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가장 불편한 사람은 기획자
데이터 거버넌스(data governance)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데이터의 가용성, 유용성, 통합성, 보안성을 관리하기 위한 정책과 프로세스를 다루며 프라이버시, 보안성, 데이터 품질, 관리규정 준수를 강조한다
- 위키백과 ( Laudon, Kenneth C, Jane P.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s 12/E: Managing the Digital Firm P. 260》)
기획자가 분석을 통해 인사이트를 찾기 위해서는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빅데이터 시대에 데이터를 통해 인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데이터를 파다 보면 핵심적인 지표는 정작 확보되어 있지 않은 난감한 상황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최근의 기획 영역 중에서는 데이터를 기획하는 것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데이터의 수집부터 품질 관리, 처리 방법, 얻고자 하는 결과물까지 정의하는 역할이죠. 해외에서는 CDO (Chief Data Officer)의 직함으로 데이터 관리 책임자가 별도로 있을 정도입니다. 기존의 경영 중심의 기획과 IT에 해당하는 영역이 합쳐지는 지점에서 이 역할은 더욱 강조될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은
원하는 데이터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전통적 산업군에서는 데이터 수집에 대한 정의조차 희박한 상황이고 IT 기반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해도 자금이 부족하면 원하는 데이터를 손에 얻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데이터는 암묵지로 남아 수집되지 못하거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의 서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 맞이하는 출발점일 것입니다.
만약 전통적 기업에서 기획을 하면서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이나 데이터 활용 경영에 대한 기획을 하는 입장이라면 데이터를 통해 어떤 형태의 결과를 가지고 무엇을 기여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고 그것에 맞는 데이터를 정의한 후 실제 서버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낙담을 합니다. 사람이 입력하는 수많은 필드의 데이터를 보는 것은 그래도 뭐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지만 아예 없는 게 부지기수기 때문이죠.
과거 부서에서 우리가 판매하고 있는 상품을 개선하기 위해 고객에게 찾아가서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기업 활동의 당연한 과정처럼 보이는 일이지만 이것 하나 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이죠. 어떤 상품을 산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볼 것인지 정해야 하는데 누가 무엇을 샀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이 질문이 너무나 어려웠던 것입니다.
지금도 대형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끔 벽에 붙어서 종이에다 뭔가를 적는 분들도 있지만 저도 그렇게라도 데이터를 인위적으로 수집하고 적재해서 분석하는 일로 기획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고객 멤버십이 있어서 누가 무엇을 샀는지 알면 참 좋을 텐데 전통적인 기업이라 업태 자체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어서 그건 불가능한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인구통계학적으로 연령대나 성별, 지역에 따라 누가 많이 사고 누가 많이 안 산다 정도는 몇 주간의 노력으로 대충의 유효 고객 수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엄청난 주먹구구죠.
고객이 최고라고 부르짖는 많은 기업들도 상당수는 고객 데이터를 경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기업에서 기획자는 설문조사나 고객 관찰 등 각종 편향될 우려가 있는 방법으로 데이터를 스스로 모으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어떻게 자동화해서 서버에 안정적이고 높은 품질의 데이터로 남게 하는가가 장기적인 경영 활동 및 CRM을 개선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행동 여정을 그려보면
어떤 데이터가 빠져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전에 고객이 정보를 어떤 경로를 통해 받게 되는지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고객의 행동 여정은 그것보다 더 큰 범위의 다른 내용입니다. 정보 탐색이 정보를 창조하고 먼저 받아들인 사람을 찾는 과정이라면 고객의 행동 여정은 고객의 습관적 쇼핑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으며 그 습관에 개입할 여지는 무엇인지 정의하는 과정입니다. 고객이 어떤 필요를 발견하고 그것을 풀어 줄 상품을 찾는 정보 탐색을 하게 됩니다. 정보 탐색에 영향을 주는 여러 사람과 매체에서 정보의 연결이 별도로 더 분석되는 것이죠. 고객이 정보를 찾으면 비교를 하게 됩니다. 비교는 고객의 가치관에 따른 기준이 있는데 이것 역시 정보 탐색에 영향을 준 대상이 개입할 경우가 많습니다. 비교는 1차적인 정보와 함께 2차로 실제 판매가 일어나는 곳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의 이동경로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그중에서 구매 포기를 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여기서 발생하게 됩니다. 사실 이커머스는 이런 로그 정보가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지만 오프라인은 수집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래에도 일정 수준의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있을 거라는 가정 하에 한 고객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어떻게 하나로 이어서 활용하고 있는지 고객의 행동 여정을 모두 그려볼 수 있는 데이터 고리의 완성이 필요합니다. 기획자가 그 지점에서 기획할 일은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그나마 CRM보다 SCM에서 데이터를 통한 관리는 높은 비용 절감 및 효율을 보이면서 실제적인 성과를 더 잘 내는 것 같습니다. 공장의 기계마다 센서를 달아서 고장이 발생하는 원인을 찾고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패턴들을 분석해서 기계 고장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예방활동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는 중공업, 석유화학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우수 사례가 모이고 있습니다. 아직 이런 기획이 없는 기업이라면 기획자가 우수 사례를 미리 알고 이것을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과제로 넣을 수도 있습니다.
