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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ep 25. 2023

이직의 원인이 '나'는 아닐까

#7. 환경이 아닌 나의 성격

주변 사람들의 커리어에 결정적 순간들을 리뷰하면서 어떤 결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함께 살펴봅니다. 물론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여기서 말하는 평가는 개인적인 견해이므로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제게 메일 등으로 커리어에 대해 질문해 주시는 것에 대한 작은 대답이 되었으면 하는 차원에서 이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커리어 성공의 평가는 철저히 자기만족입니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발견한 만족과 불만족을 공유드리며 여러분의 커리어에도 만족스러운 부분이 앞으로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7. 환경이 아닌 나의 성격



연봉 추이 (추정)

- 1년 차 3,200만 원 (첫 회사)

- 5년 차 5,000만 원 (이직 전)

- 8년 차 7,100만 원 (이직 후)

- 9년 차 없음



포인트

나에 대해 진실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들고 커리어 고립에서 벗어나자




사람마다 성격이 다릅니다. 묵묵한 성격이 있고 민감한 성격이 있습니다. 둔한 사람이 있고 미리 몇 수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타고난 것이기도 하고 훈련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내 성격은 결국 내가 잘 되는 방향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아니면 성격에 내가 지배되어 버리죠. 오늘 소개할 분은 아주 똑똑한 친구입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옆에서 지켜보면서 성격이 커리어를 지배해 버린 케이스입니다.



이상적이고 똑똑하지만 사회성과 정보가 약한 친구입니다. 그래서 일하면서 느끼는 회사 내부의 잘못된 프로세스와 불의를 참지 못합니다. 사실 참지 않고 프로세스를 바꾸고 성과를 내는 게 가장 좋은 모습이죠. 하지만 과정에서 너무 직설적이고 지혜롭지 못했습니다. 주변에 이슈를 들고 싸우다가 조직에서 관성대로 일하는 상사들과 파열음을 내고 어느 순간부터는 싸우지 않고 대강하면서 불만을 표현하는 것으로 커리어 초반이 굴곡지게 되었죠. '왜 그렇게 일하고 있을까', '어느 부분부터 서서히 바꾸기 위해 접근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다소 부족했기에 나온 결과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첫 회사에서 특유한 명석함으로 중요한 일들을 초반에 맡다가 주요 리더들과 이런저런 파열음을 낸 이후로는 야망 없이 그냥 회사 생활을 하게 되었고 다만 모든 일에 불만이 쌓이면서 같이 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사람이 되어 갔습니다. 그를 잘 알았던 사람이나 같이 불만을 어느 정도 공유하는 사람들은 그와 일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 대하고 어떤 방향에서 서로 선을 정할지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이 왜 그런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고 그는 같이 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어중간한 연차의 동료가 되어갔습니다.



당연히 상사들이 평가하는 성과 평가는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고 승진 등에 영향을 주면서 연봉 등에도 그의 명석함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이직을 생각한 게 당연한 결과였죠. 갈수록 회사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친한 동료들도 몇 없었으므로 (제가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점점 쌓이는 불만을 어떻게 제어할지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직을 생각하며 간 타 회사 면접 자리에서도 면접관의 질문이 애매하면 그 자리에서 다투고 돌아와서 같이 이야기했던 기억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의 스펙은 좋았고 여러 회사 중에서 한 회사로 그리 어렵지 않게 이직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회사에서 그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워라밸이라고는 없는 회사였기에 그는 자신의 에너지를 다 갖다 바치면서 새 직장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회사보다는 외부에 알려진 부분이 더 크고 좋은 회사였습니다. 그도 이런 기대로 합리적이고 더 스마트하고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과제들을 최신의 방법으로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직한 회사의 시작부터 주요 리더들과 일하면서 그들의 무지함과 무례함을 느끼게 되었고 많은 양을 일하면서 그 고통이 배가되었습니다.



"어디서 그런 방법이 있다고 들었는데, 내일까지 이 부분 각 개체 단위로 예측 모델로 예측해 줄 수 있어요?"


"어떤 방식으로 추정했는지는 잘 들었는데, 여기서 이 숫자를 이렇게 올리는 게 어때요?"


"나는 'OOO 효과'라는 것이 있다고 봐요. 그러면 지금보다 매출이 이 정도는 더 올라갈 것 같단 말이지. 내일까지 검토해 보고 다시 만나요."


"아니, 여기 자료에 표를 이렇게 추가 구성을 해야지. 이거 전체 오후까지 수정해요."



