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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민트 Jul 01. 2022

수영하기 무서워요

교육이란 이름의 학대


아픈 마음이다.

푸우의 꿈에 날개, 아니 지느러미를 달아주려고

수영 강습을 시작했는데. 오늘부로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두 달 동안 주 1회씩 총 8회 수업을 받았다.

ㅡ 물속 걷기

ㅡ 물 차기

ㅡ 음파 음파 호흡

ㅡ 옆으로 헤엄치기 (자유형 기본 동작)을 배웠다.


처음부터 군대식 분위기에

유아 교육적 감수성이나 상식이 전무해 보이는

강사에게 아이를 맡긴 게 편치 않았다.


그가 몸통 전체를 울려 큰소리로 아이들을 독려하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톤이 달랐다.




몇몇 심상치 않은 장면을 봤음에도 애써 부정하며

'오늘 좀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 보다'

정상 범주를 벗어난 궤도 이탈 순간을 목도하면서도

'실수할 수도 있지' 넘기려 했다. '물에 뜨고, 모든 영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때까지는 해야 한단 말이야!' 마음속에서 자꾸 고개를 들고 일어서는 반감을 찍어 누르면서.  



말이 없고 잘 따르는 아이였다. 단지 동작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게 혼내는 건 상식 밖의 일이었다.


안전에 관한 문제였거나, 수업에 피해를 끼치는 행위를 했다면 조금이나마 이해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아무 잘못도 한 게 없다.

단지 수영을 처음 배우는 아이였고, 부모가 그 자리에 없었을 뿐이다.


당연히 서투르고 실수할 수 있었다. 아이는 원래 실수를 통해 배우는 거다. 실수도 성공의 과정이다.


일부러 동작을 틀린 것도 아니고, 잘하려고 하는데 안 되는 걸. 혼낼 일인가.


해도해도 안되는  난처한 상황을 벗어나려고 안간힘 쓰고 있는 아이에게 '왜 그걸 못해' 고함치는 걸 보고 경악했다.

 



쩌렁쩌렁 울리는 파동이 유리벽 너머로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때 그 장면을 목격한 학부모는 나뿐이었고, 주위에는 해당 학원 대표와 부인이 있었다. 그 누구도 강사를 제지하거나 그 상황에 대해 내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푸우에게 물어보니 무서워서 (물 속에서) 갑자기 다리를 떨궜단다.


한 번은 그렇다 치자. 그런데 이런 유아 교육적 소양의 부재를 노출한 게 지금 두 번째다. 그리고 그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세 번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내가 그들에게 관대하면 할수록 애들이 다친다.


다 큰 성인이 이러면 개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건 인식과 철학의 문제라서 한 두 번 건의한다고 달라질 성질도 아니다.




상대가 강호동이었어도 그랬을까.

이건 그냥 강사가 만만한 애 잡아서 팬 거다.

자기보다 작고, 저항 능력 없고, 화내면 그저 흡수할 수밖에 없는 유아를 향한 폭력이기에 더욱 비열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폭력은 종종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된다.


일부러 '애를 잡아달라'는 부모도 있단다. 수영 실력을 빠르게 향상해달라는 주문과 함께.


무서워서 혼나지 않으려고, 코너에 몰려서, 극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쫓기듯 동작을 완성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건 교육이 아니라 사육이다. 요즘에는 수족관 물개도 그렇게 다루면 문제가 된다.


어느 부모가 자기 애를 학대해달라고 사주할까 싶지만

교육 명목으로 학대를 정당화하는 부모와 강사가 있기에 지금껏 관행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가능했던 게 아닌가.




'수영 쪽이 원래 그렇대요.'

혹여나 혼자 예민해서 잘못 판단한 걸까 봐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지인께 상황을 설명하고 의견을 구했다.

지인은 학대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런 교육 태도를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했다.

그렇게 키운 애들이 강하다고도 했다.     


부모 입장보다는 업계 종사자 입장에서 굉장히 방어적, 소극적 태도로 어딘지 모르게 그 강사를 두둔하고 있었다. 그를 더는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렇군요'하고 말았지만.

신체적 괴롭힘뿐아니라 방치하기, 무시하기, 감정적/정신적 괴롭힘 모두 학대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정서적 학대에 관대하다. 학대도 관행이라고 인정하고 보존하며 전수해야 하나.

