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일이 생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다가 잠깐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는데 젖소와 치타가 격하게 반긴다. 주인집 아주머니와 얘기하느라 아는 척을 못하고, 주인아주머니 가시고 나서 늦은 점심을 가지고 나갔다. 사실 주인아주머니는 건물에 같이 안 사시기 때문에 내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알면 괜한 핀잔과 주의를 듣게 될까 봐, 고양이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모른 척했다.
점심시간이 평소보다 2시간 정도 늦어서 배가 고팠는지 급하게 먹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점심을 못 먹어서 간단히 편의점에서 해결하고 그릇을 정리하러 갔는데, 치타가 기척이 없다.
보통 때면 내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자다가도 뛰쳐나온다.
삐진 건지 애정 하는 장소인 차 밑에 숨어서 안 나온다.
엎드려 불러봐도 눈을 안 마주친다. 표정을 보니 "나 서운함"이라고 쓰여 있다.
애써 달래보아요 예쁘죠?
사진을 찍었더니 몸을 틀어 누워버렸다
미안해~...
주인아주머니와 얘기하느라 애써 모질게 모른 척한 게 상처가 컸나 보다.
평상시 나의 닫힌 마음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깨닫게 되는 날이기도 하다.
사람과의 소통 능력이 부족했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런 내가 동물에게도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에 충격이 컸다.
마음이 아프다.
동물 키우는 사람, 특히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사람과 소통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물론 그들의 비아냥대로 친구도 없고 시간이 남아도니 길고양이에게 쓰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