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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민트 Jul 14. 2022

우산이 뒤집혔다

휘거나 부러지거나


비바람이 거셌다.

푸우와 우산 쓰고 가다가 몇 번을

우산이 뒤집혀 애 먹었는지 모른다.


난 그래도 요령이 있어 바람 불면 우산을 이리저리 돌려 부러지지는 않는데

우산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푸우는 바람이 올 때마다

어쩔 줄 몰라하며 휘청이다 그만 우산을 부러뜨리고 말았다.

부러진 살 끝이 날카로워 하마터면 다칠 뻔했다.


'바람 미워!'

잔뜩 뿔이 난 푸우에게 뭐라 위로할 말이 없었다.

그저 '바람과 싸우지 말고 춤추려고 해 봐'했을 뿐이다.




작은 바람이야 우산 꼭 붙들고 다니면 그만이지만

큰 바람이 오면 유연하게 대응할 줄 알아야 한다.

우산으로 강한 바람에 맞서려 해서는 안된다.


가느다란 우산살이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거센 비바람을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타고 살짝살짝 움직인다.

바람 세기와 형태에 따라 빙글빙글 돌아야 할 때도 있.


혹 우산이 뒤집히더라도 몸을 돌려 바람을 역이용하형태는 곧 돌아온다.  




'사람이 휠 줄도 알아야지.'

무슨 맥락에서, 왜 그 말이 나왔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오직 그 메시지와 선생님 표정만 남아있다.


순간 역정 내듯 말씀하셔서 가슴에 꽤 오래 남아있었는데, 지금 보면 '사랑'이었다.


눈에 보이는 걸 그냥 속으로 삭이지 않고 입술을 열어 말해주셨다. 그것도 그냥 흘려듣지 못하게 화난 건가 싶을 만큼 강한 어조로 힘주어서. 그러니 지금도 잊지 않는다.




장마철 바람에 흔들리는 우산을 볼 때마다 생각난다.


'내가 또 쓸데없이 뻗대고 있는 건 아닌가.'

'너무 각을 세우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본다.


비바람 부는 날.

더는 내게 호통쳐줄 선생님은 없지만

문득 고개 돌리다 떠오르는 메시지가 있다.

그러고 보면 사랑은 만물에 서려있다.

내가 혼자라고 느낄 때조차.




휠 것인가 부러질 것인가.


강한 비바람 앞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둘 중에 하나다. 휘거나 부러지거나.


아무리 요령이 없다 해도

어리석게 비바람에 우산이 부러지도록 두는 이는 없을 것이다.


휠 때 휘더라도

버틸 때까지는 버티겠다는 사람이 있을는지 몰라도,


하지만 그 누구도

'휘느니 부러지겠다'고 버티지는 말았으면.


당신은 우산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존재이니


빙글빙글 수백 번 길에서 추더라도

끝내 부러지지 않기를 바란다


강한 것에 꼭 완력으로만 맞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아하게. 유쾌하게. 명랑하게 대응하는 것도 그 이상 강력한 방법이다.


삶이 내내 버티고 견디고 이겨야 하는 나날의 연속이라 해도 '항상 긴장하고 경계하고 찌푸려야 하는 건 아니'라고

'춤추며 즐기며 가볍게 흘려보낼 수도 있는 거'라고


모든 걸 품에 한껏 안고 다투지 않아도 된다'고.

그리고 '장마는 한 철'이라고.


우산이 춤추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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