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in 그림책 | 도서출판 생애
저는 동시와 그림책을 참 좋아합니다.
뭘 너무 좋아하면 더 궁금해지고 더 알고 싶어지잖아요.
동시를 그림으로 담아낸 그림책이 궁금해져 시작한 작업이 이 책의 첫 출발입니다.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선 먹는 이를 생각하며 정성껏 잘 길러낸 신선한 식재료를 구하는 것이 가장 우선입니다. 음식 맛의 8할은 식재료에서 비롯된다고 하니까요. 좋은 텍스트로서의 시 또한, 좋은 시 그림책이 되기 위한 주재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시 그림책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음식과 닮아있습니다. 채소는 채소대로, 육류는 육류대로, 생선은 생선대로 고유의 맛과 풍미를 잘 살려내기 위해 가장 적합한 요리 방법을 연구하는 요리사처럼, 동시는 동시대로, 시는 시대로, 노래는 노래대로, 언어라는 시 텍스트에서 구현된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건 그림 작가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대충 만든 요리에서 훌륭한 음식 맛을 기대할 수 없기에 선택한 식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은 선에서 재료 본연의 맛을 더욱 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수입니다. 또한, 값비싼 그릇에 올려진 화려한 플레이팅만으로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지는 않는지, 식재료만 믿고 그저 그런 음식을 내놓은 것은 아닌지 늘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겠지요. 시와 그림의 조화로움은 글과 그림의 관계에서 갖춰야 할 그림책의 미덕이기도 합니다.
반짝하고 제 눈에 들어온 시 그림책을 깊게 들여다보며 그 가운데 건져낸 생각들을 잘 말리고 다듬어 글을 썼습니다. 그 옆에 제 글과 곁들여 읽으면 좋을 동시집도 함께 놓았습니다. 어울리는 술이나 음료를 함께할 때 음식의 풍미를 더욱 끌어내듯, 시 그림책과 동시를 함께 즐기며 더욱 풍부한 맛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요리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줄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여러 시 그림책을 두고 이리저리 요리해 본 글들을 책 속에 가지런히 차려봅니다. 시를, 그림을, 책을 좋아하는(혹시 좋아하지 않더라도) 당신에게 제 책이 읽힐 순간을 생각하면 벌써 두근거립니다. 입맛에 맞을지, 너무 짜지 않은지, 너무 싱겁지 않은지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이미 제 요리는 완성되었고 식탁도 차려졌는걸요.
좋아하는 반찬부터 먼저 먹는 분이라면 읽고 싶은 부분을 먼저 찾아 읽어도 좋고요. 여유로운 식사를 즐겨하는 분이라면 차근차근 순서대로 읽어나가며 제가 건내는 시 그림책이 주는 맛을 천천히 음미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각각의 시 그림책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세상 속을 파고드는 따뜻한 온기, 맵고 쓴 인생에서도 기어코 찾아오는 달콤한 행복과 팡팡 터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화려하진 않아도 온 정성을 담아 차려낸 밥상으로 봐주시길요. 제 손으로 차린 글과, 또 글 속에서 맛본 시 그림책으로 당신 마음의 허기가 채워지기를. 언제든 먹어도 질리지 않고 먹고 나면 힘이 나는 집밥 같은 책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따뜻한 시 그림책의 곁에서
김 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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