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타나 봐
요즘… 나는 가을 타나 보다.
겨울 냄새, 차가운 공기에 설렘으로만
반응하던 내가 이제는 가을에도 반응하는 건가?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지 않은가?
그런데 수확은 무슨, 내 정신이 어디서 떠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나는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어찌저찌 시간을 보내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이와 관련된 일도, 살림도 어떻게든
꼭 해야 하니까 하긴 한다.
그런데도 깜빡하는 일이 너무 많다.
하루에 몇 가지씩 놓치고
그게 쌓이면서 더 무거운 기분에 짓눌린다.
이상한 건 오디오북을 들을 때나 책을 읽을 때는 정신이 맑다.
그 순간만큼은 평소의 나로 돌아온 듯하다.
그런데 일상으로 돌아오면 출구 없는 길을 빙빙 도는 기분이 된다.
귀에서 간헐적으로 생기는 이명 증상 때문인가?
일상에 꽤 큰 영향을 준다.
이걸 먼저 병원에 가서 진단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미루고 있다.
정신을 다시 잡으려면 뭘 해야 할까?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를 그려본다.
- 아침에 눈뜨자마자 창문 열고 바깥공기 한 번 크게 들이마시기
- 이명이 심할 땐 억지로 버티지 말고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앉아서 1분이라도 귀에 집중해 보기
- ‘또 깜빡했다’라는 말 대신 ‘이건 기억했다’로 바꿔보기
지금 내가 듣고 있는 플리에서
‘가을 타나 봐’가 나온다.
타이밍이 어쩜 이렇게 개떡찰떡…
(계절은 돌고 돌아 돌아오는데
사랑은 돌고 돌아 떠나버리고
추억을 돌고 돌아 멈춰 서있는
다시 그 계절이 왔나 봐
네가 그리워
나 외로웠나 봐
니가 없는 이 거리에
나 혼자 널 서성이나 봐
참 보고 싶나 봐
너를 보내놓고 아직
나 혼자 널 사랑하나 봐
아직인가 봐 사랑하나 봐
니가 날 떠나가던
시린 이 계절이 돌아오면
가을 타나 봐
그리운가 봐
가을 타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