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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Luna Sep 04. 2022

각자도생, 탈출

대학교로 전출을 선택하다

비가 억수로 퍼부어 난리가 났던 그 다음날. 집 근처 카페의 수국


“오늘도 습관처럼 출근하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일을 하는가?
그 일을 통해 당신은 무엇이 되길 꿈꾸는가?
당신이 꿈꾸는 일과 삶의 미래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가?”
『왜 일하는가』


노력 안 한 건 아닙니다만


하루하루가 답답했다. 길을 잘못 들어왔다는 생각에 '아차' 싶었지만, 직장도 그만두고 늦은 나이에 힘들게 된 공무원이라서 쉽게 ‘퇴사’를 떠올릴 수 없었다. 지인들은 직장생활은 다 재미없는 거라며 퇴근 후 취미생활을 했다.


업무나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하였다. 기본 루틴 업무에 충실하는 것은 당연했고. 이 외에 수년간 누적되어온 잘못된 회계를 바로잡고, 수년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관리시스템을 개선하기도 했다.


나름 생산적으로 여가시간을 보내겠다고 토익, 한국사능력검정, 한국실용글쓰기 자격증을 취득하, 본래 취미인 책도 이때 꽤 많이 봤다. 운동은 원체 좋아하지 않아서 하다 말다를 반복하기는 했다.


"분명 몸도 편하고, 업무로 마음 졸일 일도 없는데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직장이 재미없다면, 일이 따분하고 보람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일단,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살 길을 찾아서, 각자도생


이런저런 이유로, 교행직을 떠나거나 쉬는 동기들이 늘어났다. 타 기관 전입 공모에 지원하여 전출을 나가기도 하고, 인사교류로 다른 기관을 가거나, 휴직을 선택하고, 의원면직(퇴직)한 동기들도 있었다. 그 비율이 생각보다 낮지 않다. 다른 기관으로 나간 동기가 10%, 휴직한 동기는 10% 정도 되는 듯하다. 의원면직은 1명이 했다.


나도 탈출 행렬에 동참했다. 인사교류로 대학교로 가게 되었다. 교행직은 인사교류에 제한이 많아서, 지방직 교류는 불가, 국가직 중에는 교육부 소속 기관으로만 가능하다. 그래서 교행직이 대학교 전입을 많이 희망한다. 나라일터를 통해서 인사교류 대상자를 찾고, 각 기관에서 면접을 본 뒤, 전입·전출 동의를 거치면 된다. 이후 교류 일정은 각 기관 인사팀에서 맞춘다.


나는 운이 좋게도, 원만하게 인사교류가 이뤄져, 대학교 교직원이 되었다. 그 이면에는 행정실장님의 힘이 있었다. 기관의 전입·전출 동의는 필수인데, 잘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속했던 교육청은 인사팀의 '통곡의 방'을 넘어야 한다고 했다. (들어가면 다 울면서 나온다고...) 나는 본청에서 오래 근무해 온 실장님이 힘을 써주신 덕에 통곡의 방에 한번 가지 않고, 전출 동의를 받았다.


나도 마무리를 잘 짓기 위해서 업무 인계도 주말 근무도 마다하지 않고, 수당도 받지 않고 도와드렸다. 그리고 지금도 실장님과 후임자 하고 종종 만난다.


그러나, 역시, 꿈과 목적이 없는 삶은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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