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등을 엘리베이터 벽에 딱 붙여 청소 수레와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런 내 노력이 무색하게도 이내 청소 용구와 휴지통이 턱 밑까지 다가왔다.
그러다 아주머니가 자세를 15도 탁 트니,휴지통 측면 청소솔이 내 다리에 아슬아슬 닿을 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변기 닦는 그 청소솔. 으악. 나갈 거야. 나갈 거라고.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이건 그냥 청소도구야. 집에도 있는 거고, 화장실 청소하면서 쓰잖아.' 물론 거의 눈에 안 띄게 두긴 하지만.
결벽증은 그냥 병이다. 실제 더럽건 그렇지 않건 내가 더럽다 여기면 못 견딘다.
'더럽다'는 인식은 비상 상황이다. 빨리 자리를 벗어나거나 응급 세척해야 한다. 깨끗하다고 느낄 때까지 난 완전 질색팔색 정색 혹은 경직 모드. 다른 사람이라 느낄 정도로 예민하고 까칠해진다.
1층. 드디어 청소부 아주머니가 수레를 움직이며 나가려 한다. 그런데 뒤뚱뒤뚱 무거워서 그런지 좀체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거리상 뒤에 있던 내가 돕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 난 거드는 척만 하고. 사실 내 몸에 코 푼 휴지 한 조각이라도 닿지 않을까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 사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수레를 밀거나, 바퀴가 바닥 틈에 끼었는지 보고 살짝 들어 올려줬다. 난 그렇게 청소 수레에 손 끝 하나 닿지 않고 엘베 탈출에 성공하나 했는데. 막판에 그만 지금껏 용케 균형 잡고 섰던 대걸레가 비틀대며 내 머리 위로 쓰러지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막대를 손으로 잡아 아주머니 쪽으로 분연히 넘기고서야 청소 수레와의 조우는 막을 내렸다. 내내 눈치 보던 아주머니는 엘리베이터 안 다른 사람에게 했듯 내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아니에요.'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청소 수레 피한 거 다 티 났을 거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만큼 유난 떤 사람은 없었다.
수레가 움직이지 않았을 때 다들 한 손씩 보태서빠져나가도록 도왔다. 심지어 그 깍쟁이 같은 여자 무리도 다. 물론 그들도 조심스럽긴 마찬가지였지만 나보다는 적극적이었다.
'닿더라도 나중에 씻으면 되지.
그땐 왜 이런 느긋한 마음을 갖지 못했을까.' 항상 하는 반성이다.
그녀가 본인을 더럽게 여겼다고 오해할까 무섭다. 아니에요. 그냥 제가 병이 있어요. 결벽병. 손짓 발짓 결코 닿지 않을 해명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