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폭우처럼 쏟아져 세상이 녹아내리는 날의 카페 창가가 좋아
서늘한 공기가 너울대는 풍경 안에서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
손과 손을 건너 아득히 흩어지는 진한 커피 향과 단내 속
기억나?
몇 년 만에 만난 서로의 얼굴을 어색하게
더듬으며 그림처럼 자리에 앉은 우리들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를 거슬러 가니
무지를 덮어쓴 첫인상엔 향취가 없었어
그래도 스쳐 지나가면 그만이었을지도 몰라
그런데도 기어코 쌓아 올린 단어와 문장들
훌쩍 커진 손으로 잡은 인연은
얇지만 많이 아프진 않은 끈을 잇는 법을 알아서
오히려 서로를 기다려 줄 수 있었나 봐
천진난만한 즐거움과 세월의 부담이 뒤엉킨 기이한 시간
숨길지언정 깊숙이 감출 필요는 없었던 마음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휘휘 저으면 사라지는 얼음 조각처럼
그렇게 딱딱한 것들이 호로록 들이켜지는 순간이 좋아
가족보단 한 걸음 뒤에서
연인보단 반보 앞서 찍힌 발자국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어느덧 우리의 발걸음이 비슷해지고 있단 걸 알았어
봐봐, 지금도
나와 같은 얼굴로 웃고 있잖아
기약 없는 다음을 약속해도 불안하지 않은 나를 닮은 너
그래서 우리가 짝꿍인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