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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Mar 25. 2016

직무의 권한과 책임

필요한 자리인가, 왜 일할 수 없을까

요즘 구조조정 많이 합니다. 구조조정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새로운 사업 플랫폼에 맞추어 조직 구조를 바꾸고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면 정말 좋지만, 단순히 현재 플랫폼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있는 사람을 줄이는 것이라면 정말 최악의 행동일 것입니다. 이런 잘못된 판단 중에서도 제일은 필요한 업무를 없애버리고 필요없는 직무를 그대로 살려놓는 것입니다. 업무 시간에 열심히 일해서 실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사라지고 매일 커피만 마시러 다니는 사람은 그 자리를 유지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런 것은 차라리 완벽하게 악한 경우라서 그냥 '나쁘다'라고 하면 되지만 찝찝한 것도 있습니다. 아무 성과를 낼 수 없는 사람을 남겨두고 계속 그 일을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사람은 누군가의 성과를 위해 있는 자리입니다. 이 자리만으로 고유한 성과를 증명하기 어려운 케이스입니다. 이렇게 따지고보면 기업에서 '직무'라는 것의 정의가 참 없거나 있다고 해도 정말 의사결정에 필요한 시기에 아무 고려도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함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의 직무를 어떻게 정의하고 정리할 수 있을까요? 단서는 '권한'과 '책임'에 있습니다.



1. 어떤 책임을 질 수 있을까

고유한 과업이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어떤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의사결정을 통해 현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면 이 직무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단순히 우리가 '관리'라고 말하거나 '해도 되고 안해도 티 안나는' 업무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업무들입니다. 대부분 하이어라키가 강한 조직의 상부구조에서 이런 직무가 많고 옛날 플랫폼을 쓰는데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경우 우수 인력을 이런 곳에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영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이익을 얻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백미인데 어떤 책임도 질 수 없다면, 어떤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그것에 감수할 리스크가 전혀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 직무입니다. 전체적인 업무를 재정의하면서 이 직무가 어떤 의사결정을 하고 어떤 책임을 지는지 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2. 책임을 감수한 성과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책임은 직무의 본질이 아닙니다. 본질은 창출하는 성과에 있습니다. 직무가 어떤 역량이라면 역량이 실현된 것이 성과입니다. 직무가 어떤 성과지표로 설명될 수 있는지가 뚜렷하지 않으면 창출하는 가치가 없고 직무가 아닌 겁니다. 문제는 창출하는 성과의 성격에 있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매출과 이익으로 검증할 수 있는 성과도 있겠지만, 이것을 하기 위해 인프라를 만들거나 정보를 유통하고 저장하는 등의 백오피스 업무도 있습니다. 그런 직무가 실제 있다고 해도 고유한 성과지표를 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직무가 지금 우리 조직에서 갖아 먼저 해결해야 할 주제가 정리된다면 그것에 맞추어 지표를 정하면 될 일입니다. 만약 뚜렷한 성과지표를 내놓을 수 없는 직무라면 현재 직무가 어떻게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누구도 모르는, '희망고문'의 직무일 것입니다. 이런 직무는 업무 흐름상 걸쳐있는 직무와 통폐합하거나 아예 아웃소싱을 주는 편이 더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3. 성과를 낼 수 있는 권한과 도구를 갖고 있을까

직무가 져야 하는 책임도 분명하고 성과 지표도 있는데 아무 권한이 없으면 이것은 징벌에 가까운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이런 직무가 기업 내에서 적지 않습니다. 비지니스 프로세스를 전반적으로 검토하면서 권한이 없는 직무가 있다면은 보통 그 권한을 상위 관리자가 전권을 갖고 있다거나 책임은 지지 않는 백오피스가 권한을 사실상 쥐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권한의 조정이 꼭 필요합니다. 아니면 권한만 갖고 있는 직무에 책임과 성과지표를 같이 물어야 합니다.



이런 내용들로 직무를 재조정한다면 회사가 그동안 방치한 직무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이 고이는' 직무죠. 누구나 맡기 싫어하고 우수한 인재를 배치하지도 않고 넣는다해도 금방 그만둬버리는, '나쁜 회사'가 전형적으로 갖추고 있는 직무입니다. 이런 직무가 있다면 없애고 이 직무로 도움을 받기만하는 타 직무가 이 책임과 업무를 모두 가져가야 합니다.



1. 다른 사람의 성과를 돕기만 하는 직무

한 가지 유망 직무가 산업의 변화 안에서 생겨납니다. 처음에는 제대로 직무의 골격을 갖추어주기 어렵기 때문에 이 직무 반경에 있는 업무 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은 아래 보조 직무를 세워 이 일을 하게 합니다. 보통 '안정적인 사람', '관리를 좋아하는 사람',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포장지로 성장할 수 없는 일을 잔뜩 맡깁니다. 이런 직무는 물론 책임질 것도 성과지표도 권한도 모두 모호합니다. 모두 성과낼 본 직무와 얽혀있죠. 일만 실컷하다가 버려지는 직무입니다. 이런 직무부터 없애고 해당 직원은 성과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직무로 옮겨줘야 합니다.


2. 고유한 성과 지표가 없는 직무

회사 내 권력관계 변화로 성과지표만 사라진 경우입니다. 다른 직무를 돕는 게 아니었고 지금도 어엿한 부서 이름이 있지만 낼 수 있는 성과가 없는 것이죠. 이런 직무는 프로세스의 하나의 단계를 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지니스 변화에 따라 업무 구조가 바뀌면서 이젠 이 일로 할 수 있는 성과가 매우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기업 비지니스 구조 변화에 대해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을 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됩니다. 즉시 기업의 목적과 타겟, 업무 구조와 역량 재정의 및 확보를 통해 전체적인 직무 재정의를 다시 해야합니다.


3. CDP가 사실상 없는 직무

그 직무를 하면 다음에 할 일이 없는 일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 직무로는 과장 이상 한 케이스가 없는 일이죠. 끝이 보이는 일에 인생을 걸면서 매진할 사람은 드뭅니다. 아주 경제적인 니즈 외에는 드뭅니다. 이 직무가 정말 가치있는 일인데 CDP가 없다면 기업의 권력 지형 상의 왜곡이 문제입니다. 중요한 일이 덜 중요한 일의 도구가 되는 꼴이죠. 해당 직무 라인에 더 상위 직급을 만들고 고유한 책임과 성과 수준을 정의해야 합니다. 중요하지 않은 직무라면 아예 아웃소싱을 하는 게 맞습니다. 인사적체가 일어나는 직무가 조직 내에 있는 것은 조직 내에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합니다. 눈치와 권력투쟁만 야기합니다.



직무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문제입니다. 안되는 기업은 사람에 대한 철학도 사실 없기 때문에 직무에 대해 별 신경 쓰지도 않습니다. 책임도 성과지표도 권한도 없는 직무, 남을 돕기만 하고 성장루트가 보이지 않는 직무가 넘쳐납니다. 특정 직무, 특정 라인만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고 나머지는 이것을 돕는 구조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기업에 핵심 역량은 있어도 핵심 직무란 존재 할 수 없습니다. 물론 반도체 기업이 연구직이 재무보다는 더 중요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 직무마다 고유하게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주제가 쉼없이 있습니다. 비지니스는 한 직무가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전체 직무가 시장의 변화에 맞게 고유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하나의 전략을 중심으로 발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부서만이 리딩하는 기업은 전체적인 성과가 날 수 없습니다. 제약이 있는 수준에 해당되는 아웃풋만큼만 아웃풋의 질과 양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직무 때문에 면담이 잦은 기업이라면 반드시 비지니스 재설계에 대해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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