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싶지 않아서 외웠던 말들

2부 – 기억은 가끔 나를 안고 울었다

by 엘리킴


너는 나한테 뭐든 말해도 된다고 했지.
그 말, 나는 유난히 또렷하게 기억해.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너는 말없이 떠났고

나는 그 말만 붙잡고 있었어.


“뭐든 말해도 된다”는
그 다정한 허락 하나를.


우리가 좋아했던 말은 ‘우리’였어.
“우리 오늘 뭐 먹을까”
“우리 집 앞에서 보자”
“우리 나중에 여행 가자”


그렇게 익숙해진 우리라는 단어가
어느 순간
“나는 생각 좀 해볼게”
“내가 요즘 너무 바빠서”
로 바뀌는 순간,


그 단어들을
나는 혼자서 계속 외우고 있었어.


네가 했던 사소한 말들,
“너는 진짜 웃을 때 예쁘다”
“자기야, 오늘도 수고했어”


나 혼자
그 말들을 마음속에서
계속 불러내고
가끔은 소리 내어 말했어.


잊고 싶지 않아서.


그 말들이 내 몸 어딘가에
스며 있었던 것 같아.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어느 날, 갑자기
길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말투,
똑같은 단어에
나도 모르게 숨이 멎었어.


나는 아직도
네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도 외우고 있는데
너는
그 모든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지웠을까.


그게 참 신기하지.


나는 잊지 않기 위해 외웠는데

너는
잊기 위해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는 게.


그래서 나는
지금도 네 말들로
내 하루를 메우고 있어.


그건 미련일까,
아니면 나 혼자서 만든
기억의 언어일까.


너는 이제 아무 말도 안 하는데
나는 아직,
너의 말을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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