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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Jun 22. 2016

직원을 적으로 돌리는 회사

타자화, 그 간편한 위험 버튼

경영 - 사람을 대하는 태도


지금 봉건 사회로 돌아갈 생각이 있냐고 주변 사람에게 물어본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민사회가 형성되고 기존에 알지 못했던 인권에 대한 교육과 전승으로 그간 획득하기 위해 일군 노력들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이죠. 이런 의식은 국가 시스템을 이루는 외교, 군사, 경제, 정치 등의 시스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모태 역할을 해 왔습니다. 게임 '문명'에 보면, 항상 어떤 통치 패러다임이 개발되고 이후 이를 기반으로 기술들이 빌드업되는 식이죠. 기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기업의 경영이 일견 기술의 발달과 수요의 창출로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면에 있는 기업 이념입니다. 기업을 이루는 경영철학의 혁신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기업 내에 있다고 해도 이 기술은 기업을 이루는 인재를 통해 나오는 것으로 인재를 다루는 경영의 방향에 따라 이것이 실현되기도 퇴보하기도 하는 것이죠. 그러기에 기업의 인재관, 특히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중요한 것이라고 이전에 남긴 아티클에서 오래 다닐만한 직장을 판별하는데 중요한 기준임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육체 노동의 인재관 - 감시와 계도


사람을 다루는 태도 중에 중요한 것은 '직원을 어떤 존재로 바라볼 것이냐'입니다. 인적자원을 계발하는 기업경영의 명제는 명확하지만 이것을 성취하는 방법은 지금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육체 노동을 기반으로 생산성이 대부분 결정되는 시기에는 현장에서 최고의 효율을 올리는 육체 작업의 지침에 따라 표준적인 방법론을 준행하고 이것을 지키는지에 따라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한 소위 '왕도'라는 게 있습니다. 지금도 건설현장, 공장의 조립라인, 플랜트, 판매 서비스 현장에서는 의도한 육체작업을 고유한 기술에 따라 표준적인 시간으로 활용하는지 측정 중입니다. 여기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성과를 낸 이단들은 있어도 기존 것을 따르지 않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탕아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설계나 R&D 부서 고유의 역할인 것이죠. 따라서 지키지 않는 직원은 표준을 가르치고 혼내고 압박하고 따르지 않으면 축출합니다. 즉, 고대의 육체 노동 현장처럼 직원을 감시같은 관리를 하고 이것을 옆에서 계도하는 '인력'의 개념으로 인재 양성을 했습니다. 이 시스템에서는 측정이 중요하고 표준적인 매뉴얼이 중요하고 직원이 안 지키면 혼내고 이런 식으로 인재관을 가지고 경영진은 모든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셋업했고 관료제의 두터운 범퍼를 세웠습니다.



노동 패러다임의 변화가 초래한 인재 패러다임의 변화


하지만 기존에 힘들게 획득한 육체적 역량들이 기계와 전자, 통신의 도움으로 상당히 완화된 근래 100년간 이런 테일러식 직원 관리, 인재 양성의 패러다임은 바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에 뻔했던 도전의 수단이 이제 너무나 다양해져 버린거죠.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기업은 스스로 살 길의 주제조차 스스로 찾아 정해야만 하는 도전을 받게 된 것입니다. 무엇이든 그것을 테스트하고 실현하는 비용이 극소화되면서 실험은 높이 평가받고 소비를 창조할 수 있는 시간적 우위를 공급자가 쥐게 된 것이죠. 재화의 양은 많아졌지만 그만큼 다음 단계의 재화를 먼저 고민하고 프로토 타입을 테스트해서 준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확보된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기업 내부에서 외부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수단은 먼저 선점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차기 사회적 변화에 수반될 컨텐츠, 그것을 실현시킨 기술적 단계에 대한 선점 등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죠. 그러기에 인재는 단순히 표준화된 작업을 표준의 루트로 개선하며 표준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가'를 잘 정하는 것으로 이상적 기준이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자연적으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기업 소유주보다 개인 근로자의 권익이 향상되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는 IT, 스타트업 중심으로 나타나고 기존에 수요 변화가 적은 필수 소비재는 기존 자본의 힘으로 유지할 수 있기에 진척이 더딘 느낌이 있습니다.) 이제 인재를 바라보아야하는 관점이 표준적 작업을 준행하는지 윤리적 잣대를 가진 것처럼 작업 방법에 몰두하는 게 아닌, 포스트 모던한 사고력, 창의성 중심으로 변화하고 융합을 통한 기회의 실현으로 옮겨져 가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직원을 타자화 시키는 경영진, 부추기는 백오피스