일을 해가면 이런 부류의 답이 오면서 이 친구는 의욕을 잃어갔습니다. 전문성은 이 친구가 더 있었는데 상사들이나 동료들은 자기 생각으로 이 친구의 결과물에 의견들을 달았습니다. 여기서 선택할 수 있었는데요. 체계적으로 이 사람들을 설득하는 방법이 있죠.



"이 방법은 이 과제와 조금 다른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그래서 이와 유사하지만 차라리 이 사례와 맞는.... 방법으로 진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기서 이렇게 숫자를 올리면 이 부분이 틀어지게 되면서 너무 과대해지는데 그렇다면 이 부분을 차라리... 이유로 이 정도로 해 보면 최근 경향과 맞는..."


"그런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검증은 필요할 거 같아요. 과거 사례들을 통해 실제 이런 부분을 놓쳤는지 확인을 하면서.."


"이런 의도로 표 구성이 이렇게 필요한 것이었는데 이런 의도가 여기 이렇게 필요한지는 몰랐는데 그런 의도라면 이 부분 표를 넣고.."



압니다. 저도 이런 게 다 통하고 가능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하드코어 한 수직적인 사람과 직장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남의 의견과 내 생각을 섞어 가면서 일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반합의 과정이 필요하죠. 물론 누울 자리를 보고 뻗는 게 처세의 방법이지만요.



이 친구는 첫 회사의 과정이 그대로 되살아났습니다.



"안됩니다. 그렇게 다 못해요."


"그거는 근거가 없잖아요."


"그런 효과는 처음 들어 보는데 저는 못하겠습니다."


"네."



말 자체보다 표정이나 말투에서 척을 지게 되었고 꽉 막히고 자기중심적이었던 그 회사의 리더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습니다. 회사 생활이라는 게 사실 진실을 찾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일,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내부 수요에 부응하는 결과가 더 나은 처우를 받는 게 아프게도 현실이라 안타까웠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로봇 '타스(TARS)'는 유머 비중을 세팅하는 숫자에 따라 말을 다르게 해서 영화 내내 웃음과 감동을 주었었는데요. 사회생활 자체가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튼튼한 실체적 진실 위에 살짝 덮혀진 유머와 포장이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닐까 하는 거죠. 이 친구는 그게 비해 유머 0%로 설정된 부분에 다혈질적인 성격이 어느 직장을 가든 한 일에 비해 평가를 덜 받게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을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어떤 사람한테는 진실은 50%로 어떤 사람에게는 60%로 하다가 정말 나를 아껴주고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거기서는 진실 100%로 (100%는 너무 위험하니 95% 정도?) 풀어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합니다.




이 친구는 다시 이직을 알아보게 되었고 역시 그 과정에서도 많은 파열을 만들어 냈습니다. 지금 직장에서 의욕을 잃으면서 팔로워십이 전혀 없어졌고 많은 부분에서 이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갔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 사회생활에 지친 터라 면접에서도 유머 0%를 유지했고 그를 원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는 일단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고 지금은 쉬고 있습니다.



회사 생활은 결국 사회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부분이 먼저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력은 일하면서 알게 되는 것이고 직접적인 실적이 바로바로 보이는 개발이나 영업이 아닌 이상 실력이 또 도드라지게 보이지 않는 직무도 많습니다. 평가는 결국 너무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죠.



이 친구는 남들이 보았을 때는 선망의 회사를 잘 거쳤고 실력도 내재되었지만 결국 회사 생활 자체와 잘 맞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누구의 업무 지시를 받거나 하는 부분이 대부분인 회사 생활과는 맞지 않는 성격이었을지도 모르죠.



굳이 성격이 아니더라도 업무 처리의 방식에서 이런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과정을 못 견디는 부분 때문에 중요한 프로젝트 중간에 이탈하는 성격이라든지, 늘 무의식적으로 주변 동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 때문에 어딜 가든 문제가 된다든지, 늘 안 좋은 부분만 보이고 확대되는 눈이라든지 하는 것이죠. 물론 이직은 나의 전략과 필요에 따라 해야 합니다. 하지만 환경이 아닌 내게도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이동을 하는 게 본인을 위해서 낫습니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는 거야



유명한 만화 대사인 이 문장은 남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싸우라는 뜻입니다. 급진적으로 바꿀 수 없다면 회사든 나든 체계적으로 바꾸어 나가 봅시다.




[다음 연재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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