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워킹홀리데이 해부 : 대만에서 중국어 배우기
내가 대만에 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대만에서 사용하는 중국어는 중국 대륙에서 사용하는 중국어와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표현의 차이일 뿐 기본적으로 막힘없이 소통이 가능하다.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 정도의 차이라고 할까?
대만 어학연수의 장점으로는 중국보다 치안이 좋고 권설음(혀를 말아서 내는 발음)이 덜해 상대적으로 외국인이 발음하기 편하다는 것, 체계적으로 중국어를 가르친다는 점 등을 많이 꼽는다.
나는 현재 대만에서 9개월 반 정도 중국어를 배웠고 그중 3학기(9개월)는 사범대 언어중심에서, 다음 학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귀국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사설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대만 전역에서는 다양한 학교들이 언어중심(어학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타이페이에만 하더라도 내가 다녔던 사범대를 포함해 대만대, 문화대, 담강대 등의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사범대를 선택했던 이유는 1. 많은 어학당에서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책을 직접 만든 선생님들이 계시다는 것, 2. 오랜 기간 가르쳐오신 선생님들의 노하우에서 오는 체계적인 커리큘럼, 3. 적당한 학기 기간과 학비 순이었다. 주위의 사대생들도 대부분 만족하는 편이고 나 역시 중간에 굳이 학교를 바꿀 필요를 못 느껴서 9개월 내내 다녔다. 귀국까지 시간이 조금만 넉넉했더라면 아마 마지막 학기도 등록했을 거다.
사범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교재는 당대중문과정(當代中文課程)인데 나는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온 건 아니었지만 기초부터 다시 배우고 싶어 1권부터 시작했다. 사실 그만큼 회화가 부족하기도 했다. 중국어 초중급 레벨까지는 모두 당대중문과정을 사용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 올라가고 나면 미니라디오나 비즈니스 중국어 같은 책들을 포함해 선택지가 늘어난다. 당대중문은 3,4권으로 넘어가면 대만의 역사나 선거 같은 비교적 무거운 주제와 문어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5권부터는 다른 책으로 옮기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수업 형태는 밀집반(최대 8명)과 보통반(최대 10명) 중 선택할 수 있다. 밀집반은 매일 3시간씩 주 15시간, 보통반은 매일 2시간씩 주 10시간 수업을 듣게 된다. 밀집반은 수업 시수가 많은 만큼 진도도 빠르고 거의 매일 받아쓰기(聽寫) 퀴즈며 숙제가 있지만 학생비자의 경우 추가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학생비자는 주 15시간을 충족해야 비자 연장이 되기 때문에 보통반의 경우에는 대형 수업(大班課)을 듣거나 도서관에서 자습을 해서 시간을 채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당대중문 기준으로 밀집반은 한 학기에 책 한 권이 딱 끝나고 보통반은 약간 남는 정도라 학기말 시험(大考試)도 따로 본다.
나는 첫 두 학기는 밀집반, 마지막 학기는 보통반을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밀집반이 잘 맞았어서 괜히 바꿨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쭉 밀집반을 듣는 내내 빠르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고 도리어 반 친구들 모두 밀집반을 듣다가 보통반으로 오니 너무 편하다(혹은 늘어진다)는 데 공감했다. 일하는 워홀러가 아니고서야 학교만 다닌다면 밀집반이 실력 상승면에서도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반 친구들이 잘 맞다면 반을 고정해서 다음 학기도 함께 들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원하는 선생님을 신청할 수도 있고 학교에서 배정받을 수도 있는데 들었던 선생님께 부탁드려 함께 가는 편이 좋은 것 같다. 나는 내내 반 친구들과 잘 맞아서 쭉 함께 공부했는데 편한 사람들과 있으니 말하다 틀려도 부담이 덜하고 수업 시간에도 그렇고 우리끼리 공부할 때도 그렇고 나름대로 우리만의 케미가 있어 시너지 효과가 생겨 더 빨리 는 편이었다.
책의 특성도 있지만 사범대에서는 단순히 중국어뿐 아니라 대만의 문화도 많이 배울 수 있다. 명절 때마다 학교에서 전통 음식을 나눠주기도 하고 단오제에는 어학당 팀의 일원으로 용선(dragon boat) 경기에 참여할 수도 있다. 여러모로 학생들이 대만 문화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는 활동들이 많이 이뤄진다.
개인적으로 9개월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중국어도 많이 늘었지만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난 게 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만났던 선생님들께서는 단순히 언어를 가르치는데 그치지 않으시고 외국인으로서의 학생들의 입장을 잘 이해해주시고 초기 정착에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주시기도 하셨다.
제일 가까운 어느 역에서 걸어도 10분 정도 걸린다는 건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접근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대에서 가까운 역은 노란선 구팅(古亭), 초록선 타이파워빌딩(台電大樓), 빨간선 동먼(東門) 등이 있는데 앞에는 사대야시장 뒤에는 용캉제이니 놀러 다니기에는 배산임수 뺨치는 위치임이 틀림없다.
대만에서 중국어를 배울 계획이 있다면 사범대를 추천하고 싶다. 9개월 동안 사대에서 예쁜 추억을 수없이 만들어서 뭔가 모를 빚진 느낌에 홍보하는 거 맞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범대에서 나처럼 행복한 기억을 갖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워홀 비자는 1월부터 신청이고 (매년 600명 쿼터) 사범대 개강은 3월부터니 경험상 2월 말쯤 출국해도 별 문제는 없다. 고민하고 있다면 직접 떠나서 다시 없을 경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 분명 또다른 터닝포인트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