이런 환경에서 인재는 더 이상 지적 받고 말투 하나, 복장 하나에 매달릴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새로운 융합과 창의성, 명제 찾기의 주도성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기에 인재를 미워하고 원래 할 표준을 정해주고 따르라는 것은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잃는, 육체 노동 중심의 산업에서만 가능한 일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문제는 경영진이 직원들을 미워하는 수준, 즉 경영진이 직원을 다른 그룹으로 타자화시키는데 있습니다. 이런 긴밀한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시기에 집단이 갈라지는 계기가 되는 것은 과거의 인재관을 가진 경영진이 실무자의 변화무쌍한 모습에 그들을 계도할 필요가 있는 집단 정도로 여긴다는 것이죠. 이것은 여러가지를 통해 실제로 나타납니다. 내부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알리는 방식이나 업무 프로세스를 경청하고 개선하는 방식, 직원 채용의 질문이나 복리후생이 증감하는 모습과 이것의 소통 방식 등 작지만 직원들이 느끼기에 마음에 걸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현실에 나타납니다. 작게 보이는 이런 점에서 경영진은 더욱 혹독하고 빡세게 살아남으려는 백오피스의 과한 결정을 토대로 직원들을 밀어붙이지만, 우수한 직원일수록 이런 인재관을 먼저 알아차리고 스스로의 창의성과 사업을 실현시키고 싶은 욕구로 먼저 빠져 나가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런 일이 진행되면 경영진이 깨달아야하지만 보통은 망할 때까지 진짜 깨닫지 못하죠. 진짜 경영의 힘이 분권화되지 않을수록 더 강한 계획을 올려서 기존 패러다임을 강화시키는 백오피스들의 안일한 자기생존의 욕구가 이 과정에 투영됩니다. 어떤 기술을 도모하고 어떤 시장에 탐을내도 그것을 실현할 인재는 떠나가고 마음이 멀어져 있는데 일이 제대로 될 수가 없겠죠. 이런 조직은 속도가 나지 않고 잘해야 현상 유지의 결과가 나타납니다.



인풋을 변화시킬 경영진의 처리 프로세스 바꾸기


답은 명료합니다. 경영진의 인재관이 바뀌어야 합니다. 단순히 대화를 자주하고 현장에서 들으란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풋을 아무리 많이 한다해도 그것을 처리하는 프로세스가 과거와 같다면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들어도 그만입니다. '정답은 없다', '나는 잘 모르지만 직원들을 믿겠다', '인재는 관리될 수 없는 것이다'라는 의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기존 패러다임을 강화시킨 백오피서를 축출하고 변화된 인재관을 실현할 다양한 방법 - 바운더리를 정하되 개입하지 않는다, 성과를 확인하되 과정을 도와주지 참견하지 않는다 등 - 을 통해 실현되어야 합니다. 아니면 기존처럼 말 한마디, 보고서 글자 하나에 사람이 쉽게 함부로 판단되어지고 누구도 진짜 이야기는 하지 않는 조용한 사무실이 연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직원은 모두 하나여야 하고 누구를 미워하고 누구를 지적하는 것은 없어져야 합니다. 대신 토론하고 설득하고 책임을 같이져야 합니다. 유체이탈의 화법으로 경영하면 누구도 그 아래에서는 일하기 싫어합니다. 직원을 계도하겠다, 왕도를 가르치겠다 식으로 나오는 경영진의 과오가 그렇습니다. 컨설팅 회사의 다양한 전략 프레임도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바뀌어 왔습니다. 어떤 컨셉도 영원하지 않듯 왕도가 있을거란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그러면 직원들의 목소리가 존중되고 경영진도 내가 누구를 미워할만큼 특출나지 않고, 경영은 조직으로 일하는 것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게 바보 같은 아주 유순한 이야기로 들린다면 한 번 해 보면 그렇지 않음을 곧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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