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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Sep 07. 2021

고양이가 영물인 이유

말에도 파장이 있다고 했던가...


다 알아듣는구나...


길고양이 치타 새끼 6마리 중 4마리가 지지난 주 토요일(벌써 일주일이 지났구나 ㅜㅜ)부터 안 보여서 CCTV와 상가 분들 주변 거주하시는 캣맘 1분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최종 심증은 동네 깡패 냥이가 물고 가서 헤치지 않았을까 하는 게 제일 유력한 상황이다.


누군가가 냥줍 했다면 CCTV에 찍히지 않는, 길이 아닌 곳으로 와서 몰래 가져가진 않았을 것 같고, 4마리나 가져가진 않았을 것 같다.


사라진 다음 날 오후, 집에 들어가다 조용히 포복하고 있다가 졸았는지 나의 발걸음 소리에 깜짝 놀라 깬 '그 깡패 냥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기분이 아주 묘했었다.

한쪽은 눈병이 있어 눈 안쪽 살이 커져 있었고, 살도 통통하고 등치는 크지만 지쳐 보였다.

늘 동네를 훑으며 지나가며 고양이마다 공격하며 위세를 드러내곤 했는데, 워낙 사람 손을 타지 않으니 멀리서 몇 번 봤었다.

공격적인 대장냥이로부터 치타를 지키느라 쫓아내기도 했었다.


먹이 한 번 주지 않고 야생의 삶을 살게 한 게 화가 되어 돌아왔을까?


상가 분 중 캣맘이신 한 분의 말로는 지지난 주 금요일 오후에 어느 아주머니가 오셔서 '저 길 밑에 새끼 고양이가 죽어 있는데, 이 집 고양이인 것 같다.'며 알려 주시고 같다는 거다. 이 상가 주인은 '새끼 고양이들이 거기까진 안 갔을 거다. 여기 고양이가 아닐 거다.'하고 마리수를 세어보진 않았다고 한다.


2개월 된 새끼 고양이들은 치타의 보살핌 하에 절대 도로 밖으로 나가지 않았었다. 딱 주차장 경계선까지와 미니 정원이 어미로부터 허용된 공간이었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 보니 4마리 고양이가 안 보이던 토요일 오전에도 6마리가 다 안 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너무 빨리 움직이는 데다가 카메라가 위에서 내려다보는 각도라 구분하기가 힘들다.


그런 얘기를 들어서 인지 그날 밤 '꿈'에 100여 미터 아래 길에서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 시체를 보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목 앞쪽과 배 쪽이 파헤쳐져서 죽어가는 모습이었다.


특히 백호는 친화력이 좋아서 부드러운 발로 나를 만지던 그 감각이 너무 생생한데...... 자식 자랑하는 어미의 마음을 조금 보탠다면 "대우주 스타" 같은 느낌으로 재능과 지능이 탁월했다.


젖소와 치타의 좋은 점만 물려받은 것 같았다. '타고난 기질'이라는 단어를 이 새끼 냥이들을 보면서 더욱 깨닫고 이해하게 되었다.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던 어린 새끼들이 죽었다고 생각하니 분하고, 억울하고, 허무하고, 허탈하고, 한편으로는 믿어지지 않기도 했다. 일주일 동안 정말 우울했다.


주변에 개를 키우시는 분들도 많아서, 동물에게 선의를 베푸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는 분들도 없고,  등산하러 지나가시는 분들이나 학생들도 예뻐해 주시고,

상가 2곳이 전용으로 쓰는 주차장이라 차만 조심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왠 날벼락이란 말인가?


"고양이들아, 꼭 별나라에서 만나자.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별나라에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치타도 다른 낌새가 없어서 괜찮은 줄 알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표정이었다.

아마도 정신 줄을 잡느라 그랬나 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마도 추측 건데 살짝 졸던 시점에 사고가 난 게 아닌 가 싶다.


어찌 보면 새끼를 잃은 게 벌써 2번째다.

첫 번째 출산 후에도 혼자서 나타났으니......


잔뜩 긴장해서 더욱 민감하게 경계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더욱 지쳐있었다.


일주일이 지난 어제 9 5 일요일에는 신경이 곤두서서 사방을 경계하는 치타를 붙잡고 내가 아는 정보를 알려주고자 세계인의 공동 언어인 바디 랭귀지를 하며 얘기했다.


"치타~! 이쪽은 괜찮아~!

그놈이~ 이쪽(미니 정원 경계수를 가리키며)에 숨어 있다가 콱! 잡아채간 거 같아. 이쪽을 중심으로 봐야 돼."


그런데 신기하게 말귀를 알아 들었나 보다.

그 뒤로 바로 정원 돌 조경 밑에서 그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앉아 있는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다.


오늘도 가장 높은 곳인 택배 안치 대인 책장 위에 올라가 '그쪽'을 보며 앉아 있다.

보통은 건물 벽을 등지고 정면을 바라보고 앉아 사방을 살피는데 말이다.

남은 새끼 두마리는 팔레트 안에 숨어 있다 내가 가니 '빼꼼,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나온다.


혼잣말처럼 되뇐다는 게,

치타 앞에서 직설적인 말을 해버렸다.


"치타~, 우리 집에 새끼들 데리고 가서 같이 키울까?, 이제 겨울 되는데 너무 춥잖아~, 너도 힘들고... 6마리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지... 4마리도 못 지키고 죽어버렸잖아. ㅜ"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치타의 반응에 움찔했다.

코를 살짝 찌푸리며 으르렁 거리더니 내 손가락을 살짝 문다.

(길고양이이지만 그동안 내가 발톱에 긁힐 때마다 삐친 티를 많이 내서 이제는 힘 조절을 잘한다.)

뭔가 기분이 안 좋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더니 이내 졸려서 고개가 떨구어진다.

자책하며 쉬지 않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기름을 부었는지도 모르겠다.

무기력 상태로 들어간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아차! 실수했다 싶었다. ;;;

집에 들어와서도 내내 반성했다.

‘새끼 잃은 어미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한 것인가!!!’


어쩌면 이 모든 게 혼자만의 느낌이라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새끼를 잃은 어미의 마음은 충격이었으리라.
혹여나 누군가 데려간거라면 어미와 어떤 소통도 없이 냥줍을 하는 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산책하는데 굳이 따라다니는 젖소와 치타, 치타는 출산 후 처음으로 오랜만에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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