿌듯했다. 아름다운 알리칸테 바다의 풍경은 덤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제 별생각 없이 휴대폰 하다가 우리 동네! 하고 내릴 수 있다. 이런 소소한 익숙함 덕분에 한달살이가 조금 더 행복해진다. 물론 몇 번 지나쳐서 한참 걸었던 실수 끝에 다다른 작고 소중한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