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겹은 항상 옳지
그런 날이 있다. 삼겹살은 항상 옳지만, 굳이 어딘가를 가지 않고 집에서 먹고 싶은 날. 하지만 삼겹살을 집에서 구워 먹는 건 큰 결심이 필요하다. 여기저기 튀는 기름과 맛있게 먹은 후 그 잔향과의 전투가 남기 때문이다. 싸움을 최소화하려고 에어프라이어도 써봤지만, 삼겹살은 역시 불에 구워 먹는 게 제일 맛있는 것 같다.
그렇게 (나 혼자만의) 합의점을 찾은 것이 '대패삼겹살'이었다. 얇기 때문에 빨리 구워져서 그런지 기름도 덜 튀고 냄새도 덜한 것 같았다. 냉동보다는 냉장을 사서 구워 먹곤 했는데, 그날따라 많이 먹지 못해 생고기가 남았다. 최근 남편과 나 둘 모두 회사로 바빠 집에서 밥을 먹는 시간이 많이 줄어든 터라 냉장보관을 하면 상할 것이 분명했기에 어쩔 수 없이 남은 고기는 냉동칸으로 옮겨 두었다.
남은 양은 너무 애매하고, 다르게 먹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 고민하던 중 대패삼겹살 덮밥이 눈에 들어왔다. 야채와 밥으로 어중간한 양도 커버하고, 양념과 함께하니 새로운 맛으로도 먹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었다:)
사용한 재료
대패삼겹살 약 150~200g
양파 1/4
마늘 조금
버섯 조금
파 조금
청양고추 1개
간장소스양념
진간장 1스푼
굴소스 1스푼
올리고당 1스푼
맛술 1스푼
오늘도 재료 손질부터 시작! 마늘과 양파, 버섯 모두 먹기 좋은 사이즈로 썰어준다. 마늘의 경우 5쪽 정도였는데, 크기가 너무 큰 것 같아 얇게 잘라주었다.
아무래도 대패삼겹살에 소스가 들어가면 너무 기름질 것 같아 살짝 매콤한 맛을 위해 청양고추를 하나 넣어주기로 했다. 씨는 깨끗이 발라서 잘게 썰어주어 소스에 추가했다.
삼겸살을 먼저 불에 올려준다. 노릇해지면 양파와 마늘, 버섯을 추가해 같이 구워준다.
파가 뒤늦게 생각나 나중에 추가해 주었다. 적당히 익으면 미리 만들어둔 소스를 부어 잘 스며들도록 볶아준다. 혹여나 타지 않도록 강불대신 중약불~약불로 사용했다.
밥 위에 완성된 대패삼겹살을 올려주면 완성~!
볶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청양고추가 세지 않아 한두 개 정도는 더 추가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원래 양념된 고기보다는 생고기를 구워 먹는 것을 좋아해서, 단순하게 구워 먹는 삼겹살이 쉽고 제일 맛있는 것 같긴 하지만:) 순식간에 밥 한 그릇을 뚝딱할 정도로 덮밥도 너무 맛있었고, 새로웠다.
+덧.
결국 우린 팬에 남아있는 기름에 김치도 볶아 함께 먹었다. 돼지기름에 볶은 김치는 맛없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