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대만 워킹홀리데이, 그 귀국 후의 일상들
1.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조차 너무 오랜만이네요! 저는 한 달 간의 여행을 잘 마치고 눈물 없이 볼 수 없었던 송별회까지 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으로 혼자 길게 떠났던 한 달의 여행에서 많이 보고 만나고 느끼면서 배운 것들이 많았는데 귀국한 이후에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바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도 많이 만났고요. 일 년이나 떠나 있다 돌아온 학교는 낯설기도, 낯익기도 해요. 옹기종기 모여 떠들기 바쁜 새내기들과 일 년 새 달라진 시설들, 그렇지만 무엇보다 3년을 보낸 익숙함이 학교로 돌아오긴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사실 저는 굉장히 체크카드 같은 사람입니다. 스스로 무언가 쌓여 있어야 쓸 수 있는 타입이거든요. 재충전이 돼야 뭐든 할 수 있어서 잘 쉬는 게 정말 중요해요. 그런 저에게 지난 두 달은 사실 해야할 일들과 일정으로 가득 차 정말 정신없이 흘러갔어요. 한국에 오면 먹고 싶었던 것들도 많았는데 다 먹으러 다니지도 못했을 정도로요. 하루 종일 밖에서 바쁘게 다니다가 집에 오면 그 순간부터는 아무 생각도 안 들고 쉬고 싶었어요. 집에 오기 전까지는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해, 하고 막 스스로 쫓기듯이 다그치다 집에 오면 스르륵 모든 걸 놓아버리는 느낌이랄까요.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충전하듯 가만히 누워 저를 충전하게 돼요. 요즘은 안녕하신가영의 새 단편집을 들으면서요.
브런치에 아무런 업데이트가 없었던 것도 그래서였어요. 저는 발행하지 않고 작가의 서랍에 쌓아둔 글들까지 모든 글들을 쓰는 데 최소 30분 이상이 걸려요. 그중에 바로 발행하는 글은 거의 없어요. 적어도 며칠 놔뒀다가 다시 읽어보고 고치기도 해요. 그렇지만 초고는 늘 한 번에 후루룩 쓰는 편이에요. 저는 이걸 스위치가 켜진다고 표현하는데, 한 번 스위치가 켜지면 긴 글이라고 하더라도 쓰는 게 어렵지는 않거든요. (저만의 기준이긴 하지만) 오히려 쓰다가 중간에 끊게 되는 글들은 거의 발행하지 못하는 조각글로 남는 것 같아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더 풀어갈 소재가 없다거나 여하튼 막히는 글들은 결국 좋은 글이 되지 않더라고요.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차분히 앉아서 스위치가 켜져 글을 쓸 여유가 없었어요. 제 스위치인데 이상하게 제 마음대로 켜는 건 굉장히 어렵더군요. 저는 마음이 좀 차분히 가라앉고 스스로의 감정을 담담히 풀어낼 수 있어야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전까지 나오는 글들은 90% 이상 버리게 되는데, 제가 보기에 만족스럽지 않은 글을 발행하고 싶지 않았어요. 브런치에 담기는 모든 글들은 제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가장 솔직하게 풀어내고 싶어요. 잘 표현할 수 없다면 그건 솔직한 글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잘 표현할 수 없다는 말이 가장 정확한 표현일 때를 제외하면요.
워낙 많은 일들이 한 번에 이뤄지고 있다 보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스위치가 완전히 켜진 상태는 아닌 것 같아요. 당분간은 계속 정신없이 바쁠 것 같지만 시간 내서 틈틈이 글을 써보려고 해요. 많은 것을 배웠던 지난 1년과 매일매일의 감정이 사라지기 전에 열심히 적어두려고요. 부지런히 쓰려고 노력하다 보면 조금은 자주 스위치가 켜지지 않을까, 하고 바라봅니다.
2.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길이면 대만 생각이 많이 나요. 지금은 도저히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자꾸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그립기만 하니까 접어서 서랍 안에 넣어둬야지, 다시 꺼내도 그 느낌 그대로일 거야, 하고 밀어 넣었는데 얼마 전에 꿈을 꾼 거 있죠. 심지어 정말 아무것도 거창할 게 없는 꿈이었어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매일 걷던 거리를 걷는 저와 찌는 듯이 더운 대만의 그 여름 날씨, 그리고 제가 자주 건너던 신호등이 전부였어요. 그 횡단보도를 건너 쭉 걸으면 매일 같이 드나들던 스타벅스가 있는데 꼭 무성 영화 같던 꿈의 말미에 그 스타벅스의 파트너 언니가 나와서 '루나, 보고 싶어. 우리는 너를 사랑해.' 하더군요. (정확히는 Luna, 想念妳哦。我們很愛妳。였어요. 오랜만에 듣는 중국어여서 더 반가웠던 걸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말에 꿈이라는 걸 깨닫고 깼어요. 언니가 한국에 있을 리 없으니까요.
