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아이와 어린이집 등원길에 나눈 이야기 1
3세반 2학기부터 다니기 시작했으니,
송이가 어린이집 다닌 지도 벌써 만 2년이 넘었습니다.
시간 참 빠르네요.
2년이 지나도 등원시간 겨우 맞춰 헐레벌떡 집을 나서는 건 똑같습니다.
엄마와 아기 둘 다 늦잠을 잔 오늘은, 세수만 겨우 시키고 팩두유 하나 챙겨 나가 먹이면서 갔고요.
등원시키고 바로 외출할 생각에 제 가방은 야무지게 챙겨들고는,
정작 아이 어린이집 가방은 깜빡해 집으로 다시 돌아간 날도 있었습니다.
등원만 시키고 집에 와 작업하는 날엔, 자고 일어난 허름한 반팔티는 그대로,
바지만 긴 걸로 갈아입고 볼캡을 눌러쓰는 게 보통인데요.
얼마 전엔 새로 산 볼캡을 쓰고 (등원 시작하고 옷보다 모자를 자주 사네요^^)
기분좋게 아이 손 잡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는데,
엘리베이터 문에 비친 제 모습이 뭔가 허전해요.
싸한 기분으로 내려다보니, 잘때 입는 얇고 짧고 허름한 반바지가 걸쳐져 있네요.
바지 갈아입는 걸 깜빡한 겁니다!
돌아가서 갈아입고 나오면 지각이에요!
등에 식은땀이 납니다.
선생님들은 애들 챙기느라 바쁜데 엄마들 옷 유심히 볼 여유는 없지 않을까?
이거 속옷도 아니고 잠옷도 아닌데 (왠만한 잠옷보다 더 허름하지만) 뭐 그렇게 눈에 띄진 않지 않지 않...
"송이야. 엄마 바지 너무 짧아?"
엄마 손 잡고 앞만 보고 있던 아이가 돌아봅니다.
인상까지 쓰며 유심히 엄마 바지를 봐요.
"응. 너무 짧은데."
"그래?!"
아이 눈에도 너무 보기 흉한가? 지각해도 갈아입고 갈까? 고민하는데,
"(심각) 넘어지면 무릎 까지겠어."
진심으로 걱정하는 얼굴에 빵 터졌습니다.
"송이야, 어른들은 잘 안 넘어져. 그래도 걱정해줘서 고마워."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비친 제 얼굴이 헤벨레 웃고 있었네요.
다른 날은 시간에 쫓기고 더위에 지쳐 늘 피곤한 얼굴이었는데 말이죠.
그리 길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중고등학생 땐 빨라진 등교 시간에
이거 하나 먹고 가라 안 먹는다 그러게 왜 늦잠 잤냐 왜 안 깨웠냐 투닥거리다
문 쾅 닫고 나가는 아이의 뒷모습에 서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다정하게 손 잡고 걷는 10분, 등원하는 시간을
아이와 함께 하는 산책이라 생각하고 좀 더 즐겨봐야겠습니다.
주말엔 즐길 수 없는 산책이지만요...
이번 주말도 육아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