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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 Dec 27. 2021

나의 사랑, 나의 결별, 나의 시

벌써 일 년


사랑하는 나의 아빠

1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또 너무 빠르게 흘러갔어

가슴에 정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로 

하루하루를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아빠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고

애써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매일 떠오르는 그 표정, 말투, 목소리가 

내 슬픔을 장악하고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늘, 번민하게 하는 매일

아침에는 눈을 뜨고, 아이를 돌보고, 밥을 지어먹고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것들을 사보고

그래도 잘 살아보려고 해 보고

노력하지 않은 채 노력해보고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아빠가 보고 싶다는 것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도저히 슬픔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유난히 사랑받았던 시간들이 문제일까

유달리 특별했던 아빠의 자상함이 이유일까

너무 아쉽게 끝나버린 아빠의 짧은 생과

생의 마지막까지 우리와 더 함께 하고 싶어 했던 아빠의 간절한 마음이 

아직까지도 죽음에 대한, 병에 대한, 운명에 대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신에 대한 원망으로 미움으로 

삶이란 것의 무의미함으로 

그런 모든 종류의 상처로 남아 아물지 않은 그대로 구멍이 뚫린 채로 남아있어


그날, 바로 1년 전 지금 

아빠의 임종을 지키며, 아직 따뜻했던 아빠의 마지막 손을 붙잡으며

가지 말라고 울부짖었던 그 시간마저도 그립다면

그래도 그때는 아빠의 얼굴을 보고 아빠의 손을 잡고 있었으니까 


아빠, 1년이 지났어

벌써 

그리고 더디게

그런데도 아직도 나는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아 

슬픔이 넘쳐나는 그리움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표류하며

하루하루 시간의 감각을 잊어버린 채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사악함에 무력한 나 자신을 연민하며

함께 했던 순간 아빠에게 더 잘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원망하고 

아빠의 숨소리, 아빠의 목소리, 아빠의 좋았던 향기 아빠의 모든 현명했던 조언들 

깊고 깊고 깊었던 아빠의 사랑


기둥이 모두 무너져버린 신전에

더 이상 기도를 올릴 수 없는 신녀처럼,

무너진 집터에서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이재민처럼 


방황을 일상으로 삼으며

슬픔을 결코 견뎌내지 못하고 있어


그렇지만 내가 아무리 힘들다 해도 아빠는 들을 수 없겠지

도와줄 수 없지

손을 잡아 줄 수 없지


나는 또 어떤 1년을, 2년을, 10년을 아빠 없이 살게 될까 

두려운 삶의 시계는 나를 재촉하고

위안이 되지 못하는 위로들이 내 마음을 떠돌아

그래도 살아야겠지

살아내는 내 삶에서 아빠를 기억하기 위해서

사랑하는 나의 아빠가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말로 나를 속여서라도

하루하루를 살아낼게 


사랑하는 내 아빠

보고 싶고, 보고 싶어

뻥 뚫린 내 마음으로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 


아빠, 

언젠가는 진짜 아빠를 보내주고, 마음에 담아 둘 수 있을까

내 마음이 슬픔을 이겨내고 아물면

아빠를 그리움으로만 담아 둘 수 있을까


더 이상 아빠가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만이 

내 슬픔의 유일한 위안인데, 

나의 고통은 어떤 걸로도 줄어들지가 않네


아빠

여전히 나는 슬프고 아파

아빠가 없어서, 아빠가 보고 싶어서


내년에는 이런 나를 어디서라도 지켜줘요

다시 큰 바다가 되어 내 슬픔을 덮어 

멀리로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아빠

보고 싶어

그리고 너무 사랑해


꼭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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