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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Apr 10. 2017

오리엔테이션

첫 학기 시작을 앞둔 토마스 씨는 신입생으로서 다양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을 해야 했다.


1. 학과 오리엔테이션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것은 토마스 씨가 다니게  학과에서 박사 과정 신입생들을 위해 준비한 오리엔테이션이었다. 학과장을 비롯하여 이른바 학과  보직을 맡고 계신 교수님들과 대학원 코디네이터, 오피스에서 행정 업무를 보고 계신 스태프분들이 모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을 하셨다. 먼저 준비된 다과를 먹으면서 각자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고,  후에는 교수님들이 앞으로 이곳에서 우리가 경험하게  박사 과정 생활과 관련된 여러 가지 조언  경험담 같은 것들을 들려주셨다. 오리엔테이션 내내, 교수와 학생을 이른바 / 관계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박사과정 학생들을 수평적인 관계의 동료로서 대한다는 것이 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학과 규모가 다른 학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교수, 학생, 스태프들 모두가 이른바 가족적인 분위기로 친하게 지낸다는 점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2. 대학원 오리엔테이션

그다음은 학교 차원에서 준비한 대학원 과정 입학생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을 했다. 학교 안에 소속된 다양한 학과 및 전공의 모든 대학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보니, 일반적인 차원에서 앞으로 연구를 수행하면서 도움이 될만한 리소스 같은 것들에 대한 정보들을 주로 제공하는 자리였다. 예를 들면, 대학원 학생회 소개, 대학원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장학금 및 연구비에 대한 정보, 도서관 시설 및 자료 이용 정보, 학교 내에서 접속 및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정보 등을 얻을 수 있었다.


3. 외국인 학생 오리엔테이션

그다음 오리엔테이션은 외국 국적을 가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것이었다. 미국에는  대학들마다 외국인 유학생들만을 전담으로 관리하는 ISSS(Interantional Student and Scholar Service)라는 부서가 따로 있다. ISSS 비자와 관련된 I-20 발급  SSN 신청 서류 등의 행정적인 업무부터 시작해서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겪을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유학생들에게는 없어서는   아주 고마운 존재이다.


그러다 보니, ISSS에서 주관한 외국인 학생 오리엔테이션은 실생활에서  필요한 알짜배기 정보들을 제공해주는 자리였다. 예를 들면, 학교 주변의 맛집  마트들과 같은 정보부터 시작해서, 운전면허증을 어떻게 발급받는지(나는 이미 받았는데...), 아플 때는 어떻게 하는지, 위급상황 시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배울  있었다. 참고로, 미국 대학에는 자체적으로 경찰 조직을 갖고 있는데 (엄청난 양의 총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캠퍼스 안에서도 경찰들은 항상 총기를 들고 다님), 오리엔테이션에 학교 경찰관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비상시 행동 요령  비상 연락처 등을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여담이지만,   오리엔테이션 초반에 간단하게 올해 입학생들의 국적에 대한 도표를 보여주었는데, 인도 출신 유학생들의 숫자가 가장 많았다. 인도 학생들은 컴퓨터나 IT 관련 전공 석사 과정으로 들어온 경우가 대다수였는데, 이들 대부분은 졸업과 동시에 바로 미국  관련 분야 취직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반면 한국인 유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4. 티칭 오리엔테이션

마지막으로 참석한 오리엔테이션은 티칭(teaching) 관련된 것이었다. 학과 별로 차이는 있지만, 미국의 대학들은 박사 과정 학생들이  걱정 없이 공부를   있도록,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재정 지원은 장학금의 형태로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되기도 하지만, RA(Research Assistant, 연구 조교) TA(Teaching Assistant, 강의 조교) 같은 일정한 노동의 대가로서 펀딩이 제공되기도 한다. 내가 속한 경제학과의 경우, 대부분의 펀딩은 TA 통해 이루어지다 보니, 학비와 생활비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당장  학기부터 바로 티칭을 해야 했다. TA 해야 하는 티칭은 레시테이션(recitation)이라고 불리는 이른바 연습/보조 수업이었다. TA 레시테이션 시간 동안, 지난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다룬 내용들을 학생들에게 복습을 시켜주며 연습 문제 같은 것들을 같이 풀어주는 일을 하게 된다.


나는  학기부터 일주일에  4 반의 레시테이션을 진행해야 했다.  반의 정원이 25명이니 대략 매주 1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50분씩,   번의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줄곧 한국에서만 살았던 에게, 갑자기 미국 아이들 앞에서 영어로 50 동안 수업을 하라니... (그것도 일주일에  번이나..) 아무리 펀딩도 좋지만 외국인 학생에게까지 이런 티칭 부담을 지우는 것은 너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어쩌겠는가? 시키면 해야지...


다행히 학교에서도 다짜고짜 신입생들에게 바로 티칭을 하라고 시키진 않았다. 일단, 학과 차원에서 따로 티칭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며, 수업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강의는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학생들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등, 레시테이션과 관련된 A부터 Z까지를 매뉴얼북과 함께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이틀 일정으로 진행된, 학과 차원의 티칭 오리엔테이션에서 사용했던 자료들 - 매우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좋았음


학과와는 별도로, 학교 차원에서도 티칭 오리엔테이션을 따로 마련을 해주었다. 학과의 티칭 오리엔테이션이 아주 직접적인 레시테이션에 관한 '실전 가이드'를 제공해주었다면, 학교 차원의 티칭 오리엔테이션은 티칭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말하자면,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잘 가르칠 수 있는가?"가 핵심이었는데, 일주일 동안 20개가 넘는 강좌를 오픈해서 학생들이 직접 본인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수업을 선택하는 시스템이었다.


인상 깊었던 수업들을 몇 가지 소개해보면,

갑자기 학생이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당신 발음이 너무 이상해서 수업을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당신 때문에 나 이번 학기 망쳤어."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혹은 학생이 수업이 끝난 뒤 당신에게 다가와서 치근덕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혹은 학생이 수업 시간에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것을 봤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일종의 역할 놀이처럼 이러한 상황을 가정한 뒤, 한 명씩 앞에 나와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시뮬레이션해보는 강좌가 있었다. '아... 제발 저런 상황은 내게 벌어지지 않았으면'하고 봤던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진진했던 수업.

지금까지 외국에서 계속 살아온 당신. 이제 당신의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미국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업 시간에 당신은 과연 어떻게 당신을 그들에게 소개할 것이고, 학기 중에는 어떻게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있을 것인가? -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설된  강좌도 도움이 되었다. 사실 같은 외국인 학생이라고 해도, 유럽에서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능숙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살짝 주눅이 들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요구하는 일이다. 티칭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 스트레스 관리법  매주 정기적으로 열리는 명상 테라피에 관한 강좌도 좋았다. TA들의 스트레스도 깨알 같이 신경 써주는 이런 세심함아주 마음에 들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다양한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새로운 공간에   쉽게 적응할  있었다. 그리고 '... 이런 것까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아주 사소한 일들에 대해서도   앞서 챙겨주는 것을 보면서, 학교측의 그런 노력과 성의에 자연스레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한편, 그러는 사이 어느덧 첫 학기 시작이 훌쩍 코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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