잘못된 건 고쳐야지. 그리고 아름답고 바람직한 문화를 관행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냐고!   




수영계는 가학자들의 집단인가.

이게 정녕 학원 수영의 현실이라면

수영 교육 포기하련다.


아이가 충분히 자기 방어 능력을 갖추고 수영을 배워도 늦지 않다.


수영 가르치겠다고

인성 망치고 영혼 헤칠 텐가. 유아기- 세상을 알아가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는- 이 중요한 시기에 저런 비열한 어른, 결과를 위한다며 수시로 벌어지는 정서적 폭행, 그리고 그걸 관행이라고 두둔하는 저급한 문화 속에 아이를 두는 것이 무슨 유익이 있을까.


강하게 큰다고? 그건 운 좋게 잘된 케이스다.

교육을 운에 맡길 수 없거니와, 안된 케이스도 얼마든지 많다.


그 강사는 그냥 수영 강사가 아니다. 집-학교-학원을 오가는 단순한 아이 삶 반경에서는, 그 아이가 유일하게 접하는 대표적인 젊은 성인 남성일 수 있다. 그 아이는 평생 젊은 남성과 건강하게 관계 맺는데 어려움을 겪고, 심지어 청년이 되어 자신의 남성성조차 혐오할 수 있다. 이게 불가능한 일 같은가. 폭력 속에 생존하여 강하게 컸다 칭송받는 이가 있다면, 생존했지만 괴롭게 살거나, 생존에 실패하여 고통 속에 삶을 마감하는 이도 당연히 있다.  


이 글에서 언급하기 미안하지만, 이쯤 해서 정신과 전문의이자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의 인기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왜 그녀가 지금 세대를 초월하여 전례 없는 인기를 누리는지. 그만큼 이 사회에 내상 입은, 다치고 아픈 사람이 많다는 반증 아닌지.   


'80 데시벨'은 족히 넘을 파괴적인 고성에 갑자기 헤엄을 멈추고 물속에서 얼음이 되어버렸다. 그 아이.

'못한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작은 어깨로 견디며 물끄러미 강사를 바라보던 그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난 학원 체육에서 일어나는 모든 종류의 폭력에 반대하며, 폭력적인 강사와 그를 묵인하는 업체를 거부합니다.'라는 의사 표시로서 환불을 요청했다.


이러고저러고 말할 필요가 없다.

저런 류의 인간들에게는 환불보다 강한 항의가 없다.


돈이 빠져나가면 스스로 생각하는 게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아이가 마음에 걸린다. 지켜보는 학부모가 하나도 없으면 앞으로 그 아이 혼자 어떤 당할지.


그곳 대표도, 안내 직원도, 학원 관계자 누구도 그게 폭력이라는 인식이 없고, 있더라도 그 아이를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의지가 없었다.


학부모가 지켜보고 있어도 그랬는데.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없었으면 그 부당한 폭행의 대상은 가장 작은 유아인 내 아들 푸우였을지도 모른다.  




학부모 앞에서 아이를, 비록 내 아이는 아니지만, 그렇게 쥐 잡듯 하는 건 결코 예의가 아니다.

보는 내내 민망하고 모욕감을 느꼈다.


학부모는 수영 잘 가르치라고 원비를 냈다. 학대하라고 아이를 내준 게 아니다. 인내하며 반복 설명하는 건 그가 그만큼 비싼 원비를 받기 때문이다. 윽박질러서 순간 두려움으로 아이들을 기계처럼 움직여놓고 수영 가르쳤네 할 거였으면 그 돈 받지 말았어야 했다. 부디 교육했다 착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난 애처로운 그 아이 이름도 모른다. 푸우는 엄마가 현장에 있었기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지만.

말없이 창백하게 당하기만 했던 그 아이가 제 부모에게 얘기할까 모르겠다. 그 부모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할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   


그 아이 부모뿐 아니라 우연히라도 이 글을 보는 부모가 있다면

학원에서 아이가 어떤 처지에 있는지 한 번 살펴보고 챙기기 바란다.


끝으로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교육계에 만연한 모든 종류의 폭력에 반대한다.

교육 현장에서 교육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야만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할 것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UEFA 아동 보호 교육은 내 작은 노력의 일부이다.                       무료 교육이며 관심있는 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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