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코난 꿈꾸던 소녀...
아무것도 모르고 막연히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어!"라는 마음만으로 동동대던 시절을 오랜만에 떠올려봤다. 그리고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손 내밀어 보기로 했다. 프로파일러를 꿈꾸는 이들을 가끔 만난다. 지인을 통해 연락해오는 경우가 많은데, 과거의 나 같다는 생각에 성심성의껏 답해주려 노력해왔다. 지인이 없는 경우에는 인터넷 검색이 전부일 텐데 내가 대학생이던 때까지만 해도 프로파일러가 되는 길을 친절하게 제시해주는 글은 만나지 못했었다. 여전히 현직자의 글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까. 다른 직업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은데, 우리 직업은 '심리학 대학원을 나와야 한다'는 정도의 대략적인 정보만 알려져 있다. 나도 그 정도만 알고 얼레벌레 대학원에 진학했었다.
왜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곰곰이 생각했다. '범인 찾기'에 흥미를 느낀 것은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다. 일주일에 천 원씩 용돈을 받았던 초등학생은 한 권에 삼백 원을 내고 <명탐정 코난>을 빌려 정주행 했다. 집 근처에 도서관이 생긴 뒤에는 추리소설 서가 앞에서 "여기 꽂힌 책을 다 읽고 말겠다"며 기세 등등하게 아가사 크리스티의 책을 집어 들었다. 고등학생 때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대학생 때는 결국 프로파일러가 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아직 명탐정 코난은 완결이 나지 않았고 아가사 크리스티의 책은 전부 읽지 못했지만, 나는 프로파일러가 되었다.
타인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모든 시도는 아름답다. 사람들이 모두 싫어하는 범죄자의 일생을 듣고 어쩌다 범죄에 이르게 되었는지 알게 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수사기관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에 심리학적으로 접근하여 사건 해결에 기여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감정에 취해 타인을 쉽게 단정 짓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한 인간으로서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짐에 감사하다.
누군가에게 프로파일러가 되어라 말아라 감히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고민을 하고 있거나 혼자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프로파일러 입직기> 연재를 시작한다. 글은 시간 순서에 따라 (1) 대학원 입학, (2) 석사과정, (3) 석사 졸업 후, (4) 입직 방법, (5) 입직 후로 흘러갈 예정이다. 개인적 경험에 국한된 내용이니 적절히 감안하시길 바란다.
(여러분의 반응은 글을 쓰는 연료가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