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라푼젤
나는 항상 위에서 아래를 바라봤다.
땅이 얼마나 단단한지,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그리고 나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자랐다.
아름답다고 했다.
신비롭다고, 축복이라고—
그러나 나는 안다.
그건 사다리였다.
내가 만든,
내게서 자란 사다리.
그걸 잡고 누군가는 오고,
누군가는 떠났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탑 안, 창문 옆.
언젠가
내 머리카락이 너무 무거워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
나는 물었다.
왜 나는 아래로 내려갈 수 없냐고.
왜 내 발로 문을 나설 수 없냐고.
그녀는 말했다.
“밖은 위험해.
너는 특별하니까
지켜야 해.”
나는 특별했다.
하지만 그 말은
곧 혼자라는 뜻이었다.
창문 틈 사이로
바람이 불어왔다.
내 머리카락을 흔들었고
내 마음도 함께 흔들렸다.
나는 상상했다.
내가 없는 탑,
내가 걷는 땅,
내가 부르는 이름들.
그리고 처음으로
그 모든 곳에
내 머리카락이 닿지 않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진짜 자유는
내가 직접 닿는 곳에 있으니까.
나는 이제
잘라내고 싶다.
내 과거를,
나를 묶고 있던 전부를.
머리카락이 아닌
나의 몸으로
세상에 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