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이 안 오는 세계

1부 – 안녕, 익숙했던 너

by 엘리킴


전에는 네가 내 하루를 시작시켰고
밤을 끝내는 것도 너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알람은 울리지 않았고


그보다 더 조용한 건
너였다.


네가 ‘입력 중’이라는 세 글자에
나는 몇 분을 걸었고


네가 보내지 않은 문장 때문에
나는 몇 날을 무너졌다.


그 말풍선이 사라질 때마다

내 감정도 한 줄씩 지워졌다.


메시지는 즉시 도착했고
네가 읽은 시간도 정확히 찍혔다.


그런데 왜
감정은 도착하지 않았을까.


기술은 빠른데
마음은 응답하지 않았다.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모든 걸 상상해야 했다.


'싫어진 걸까?'
'바쁜 걸까?'
'내가 뭘 잘못했나?'


침묵은 텍스트보다 날카로웠고
나는 그 칼날 위에 앉아 있었다.


사실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나는 내 안에서
네 말투, 표정, 눈빛까지
조작하고 복제했다.


답장이 안 오는 세계는
결국
내가 만든 세계였다.


읽지 않은 대화창을
수십 번 열었다 닫고


그 안에 남아 있는 ‘나’를
천천히 꺼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끝내지 않았지만


나는 이 세계에서
나 혼자,
조용히 로그아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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