기존에 ERP를 구축하면서 중요한 지표들을 고객 행동 여정에서 정해서 만든 기업도 데이터 수집의 빈 영역을 새롭게 기획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 대부분 ERP 교체 주기가 10년 이상이기 때문에 그 사이 바뀐 프로세스나 기존 모듈 구성으로 충분한 고객 행동이 설명되지 않는 업태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ERP 구축을 새로 하면서 이런 부분을 BI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 기획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됩니다. 대부분 이런 프로젝트를 리딩 하는 소속은 IT 부서지만 IT 부서가 현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모든 분야를 다 만나볼 수도 없으니 결국 기획이 현업 PI가 되어 참여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다소 기획의 영역이 넓어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 품질 관리는
데이터 수요자가 가장 잘 알 수 있습니다
기존에 없었던 데이터가 잘 수집되어 DW 등 활용할 수 있는 공간에 저장된다고 해도 기획자가 제대로 된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품질 관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과거에는 전통적으로 Data Architect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관리하는 영역이지만 비즈니스 의미까지 알면서 데이터의 품질을 관리하기 어려우니 현업 기획자의 노력이 여기 더해집니다.
데이터 품질이라고 하면 데이터 중에서 특정 변수가 비어 있는 경우가 많이 없는지, 데이터 중에서 이상치에 해당하는 값이 입력되어 있지 않은지, 최신성을 유지하면서 경영 정보가 가용할 수 있는 것인지 등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입니다. 데이터 품질이 좋지 않으면 겉으로 데이터가 있다고 해도 활용할 수 있는 실속 있는 데이터가 적고 없는 값이 많아 전체 관측치 중에서 실제 결과로 이어지는 관측치는 극히 적어 대표성이 떨어지는 문제 등이 발생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고객 멤버십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에 대한 인구통계학 정보 및 고객의 구매, 행동 정보를 알 수 있게 된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분석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데이터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고객이 가입할 때 직접 입력한 정보가 부정확한 부분이 많고 특히 결혼 여부나 자녀에 대한 문항은 고객이 가입한 이후 변할 수 있는 정보지만 특별한 관리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라면 가입 당시의 정보로 계속 남아 있어 분석해 봤자 제대로 된 인사이트를 주지 못합니다. 기획자는 본인의 분석 결과를 위해서도 데이터 품질 확보를 위한 이벤트 관련 캠페인이나 직원이나 외부 데이터 교류를 통한 식별 방법 등을 기획해야 합니다.
사실 기획하면서 생명은 논리력이고 논리의 자신감은 데이터를 통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데이터 자체가 믿을 수 없는 경우라면 논리도 사라지면서 기획자 개인의 자질까지 의심받는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 물론 빈 데이터 속에서 야근을 하면서 집에 가지도 못하지만 건질 것 없는 보고서만 치고 있는 일도 생깁니다. 총체적 난국이죠.
그래서 데이터 품질에 대해
체크하고 기획하는 것은
IT 부서만의 일이 아닙니다.
전사적인 일이죠.
자금이 흐르는 것이
기업활동의 핵심 중 하나이듯,
정보가 흐르는 것이
기업활동의 중요한 축이니까요.
이렇게 데이터의 수집과 적재, 품질까지 생각하다 보면 단순히 IT 부서 혼자만의 일이라든지 수집할 범위를 정하는 수준의 일이 아니라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실적과 함께 실적에 대한 데이터를 남길 수 있는지 아예 일하는 방법이 데이터 중심이 되어버리도록 시작하고 끝나는 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른바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data-driven 한 기업 문화죠. 처음에 뭔가 구축하고 오픈할 때 단순히 돈만 정산하는 수준으로 시스템을 설계하지 않고 데이터가 쌓이고 품질을 보장할 수 있으며 연속적으로 자동화되는 안정적인 플랫폼을 고려하는 것이 같이 가게 됩니다. 일을 두 번 하지 않아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고객과의 접점을 오프라인에서 갖고 있는 기업이라면 접점에 위치하는 직원이 고객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도 달라집니다. 단순히 빨리 많이 팔기 위한 일에서 그치지 않고 정확한 데이터가 자동으로 적재될 수 있도록 현장에 위치기반의 센서가 들어가게 되고 결제 시스템도 더 세분화됩니다. 현장 직원들이 뭔가를 하지 않고도 이것이 되면 가장 좋은 일이지만 초기에는 사람의 바뀐 일하는 방식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한 부서가 데이터 수집을 기획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고객과 만나는 최접점까지 어떻게 일할 것인지 방법이 달라지는 일이죠. 큰 일입니다.
데이터 거버넌스를 기획하는 일은 기획의 영역 중 가장 최근에 생긴 분야입니다. 당연히 기획 업무의 필수 재료 같이 느껴지는 레퍼런스도 잘 없죠. 대부분 해외 기업의 것입니다. 가트너(Gatner) 등 해외 컨설팅 업체의 자료나 전략 컨설팅 기업의 자료가 많습니다. 자료를 찾는 것도 어렵지만 설득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기업 내부에서 공격이 많이 들어옵니다. 비용으로 생각하니까요. 공장을 짓는 것 같은 투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당장 성과가 흐릿한 비용으로 인식하는 관리자가 많은 상황에서는 어려운 길입니다. 하지만 기획의 다음 방법론은 연역적인 사고와 귀납적인 분석이 만나는 접점에서 더 많은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길이지만 시작해야죠. 중요한 것은 한 번 시작한 일은 중간에 성과가 부진해도 유의미한 중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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