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문화를 나누는 수업 시간
2025년 7월 17일 목요일
어제 너무 피곤해서 샤워를 못하고 잤더니 수면의 질이 매우 좋지 않았다. 피곤하다.
1. 외국어를 배우는 건 그 나라의 문화에 마음을 여는 길이다
R선생님과의 수업은 단어나 문법을 배우는 것보다 점점 더 수다에 가까워진다. 지난 주에 같이 수업했던 M선생님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다.
오늘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국의 교육 제도, 한국에 충분한 일자리가 있는지, 일자리가 많더라도 내가 원하는 또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일자리를 찾는 건 어렵다는 이야기와 함께,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스페인어로 얘기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적당히 리액션을 하다가 주제가 깊어져서 어느 순간 영어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스페인어보다 영어가 편한 것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아파지는 주제였다.
목요일 오후에 참석하는 그룹 수업에서는 정시 도착 문화와 팁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 빼고 모든 학생들이 지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룹 수업을 담당하는 I선생님은 “Me gusta(좋다)”를 말할 때는 하트를 만들고 “Me odio(싫다)”를 말할 때는 하트를 쪼개는 동작을 빠뜨리지 않는다. 활발한 성격에 호불호가 분명한 표현이 사랑스러운 선생님이다.
2. 여행도 인생도, 선택과 집중
선택과 집중에 대해서 생각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하루에 여섯 번씩 버스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걸어서 15분 또는 20분 이내에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알리칸테에서 하루에 여섯 번 버스를 타는 건 어떻게 보면 낭비로 보일 수도 있다. 아, 버스를 여러 번 타는 이유는 어학원에 다녀오고 필라테스 수업에 다녀오고 바다 산책을 다녀오는 데 왕복 모두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여행 비용이 뜨거운 여름에 녹는 아이스크림처럼 녹고 있는 현 상황에서 1유로라도 아끼는 게 가계부 상황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너무 많이 걷지 않고 버스를 타는 건 나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하여 선택한 결과이다.
원체 몸과 마음의 체력이 약한 루나씨는 한달살이를 하면서 꽤 욕심을 부리고 있기 때문에 이 와중에 교통비를 아끼겠다고 무작정 걸어다녔다면 더 피곤하고 힘들어서 지쳐 쓰러졌을 것이다.
여행을 하든 일을 하든 연애를 하든 사람을 만나든 선택과 집중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더불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하루에 버스를 여섯 번이나 타는데 걸음수도 거의 매일 만 보 넘는 게 레전드입니다만. 한달살이를 하고 있어서 나름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믿었는데, 역시나 낯선 나라에서 보내는 여행 기간이라 호기심과 탐구심과 욕심이 걸음수에서 드러난다.
3. 글쓰는 사람의 마음
음성으로 글쓰는 거 아주 편안하고 좋은데 문체 차이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주 오래전에 여행을 하다가 만난 노트북이 없으면 시를 쓸 수 없다는 작가지망생이 떠올랐다. 오랜 역사 안에서 작가들은 종이에 연필이나 펜으로 글을 썼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은 아마도 노트북으로 컴퓨터 자판을 쳐서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루나씨는 오랫동안 실물 다이어리에 펜으로 다이어리를 쓰다가 어느 순간 소지품들이 무거워지기 시작해 휴대폰 메모장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음성으로 모든 글을 쓸 수 있는 시대를 살게 되었다. 그 옛날 노트북이 없으면 시를 쓸 수 없다는 어떤 여행자를 바라보며 실물 공책에 연필로 쓰는 글과 노트북에 타자로 쓰는 글은 분명히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 있다. 이제 기술은 더 나아가 음성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글로 입력하는 글과 말로 입력하는 글을 같은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쨌든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든 안 되든 작가로서의 커리어가 생기든 안 생기든 그저 쓰고 싶다. 오랫동안 나만을 위한 다이어리를 썼고,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다이어리는 조금 다른 느낌이 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고 싶다. 나의 역사를 나누고 싶다. 너의 마음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