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거+맛있는 거
어릴 적부터 라면은 나의 소울푸드였다. 일주일에 다섯 번은 먹을 정도로. 특히 라면을 먹고 국물에 밥을 말아 끝내는 것을 좋아했다. 다만 그땐 지금보다도 입이 짧아서 마무리로 밥을 먹기 위해 늘 면을 반개만 끓여야 했다.
처음으로 온전히 한 봉지를 끓여 다 먹고도 밥까지 먹었던 라면은 불닭볶음면이었다. 맛있었지만 너무 매워 소스를 반씩 나눠서 면에 절반을 사용하고, 남은 절반은 밥을 비빌 때 사용했다. 아무리 매워도 끝까지 먹게 되는, 매워서 힘들지만 매워서 다시 찾게 되는 불닭볶음면의 그 아릿한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지금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도 모르게 불닭볶음면을 찾곤 한다.
이 맵디 매운 녀석이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 쯤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한발 더 나아가 해외에서 시작된 불닭볶음면을 활용한 유명한 요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이었다. 말레이시아 야시장에서 유행했다고 하는데, 바로 불닭볶음면으로 만든 오믈렛이다. 너어무 궁금해서 남편과 내가 다음날 모두 배가 아파도 괜찮은 토요일에 도전해 보았다ㅎ.
사용한 재료
불닭볶음면 1 봉지
달걀 3개
모짜렐라 치즈 2장
스팸라이트 1장
버터 10g
대부분의 레시피나 후기를 보면 소시지를 활용하는데, 나는 스팸을 준비했다. 왜냐? 내가 더 좋아하니까 : D 그리고 죄책감을 아주 조금 덜기 위해 한 장씩 판매하는 스팸, 그중에서도 라이트를 구매했다.
먼저 불닭볶음면 제조법에 따라 면을 삶고 소스에 비벼준다. 그리고 버터를 추가! 스팸은 끓는 물에 한 번 데쳐주었다.
달걀을 풀어주고 면 위에 부어주기. 면 아래로 잘 스며들 수 있도록 골고루 부어줄 것! (나는 초반에 너무 많이 부어서 쏠림현상을 막지 못했다...)
달걀을 다 부어준 후, 스팸과 치즈를 한쪽 면에 올려준다.
그리고 반달 모양으로 반대쪽 면을 잘 덮어주며 모양을 만들고, 위에 김가루를 뿌려 마무리한다.
오믈렛 모양이 망가지지 않도록 그릇에 잘 담아주면 완성!
그럴싸한 비주얼에 군침이 돈다. 큰 기대를 안고 맛을 본 불닭오믈렛의 후기는 남편과 나의 의견이 조금 달랐다. 아무래도 달걀과 더불어 다른 재료들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불닭볶음면의 맵기나 맛이 중화된다. 나의 경우 워낙 불닭볶음면의 소스 맛을 좋아해 그 맛이 약해져 아쉬움이 있었고, 반대로 남편은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어 너무 맛있어했다. 전반적으로 재료들이 맛있는 것 더하기 맛있는 것이라 도파민이 충전되는 듯하다며(도파민 중독자...). 불닭볶음면의 새로운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쯤은 추천할만하다:)
+덧.
참고로 불닭소스는 중화되지만 여전히 자극적이어서 위와 장은 아플 수 있다. 꼭 여유로운 일정 또는 가까운 화장실은 필수!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