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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Sep 11. 2021

보고 싶은 4남매 고양

라니와 랭이 속에 백호, 별이, 레오, 꽃비도 있다

[커버 설명] 상남자 포스로 누워 있는 라니와 오빠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는 막내 랭이

6마리 중 2마리만 남은 어느 날..


라니와 랭이 속에 백호도 있고, 별이도 있고, 레오도 있고, 꽃비도 있다.
애써 아픈 마음을 달래 본다.


입주변 점이 난꽃 같아 라니라고 지었다.

라니와 놀아주다 보면 백호가 생각이 난다. 서열 1위라서 늘 내가 놀이 상대역이 되어 주는 걸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어떤 날은 상가 택배 박스가 높게 쌓여 있었는데 간격이 좁은 곳을 무리하게 지나려다가  떨어진 적이 있다. 자존심이 상했는지 주차된 차 밑에 들어가 몇 여분 숨어 있었다.

위로하고자 강아지 풀을 흔들었더니 바로 나와서 사냥 놀이에 반응을 한다.


아비가 되는 젖소를 닮은 듯한데 더 부드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 치타의 사냥을 잘하는 본능을 물려받은 듯한데, 수컷이라서 치타와는 다르게 공놀이를 좋아했다.


어느 날은 우연히 흘러들어온 쓰레기인 스티로폼 조각을 축구공 가지고 놀듯이 노는 모습을 보고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남자들은 공놀이를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지치지도 않는지... 고양이에게도 공놀이가 통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별이는 목덜미가 불가사리처럼 별 모양으로 하양과 무늬가 갈라져서 기억하기 쉽도록 지은 이름이다. 수컷이었는데, 화려하게 잘생겼다.  

백호와 별이는 독자적으로 움직일 때가 많았는데, 첫째와 둘째의 느낌이었다.


약간의 라이벌 구도랄까?


여기에 레오가 합세해 사냥 놀이의 재미를 더하고는 했다.


레오는 눈치도 빠르고 속도가 빨랐다. 얼굴은 치타를 많이 닮아서 잘생겼는데 다리는 젖소를 닮아 약간 O자형이었다. 처음엔 덩치가 작아도 성격상 수컷일 거라 생각했는데 암컷인 것 같았다.  눈이 혼자만 푸르스름한 빛이 돌았는데, 성묘가 되면 어떤 색으로 변할지 궁금했다.


백호, 별이, 레오 이 세 마리만 꼬리가 곧다.


나머지 세 마리는 엄마를 닮아서 꼬리가 휘거나 짧다.

 

꽃비는 얼굴에 하얀 부분이 많아서 미모가 돋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약간 여우 상이다. 여기저기 호기심이 많아 안 끼는 데가 없다. 어느 형제와도 친화력이 좋다. 대장 백호부터 막내 랭이까지...


이렇게 4마리가 없어졌는데, 상가 캣맘 분이 ‘예쁜 아이들만 골라서 데려간  아니냐 한다.


사실 나도 4마리가 없어지고 별의별 추리를 다 해 보았다. 그런데 4마리를 골라서 데려갔다기 보단, 새끼 고양이들이 없어진 시각 4마리만 카메라 사각지대에 있었고, 나머지 2마리는 쌓아진 택배 박스 위 박스와 벽 사이에 있어서 (고양이인지 사람인지) 눈에 안 뜨였을 것이다.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괴롭지만, 남겨진 두 마리를 보면서 백호, 별이, 레오, 꽃비를 추억해본다.


넷째 라니는 별이와 많이 비슷하게 생겼다. 얼굴 오른쪽에 점이 두 개가 있어서 란꽃 같다고 생각되어 라니라고 지었다. 뒷모습은 꼬리로 구분을 했다.

백호와 라니는 가장 나의 손을 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먹이를 먹을 때와 놀이 후 마지막 사냥감을 잡고 있을 때 '기회는 이 때다'하고, 쓰다듬어 주는데, 이 외의 순간에도 터치가 가능한 고양이가 백호와 라니다.


라니는 놀이를 할 때도 막내 랭이에게 많이 양보한다.

그만큼 주변을 살필 줄 안다.


이런 성향은 치타보다는 젖소를 닮은 것 같다.


1개월 미만, 책장 안에 숨어 지낼 때 랭이

막내 랭이는 얼굴이 어미를 닮아 전체가 갈색이다. 이름을 고민하다 호랑이로 지었는데, 암컷이라 랭이로 바꾸었다. 얼핏 보면 제일 못난이처럼 보인다. 사실 몸도 약해서 갓 태어났을 때부터 오른쪽 눈에 눈병인지 눈물이 항상 고여 있었다. 더위도 많이 타는 듯했다. 어느 날은 그늘에서 자고 있었는데 아픈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백호와 꽃비가 응원을 하는 듯 같이 체온을 나눠주며 자고 있었는데, 걱정되어 체온을 높여주는 허브 에센셜 오일을 발바닥에 발라주었다.


효과가 있었는지 그 뒤로 눈병도 낫고 몸이 회복되어 이제는 잘 뛰어다닌다.


다른 새끼들이 없어져서 두 마리만 데리고 놀다 보니, ‘랭이가 이런 성격이었나?’하고 놀란다.

이전에는 겁이 많아서 먹이를 줘도 멀리 있다가 도망가곤 했다.


사냥 놀이를 아주 좋아하는 랭이

치타처럼 빠르고 사냥에 집착하는 모습이 아주 악착같다. 사냥감을 물면 절대 놓치지 않고 (강아지풀) 목을 물어 끊어 놓는다. 레오가 생각나기도 한다...


라니보다도 속도가 빠르다. 젖소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항상 끼어드는데, 놀래서 도망갔다가도 다시 나와서 사냥을 한다. 그러면 그 속도를 성묘인 젖소가 못 따라간다.  


때론 힘보다 속도다.
랭이 뒷모습


뒷모습도 귄이 좔좔 흐른다. 귀여움의 절정이다. 얼굴도 턱이 짧아서 먹을 때도 유난히 촵촵 소리가 난다. ㅎㅎㅎ


먹이를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뒤에서  턱관절을 엄지와 검지로 얼굴 중앙 방향으로 눌러줬더니 그 뒤로는 소리가 안 났다.


발이 큰 편인 라니, 사냥 성공!
라니 뒷모습



두 마리를 한꺼번에 놀아주려니 양손에 강아지 풀을 들고 팔을 흔든다. 서로 엇갈리는 방향으로 흔들어 준다. 앉아서 한국 무용을 추는 것 같다. 내가 하면서도 웃긴다.


라니와 랭이 속에 백호도 있고, 별이도 있고, 레오도 있고, 꽃비도 있다.


기억할게~. 아가들아...

사냥 후 휴식 중인 라니와 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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