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내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물결보다 먼저 피로해진 손이
오늘의 온도를 기억한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물,
그 속에서만 흐를 수 있는 일이 있다.
무릎은 굳고, 허리는 접힌 채
시간은 종이컵처럼 차곡차곡 쌓여간다.
나는 서 있고,
손은 허둥대고,
그릇은 침묵하며 나를 본다.
깨진 유리처럼 날카로운 피로가
가끔 손가락 끝을 찌른다.
흐른 물은 배수구로 사라지지만
내 손은 씻기지 않는다.
누군가의 식사 뒤에 남겨진 하루,
먹은 사람은 잊지만
닦은 손은 기억한다.
기름진 잔여감, 비린 물결,
고요한 탄식 같은 그릇의 온도.
나는 그 누구보다 자주
손등을 내려다본다.
거기엔 주름보다 깊은 흔적이
고요히 고여 있다.
내가 닦는 건
설거지가 아니라
소음처럼 묻은 삶의 자락.
물에 젖은 고요,
무명의 손이 버텨낸 하루.
그리고 오늘도
수조는 내 거울이다.
흐릿한 얼굴과 묻은 마음,
손목으로만 남겨지는 존재감.
말은 없지만
이 손등에 하루가 쌓인다.
from. 설거지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