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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Jun 26. 2020

Turbulence (난기류)를 만났을 때_영화 아님

좌석벨트는 상시 매 주세요. 특히 적도 부근!

난기류를 만나면 '관절에 무리가 오니 같이 흔들어 줘야 된다'며, 갤리 Galley(비행기 내의 주방)에 모여 커튼을 치고, 일명 개다리 춤을 추자는 개구쟁이 스타일 선배와 비행하던 입사 초년 시절이 있었다.


정말이지 매번 막내인 나를 골탕 먹이려는 수작에 한두 번 곤란한 게 아니었다. 음료 서비스를 하고 남은 걸 아까우니 가위바위보를 해서 마시자는 둥, 이럴 때마다 승객 Order를 핑계로 도망가기 일쑤였다.


이후 회사 내 안전 매뉴얼 준수가 강화되면서 다행히 이런 선배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았다.


Turbulence는 보통 두 가지로 나뉘는데  Turbulence  chime이 1회 울리면 승객들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체크하고 갤리 커튼은 거두어 묶어두고 화장실 내 승객이 없는지 확인하고 서비스를 계속해서 이어간다.


Turbulence  chime이 2회 울리면 심각한 기류 변화인 경우인데 이때는 승무원도 Jump seat에 벨트를 매고 앉아서 대기해야 한다.


2회 울리는 경우는 보통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동시에 chime도 울리는데,

이후에 비행기가 흔들리지 않아도 오랜 시간 동안 벨트 싸인이 꺼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기류가 잠잠해져 고요하니 슬슬 화장실에 가고자 하는 승객이 늘어나는데, 제지하는 것이 힘들 때도 있다.


‘흔들리지도 앉는데 왜 화장실도 못 가게 하느냐!’ 고 불만인 손님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비행기가 흔들릴 때보다 위험한 것이 바로

clear-air turbulence다. (이하 CAT)

구름이 없을 때 높은 곳에 생기는 난류로 주로 제트기류(jet-stream)에서 발생하며 적도 부근에서 잘 발생된다.


이런 경우는 비행기가 갑자기 쑥 아래로 떨어진다.

100-300미터 대중이 없다.


이 조용하고 무서운 고양이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간접 경험은 있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비행기에 도착해 짐을 보관하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사무장(객실 승무원 총책임자)이 기내 방송 장비로 지시사항을 전달한다.


이 비행기가 새벽에 동남아 00에서 오면서 CAT을 만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토물로 얼룩진 카펫 위치, 부서진 팔걸이 교체 작업을 한 좌석 번호 등을 불러 주고 청소 상태 및 작동 여부를 확인하라는 내용이다.


지연 도착해서 비행기 스케줄이 바뀐 상황이라,

정비사님, 청소 작업반 직원분들 모두 바쁘게 움직이시고

거기에 케이터링 Catering(음식 조달_대한항공, 아시아나는 자체 회사를 가지고 있다) 직원분들까지 한데 엉켜서 기내가 다른 때보다도 훨씬 분주하기 짝이 없다.


  '일평생 만날까 말까 한 CAT을 만나다니 참 운이 없네’라는 생각도 잠시, 바쁘게 움직여 정신없이 승객 탑승 시간을 맞추고 이륙했다.


첫 번째 식사 서비스까지 쉴틈 없다가 겨우 자리에 앉은 시점, 당시 나의 승무원 자리(Jump seat)는 비행기 꼬리 쪽에서 전방을 바라보는 위치였다.


앉아서 비행기 앞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세상에나!!! 천정에 사람의 머리카락이 끼어 있는 것이 아닌가?!!

(꼬리 쪽은 천정이 조금 더 낮다.)


비행에 다녀와서 회사 내 Report를 열어보니 정말이지 가관이 아니었다.


CAT를 만나서 비행기가 300미터 정도 추락했고, Bassitnet(아기 요람으로 비행기 벽면에 승객의 가슴 높이에 고정시켜 준다.)에 눕혀둔 아기가 날라서 공중에 떠올랐다가 다행히도 5열 정도 뒷 좌석 남자 승객이 받아서 외관상 다친 곳은 없었다는 내용.

(휴~, 아기는 천사가 지킨다더니, 천만다행이다.)


성인 남자 승객이 벨트 미착용으로 공중에 떠올랐다가 팔걸이 위로 떨어지는 바람에 엉덩이뼈를 다쳤다는 내용. 그리고 여러 명의 타박상과 열상, 구토 증상 등이 있었다. 얼굴이 찢어진 승객도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몇 명의 의사와 한의사, 간호사가 탑승하고 있어 응급 처치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의사마다 전문분야가 다르므로 이때 승무원은 기장을 통해 회사 내 의사와 연락을 취해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후~, Report 내용만 보아도 얼마나 공포와 안도가 교차하며 동시에 아수라장이 되었을지 상상이 간다.


내가 겪었다면 어찌했을지 생각하며 긴장감을 가지고 읽어 내려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만나지 않는 것이 최고다!

자이로 드롭 같은 놀이기구도 정말 싫어하는 나로서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꼭~! 항. 상. 좌석 벨트를 매고 비행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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