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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May 23. 2021

눈 속에 갇힌 치타

함께하는 삶

겨울 사진이 없어 차 그늘에서 쉬는 사진으로 대신해요

고양이에 빠진 요즘, 마냥 귀엽기만 하지만 치타가 마음을 몰라줄 때는, 인간인 내가 동물을 바라보듯 하나님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길고양이 치타를 처음 보았을 때가 생후 7-8개월 되었을 즈음이었다.

동네 고양이 중에 가장 작고 왜소한 게, 다리는 길어서 먹을 것만 있으면 눈치 보지 않고 요리조리 달려들었다.


사실 상가에서 기르는 ‘나비’라는 렉돌 품종묘에 반해 간식을 들고 놀러 갔다가 ‘치타’를 만나게 되었다. 나비는 하늘색 눈에 하얀 털 그리고 약간의 모카 크림색 얼룩무늬가 있는 고양이다. 가지고 간 츄르를 호두만 주고 싶은데, 치타 이 조그만 게 환장하고 달려드니 불쌍해서 조금씩 나눠주다 정이 들어버렸다.
이때만 해도 길고양이에 대해 그렇게 관심도 없었고, 깊이 생각하지도 않았다.


치타 묘생 첫눈이 내린 날, 갑자기 내린 눈이 차 하부 높이까지 쌓였는데 퇴근 후에 치타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걱정이 되어 밤 12시쯤 다시 나가 보았다. ‘치타~’하고 부르니 어디선가 야옹하고 운다. 역시 차 밑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소리 나는 쪽으로 가서 눈을 치우고 얼굴을 보니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이다. 차 밑에서 나를 기다리다 갑자기 내린 눈이 순간 쌓여서 사방이 막히니 눈벽에 갇혀서 꼼짝 못 하고 있었나 보다.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로서는 뚫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못한 것 같다. 귀엽기도 하고 나를 기다리다 봉변을 당했으니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고, 공주님 어서 나오세요.'  하며 눈길을 만들어 준다.


치타 못지않게 뻔뻔함과 들이댐의 극치인 길고양이 ‘젖소’가 저녁을 얻어먹으려고 내 뒤를 따라왔다가 치타를 발견하고선 어서 나오라고 응원을 한다.


역시 고양이는 고양이끼리 통하나 보다. 내가 나오라고 할 때는 꼼짝 못 하고 있더니, 젖소 발자국을 따라 치타가 한 걸음 한 걸음 나온다.


젖소가 '야!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듯 여기저기 누비는 모습을 보여준다.

치타가 '힝~ 차가운 눈이 싫어~!' 하면서 요리조리 피해 내가 만들어준 길도 마다하고 자기 입맛대로 길을 걸어 나온다.


사랑하는 치타보다 연륜이 쌓인 젖소가 인간의 마음을 눈치채고, 치타를 다루는 듯하다.


지능이 높은 양치기 개가 주인의 의중대로 양을 몰듯이 말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눈앞에 보이지 않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눈앞에 보이는 메시아가 더 중요한가 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삶을 살아 보이며 우리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자'가 말이다.


하나님의 뜻이 바로 인생의 목적이 되기 때문이다.
 


12시가 넘었는데, 주차장 통로와 입구, 건물 입구의 눈을 치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을 치워봤는데, 눈이 담긴 삽이 꽤나 무거워서 허리가 아팠다.
어느 젊은 청년이 와서 같이 돕는다.


하나님은 행하는 자에게 역사하시어 사람을 보내 돕고 인도하심을 깨닫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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