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교직원 생활
대학교 전입이 결정되고 뛸 듯이 기뻤다. 대학교는 선호 근무지이다. 지방직의 단점인 비상근무, 행사 동원 같은 잡무가 없어서 업무가 깔끔하면서, 국가직의 단점인 전국 순회 근무가 없어서 한 지역에서만 계속 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출·퇴근이 도보로 가능해지면서 삶의 질이 확연히 올라갔다. 교정 곳곳에 가득한 아름다운 나무와 계절마다 다르게 피는 다채로운 꽃 덕에 사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즐거웠다. 대학생과 함께 생활하는 곳이라 근무지는 생동감이 넘쳤고, 3월에는 싱그럽기까지 했다.
대학교도 교수와 직원으로 구성된 이원조직이지만 학교 이원조직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적어도 1,000원짜리 영수증으로 실랑이를 벌이거나, 공문 접수 과정부터 네 일 내 일 하면서 마음 상할 일이 없다.
대학교 첫 근무지는 단과대학 행정실이었다. 흔히들 방학에는 교직원은 한가하다고 생각하지만, 대학교는 1, 2월이 가장 바쁘다. 발령받고 정신없이 입시와 졸업, 각종 지원사업 행사 주관, 회계 마감 및 각종 위원회 회의 주관업무를 수행하였다.
힘들기로 손꼽히는 단과대학이고, 교육부의 특정 사업 평가준비로 업무량이 많았다. 그래도 직원들이 서로 배려하고, 도와가면서 일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학장님, 부학장님, 과장님, 팀장님 등등 모두가 좋았다. 이렇게 좋은 분들과 근무하는 것도 큰 복이었구나 싶었다.
업무 적응이 끝나고 루틴한 일상이 다시 지루해졌다. 대학교 교직원이 되어 삶의 질은 더 향상되었고, 업무 만족도도 높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멍청이가 되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정해진 규정과 지침을 따라 순응하는 반복적인 업무에 영혼마저 잠식되어 가는 것 같았다.
돌이켜보건대 내 모습이 목적지가 없어서, 방향도 잡지 못하고, 그저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배와 같았던 것 같다.
주도적으로 자신의 일을 해나가기보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일을 쳐내기에만 급급해
몰입도가 떨어지자
성장은커녕
일하는 의미를 찾기도 힘들어졌다.
…
지금의 일을 하는 이유가 오로지
돈벌이가 되어 버린 …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다.
일의 철학을 올바르게 세우지 못한 탓에
안나는 일의 행복과
삶의 의미까지 잃어버렸다.
- 『일의 철학』-
일단 무엇이든 해야겠다 싶었다. 마침 학장님이 대학원 진학을 권유해주셨고, 큰 고민 없이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지금은 논문만 남겨두고 있다. 목적 없이 시작한 대학원이었지만, 논문은 앞으로의 진로와 연결 지어서 작성하려고 아직도 주제를 고민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