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Feb 09. 2016

회의만 하다가 집으로 갑니까

늦게 퇴근하지 않아도 성과내는 조직

오늘도 여러 부서들 간의 회의로 바쁜 하루. 회의를 월요일부터 화요일, 수요일, 그리고 간헐적으로 잡히는 목요일 이후 회의까지. 뭐 특별히 가치 있는 고객사와의 미팅보다는 우리 안에서의 미팅이 더 많은 회사가 있습니다. 회의 자료를 준비하고 회의 장소를 잡고 회의 아젠다를 정밀히 사전에 알린 다음 몇 시간의 보이지 않는 샅바 싸움을 늦은 저녁까지 뚝딱 해치우고는 퇴근하는 막차에서 우리는 뿌듯한 하루였다고 느낄까요? 아니, 전혀 아니죠. 이렇게 여기까지 온 자신의 커리어를 회의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대기업병’의 다른 이름, 회의입니다. 회의는 안할 수 있다고 맘 먹으면 안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회의는 조직 구조의 결과물이고, 권한과 책임이라는 회사의 가장 중요한 권력관계를 드러내는 단면입니다.


회사란 무엇입니까? 혼자 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서 누군가가 혼자 하던 일을 나누어 맡게 되고, 나누어 맡은 일을 서로의 업무 영역에 최선의 시너지가 나오도록 조직된 것. 그들은 이익을 쫒지만, 이익은 항상 조직 밖에 있으며 내부에서는 더 많은 기회 탐색과 실행, 발 빠른 피드백이 전제된 조직이지만 우리는 야근하고 난 막차에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요?


사람들이 중요하게 말은 하지만, 정말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 게 조직 구조의 권한과 책임을 재조정 하는 일입니다. 나라로 치면 혁명이고, 전제군주 시대에는 왕조가 바뀌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 정도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이익을 쫒는, 특히 고객의 이익을 쫒는다는 조직에서 이런 변화는 매우 피동적이고, 대리인 성격의 경영자와 같은 월급쟁이인 인사팀이 아주 느리게, 되도록 자기 선에서 갈등의 양상을 만들고 싶지 않은 필연적인 환경 속에 그냥 굴러갑니다.


예를 들어, 영업부서에서 경쟁사 대비 상품을 매력적으로 못 보여주는 유통망과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바꾸려면 몇 명과 논의해야 할까요? 그리고 그 논의는 얼마간의 시간과 접촉 빈도를 거쳐서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모습으로 짠 하고 나타날까요? 당신의 회사는 이런 것을 측정해 본 적이 있습니까?


회의는 권한의 분립에서 나타납니다. 권한을 나누었다면 기대했던 이득도 있을 것인데, 그런 것을 피드백 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했다고 해도 실행까지는 서로 나뉘어진 밥그릇 싸움 - 특히 그런 조직의 리더들끼리의 통합 문제 - 으로 매우 더디거나 안 하거나 하겠죠. 이런걸 고민이라도 했다면은 괜찮은 관리자이겠으나, 대부분은 어깨에 힘들어가는 의자에 앉으면 문 밖의 사무실은 신경도, 관심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회의를 거듭할수록 의욕이 있던 사람도 지쳐갑니다. 애써 혁신의 거창한 방법을 누군가가 강연도 하고 비싼 외주 프로그램을 써 보지만, 정작 회의만 하는 조직에는 이런 모든 노력들이 현실과 프로그램의 괴리만 확인하게 할 뿐입니다.


회의를 없앨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권력과 책임을 각 포스트별로 다 가려봐야 합니다. 그래서 권한과 책임 중 하나만 지나치게 몰려있거나, 간단한 작업을 여러 부서를 거쳐 돌아가거나, 중간에서 의사소통 역할만 하는 - 주로 관리자 - 자리가 없는지 알아야 합니다. 병렬구조의 권한 관계에서 한 조직의 경영자는 이것을 할 수 없습니다. 최고 경영자, 이사회 등에서 이것을 움직여야 근원적으로 해결됩니다. 하지만, 그들의 귀에 이것이 제대로 들어가는지 통로가 막히지 않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대기업의 비극입니다. 일하는 것도 몇 단계로 돌아가는데, 의사소통의 창구도 몇 단계 걸러져서 가장 듣기 좋고 변화가 없을 이야기만 귀에 들어갑니다. 회사 내의 언론은 그렇게 편집됩니다. 소위 실세들 손에서 진짜 들어야 할 이야기가 싹둑 조정 당합니다.


주중에 사무실에, 회의실에 회사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것을 오너가 기분 좋게, 마치 수험생 아들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 보듯이 하는 회사는 미래가 없습니다. 사업의 기회는 우리 안에서 생기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기회를 물어보고 실제 실행의 속도가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몇몇만 빠른 실행을 하고 있다면, 그들이 그릇된 방법을 쓰거나 아니면 특별히 부지런해서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지 절대 조직 전체의 속도라 볼 수 없습니다. 조직 모두가 속도가 올라가기 전엔 이런 구조적 모순은 여전히 유효하며 경영자의 가위질을 끝날 수 없습니다.




작가의 다른 콘텐츠


매거진의 이전글 관리직들의 카르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