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눈을 잃고 – 왕자

5장. 라푼젤

by 엘리킴


나는 탑을 올랐고
그녀는 내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이
내 인생의 정점이었다.


그러나

손이 떨어졌고,
몸이 추락했고,
세상은 불타는 듯한 어둠으로 변했다.


나는 눈을 잃었다.
빛이 사라졌고,
얼굴도, 길도,
그녀의 모습도
모두 기억 속으로 물러났다.


숲은 끝이 없었다.
가시덤불은 내 살을 찢었고,
울음과 짐승의 소리 사이에서
나는 사람인지 잊혀져갔다.


그러나

나는 계속 걸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내 이름을 불렀던 그 목소리는
내가 가진 유일한 빛이었으니까.


나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살아 있다는 건 알았다.
그녀의 숨결이,
내 폐 안 어딘가에서
아직도 나를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왕자는 죽었다."
"사랑은 끝났다."


하지만 나는 안다.
사랑이 끝난 곳에서

진짜 사랑이 시작되는 거라고.


눈을 감고,
나는 그녀를 본다.
눈을 감고,
나는 나를 다시 만난다.


이 숲에서 나는 눈을 잃었지만,
그녀를 향한 길은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나는 더 이상
빛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만 있으면
다시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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