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Apr 20. 2016

에티오피아 말라리아 퇴치 작전

측정 시스템의 실증적 예시

'측정'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경영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막상 잘 안되고 있는 것 중 하나입니다. 지난 몇 번의 아티클을 통해서 KPI에 대해 대략 다루었지만 측정을 토대로 어떻게 기본적인 전략이 실행되는지에 대해 실증적인 예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제 글 대부분은 사례와 도식화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측정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사례를 가지고 측정 시스템의 성공 전제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사례는 아래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에티오피아 보건소 시스템과 북부 나이지리아 소아마비 퇴치, 콜로라도 교사 피드백 시스템에 적용한 내용입니다. 물론, 게이츠 재단의 지원금이 부자 나라의 주요 연구소로 많이 흘러 간다는 것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저도 다소 걱정스러운 점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가장 필요한 곳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실제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그 자체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아래 월스트리트 저널에 빌 게이츠가 기고한 칼럼을 한 번 읽어 보시죠.



http://kr.wsj.com/posts/2013/01/29/빌게이츠-기고-가장-어려운-문제에-도전하다/


이 기고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가장 큰 변화는 UN이 지금까지 세운 주요 아젠다들은 실제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는데, 새천년 개발 계획 때 달라진 점은 최우선 과제를 선정하고 이것의 목표와 진척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었다는 것이겠습니다. 아래 나오는 주요 사례들은 세부적인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죠. 그 중에서 에티오피아 말라리아 퇴치에 대해 측정 시스템을 통해 해결한 내용은 다음과 같이 간단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전국민 1차 의료서비스 제공(말라리아 퇴치) 진척 상황


1. 말라리아에 가장 취약한 층은 '시골에 사는 아이들'이었다
2. 실태 파악을 해보려고 하니 에티오피아 시골지역의 아동 출생 및 사망률에 대한 공식 기록이 전무했다
3. 통계치를 파악하여 에티오피아 아동 5살 사망율은 1990년 80%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2015년까지 26%수준까지 낮추는 것을 2000년에 목표로 세웠다
4. 주요 지역부터 보건소를 세워 나갔다 (2013년 현재 1만5,000개가 넘는 보건소에 3만4,000여명의 의료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5. 보건소를 기점으로 주변 지역 각 가정에 말라리아 간염 예방을 위한 모기장과 변소가 있는지, 응급 처치 교육 등 기본적인 건강 및 안전 실습은 받았는지 등 보건 현황을 파악한다
6. 보건소는 지역 주민에 대한  정기검진 기록과 말라리아 홍역 예방접종을 한 정보가 전산에 입력되고 측정한다
7. 당국은 측정시스템을 통해 효과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보건소들을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8. 네트워크를 통해 전국 보건소들을 비교함으로써 상위 보건소의 사례를 확대시킨다
9. 2013년 사망율 40% 이하로 진척 중이다



아프리카는 제프리 삭스의 '빈곤의 종말'을 보면 기후의 영향으로 성장의 사다리에 올라갈 기본적인 아동 인구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풍토병을 앓고 있습니다. 게이츠 재단의 말라리아 퇴치 노력은 이 점에서 전제조건 하나를 크게 해결하고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일련의 흐름이 경영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를 파악하고 그것을 측정하고 목표를 세우고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피드백을 하고 우수 사례를 확산하는 방법이죠. 에티오피아의 문제는 우리가 어떤 상태이고 어디까지 와 있는지 기본적인 실태 파악도 안되고 있었던 것이고 그것을 누적하여 평가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도 없었다는 것이죠. 이것이 출발입니다. 물론 이전과는 다른 최고지도층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겠죠.


그런데 사실 앞선 말라리아 퇴치의 시작, 1번의 '시골에 사는 아이들'은 너무나 뻔한 집중 대상입니다. 말라리아에 가장 취약한 것은 아무래도 아이들이고 모기들이 많고 위생이 취약한 시골일 수 있겠죠. 이런 가설은 사회학적으로 인구학적 변화로 알 수 있는, 사실은 특별하지 않은 큰 흐름의 추세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예상하는 미래는 1년 전과 지금이 극적으로 다른 경우가 많이 없습니다. 1년간 사회 흐름을 읽고 국제 시장의 선제적인 변화 지표를 읽는다면 우리 작은 시장에 대해 모를 수가 없습니다. 결국 의지와 과업의 문제인 것이죠.


시골 아이들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없었던 것을 해결한 것은 보조적 단계에 가깝습니다. 타겟을 명확히 정하니 측정대상은 고민할 필요가 많이 없어지는 것이죠. 이같이 KPI 셋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진짜 실제 디테일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타겟의 니즈가 명확하면 그 자체가 KPI인 것이죠.


중요한 것은 실행을 했다는 것입니다. 큰 목표 - 문제를 충분히 해결했다고 생각되는 비전 - 를 사전에 세우고 어디라도 먼저 보건소를 세우고 피드백을 했다는 것이죠. 말라리아 감염의 루트를 파악하고 그 원인을 원천차단하고 그것을 기록하고 예방 활동을 한 것이죠. 이것은 실제 주민들의 생활을 보고 감염원인을 자세히 알아야 할 수 있는 대안입니다. 이런 디테일을 모른다면 단순히 방역만 하고 방역한 지역의 비중만 가지고 '우리는 충분한 활동을 했다'는 식으로 자랑할테니까요. 타겟인 주민들의 예방 접종 기록을 전산으로 헤드쿼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망을 갖추었다는 것도 큰 것입니다. 경영하는 컨텐츠, 채널, 사람에 대한 실적을 누적 관리하느냐 그것을 누가 어떻게 전체 공유하느냐는 오늘날 경영의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피드백의 결과는 학습과 의사결정으로 나타납니다. 우수 지역 보건소의 사례를 확산하고 그들의 우수 사례를 정리하여 타 지역의 보건소에 확산하는 한편 예방활동과 접종에서 효과가 약한 보건소는 원인을 분석하고 필요사항에 대해 조치를 취합니다. 기업 내에서도 우수 사례가 있으면 그것을 정리하고 타 지역에 맞는 방법으로 그 원리를 확산하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또 안되는 곳, 목표 달성이 어려운 곳은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지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무능한 리더는 위임을 가장하여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위 프로세스를 가만히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의 강력한 실행의지, 타겟을 명확히 정하는 것, 측정과 피드백을 통해 우수사례를 전파하고 부진사례는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다 없는 기업도 많고 의지만 있어서 몸만 피로한 기업도 있고, 측정과 피드백에 대해 헤드쿼터에서 관심이 없어서 일이 흘러가고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새로운 타겟만 정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물론 우수사례에 대한 공유도 없고 지역에 맞게 디테일을 알면서 적용하지도 않는 기업도 있습니다. 경영은 단순한데, 우리 경영이 아프리카 말라리아 잡는 것보다 어려운 일일까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작가의 다른 콘텐츠


매거진의 이전글 GSW 사례로 보는 브랜드 회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