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내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작은 바늘 하나가 하루를 지탱한다.
실을 꿰기 전의 침묵,
손끝에 감긴 오래된 동작.
시간이 아니라 손이 먼저 기억하고,
어디가 먼저 닳았는지
내 손은 알고 있다.
말을 꺼내지 않아도
이 손은 다 안다.
닿은 자리마다 생긴 균열,
구겨진 옷깃 속의 사연,
버려질 뻔한 것들의 마지막 의지.
바느질은 고치는 것이 아니라
붙잡는 것이다.
무너지는 틈을,
놓쳐진 가장자리를,
사라질 뻔한 삶의 흔적을.
나는 말 대신 손으로 대답한다.
단단히, 느리게,
시간보다 조용하게.
누구도 듣지 않지만
누군가는 입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을
이 손이 다시 꿰매고 있다.
한 땀마다
누군가의 걸음이 달려 있다.
헐거워진 바짓단,
해진 소매,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신발의 끈.
그 모든 것들은 나에게 온다.
말 없이, 사라지기 전의 마지막 시간에.
말은 오해되지만
손은 오해되지 않는다.
나는 나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이 손이,
하루 종일 무너진 곳을 꿰매며
나를 말하고 있다.
from. 수선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