접어서 서랍 한편에 고이 넣어뒀다고 생각했는데 무의식은 그렇지 않았나 봐요. 일어나서 속상한 마음에 많이 울었어요. 바쁜 일상에 애써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던 대만의 일상들은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찾아와 그립게 하는 것 같아요. 두 달 동안 제가 없는 대만에서도 많은 일이 있어서 이제는 남아 있는 친구들과 귀국한 친구들이 반반 정도 되는데 떠난 친구들은 전부 향수병에 시달리고 있어요. 처음 각자의 나라를 떠나서 대만에서 만났을 때는 아무도 향수병 같은 건 겪지 않았는데 이상하죠. 대만이 그리운 건지 대만에 있을 때의 스스로가 그리운 건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둘 다'라고 해요. 생각해보면 제 대만에서의 하루는 매일 특별했어요. 집 앞 카페 바리스타의 무뚝뚝한 눈인사 (네, 8mm가 맞습니다.), 다정하게 오가는 말들, 아침마다 사가던 두유. 저는 요즘 그런 것들이 그리워요.
1년간 저는 비단 낯선 언어만 배웠던 게 아니었나 봐요. 자주 하늘이 파랗다고 사진을 찍었고 오늘은 달이 참 예쁘다고 얘기했고 항상 곁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자주 고맙다고 했어요. 누군가는 제게 대만에서 대체 뭐하냐고 묻곤 했지만 저는 그곳에서 제일 중요한 것들을 배웠어요. 한국에서는 없었던 여유와 제 자신,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조금 더 솔직하게 사랑하는 법 같은 것들이요. 대만에 가지 않았어도 깨달을 수 있었을까, 하고 가끔 생각해보면 제 답은 항상 똑같아요. 살면서 언젠가는 알게 됐겠지만 이렇게 다정하게 배우지는 못했을 거라고요.
그리곤 각자 그리워하기만 하다가 4월 중순, 대만에서 정말 친하게 지냈던 친구 중 한 명이 한국에 올 일이 있었어요. 스케줄을 이리저리 옮겨 함께 저녁을 먹고 맥주를 한 잔 하는 동안 분명 여기는 강남인데 제가 대만에 가있는 거 있죠. 한국에 돌아온 후로는 영어도 중국어도 잘 쓸 일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눈이 마주치자마자 자연스럽게 나오더군요. 제가 떠난 후에 있었던 일들과 1년간의 추억들을 수다 떠는 동안 친구는 저에게 대만을 소환했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내내 즐거웠고 금방 다시 만나자고 웃으며 헤어졌어요. 분명 몇 개월은 남은 일인데도 이상하게 정말 금방 다시 볼 것만 같아요. 그리고 그날도 이렇게 즐거울 것임을 알아요.
3.
특별한 도시에서의 특별했던 하루하루는 1년이라는 말로 뭉뚱그려지지 않는 제 소중한 장기 여행이 됐어요. 여행은 늘 누군가 머물고 떠나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남긴다고 생각해요. 대만은 저에게 평생 가져갈 소중한 것들을 남겼고, 저는 대만에 스물둘의 저를 남기고 왔어요.
귀국 후 제가 1년간의 대만 생활에서 배우고 느낀 것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제 브런치 유입 검색어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대만에 관한 내용이기도 하고 귀국 후 받은 인스타그램 디엠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기도 했거든요. 많은 채널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외교부에서 하는 워킹홀리데이 서포터즈인 워홀프렌즈를 시작했답니다. 다양한 국가의 워킹홀리데이를 경험하고 돌아온 팀원들과 즐겁게 하고 있어요.
저번 달에는 오프라인 상담회도 진행했는데 첫 상담회에서 바로 대만에 가고 싶어 하는 분을 뵐 수 있었어요. 팀원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분들께 정확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혹시라도 대만 워킹홀리데이 또는 대만 생활의 어떤 것이라도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도록 브런치도 계속 업데이트할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