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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민트 Jun 29. 2023

공립학교 다문화 아동

소수 인종으로서


푸우 아빠도, 누나도 프랑스에 있는 국제학교를 나왔다.

사정상 푸우는 내 나라에 살면서 공립학교 다니는데 이렇게 서러울 줄은 몰랐다. 어디 말할 도 없고. 소수가 이래서 힘든 거구나.


여느 다문화 가정 다중언어 환경 아동과 같이

푸우도 혼란과 불안을 느끼며 학교에 적응하고 있다.


한글 습득 속도가 더디다 보니 아무래도 전반적인 학업성취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겠다.




학교에서 한글이 힘든 아이들을 모아

일주일에 두 번 따로 교육한다고 했다


설마설마했는데

보기 좋게 푸우가 당첨됐다


조금 부침이 있었지만

곧잘 따라가는 거 같더니


오늘은 잔뜩 풀이 죽어서

나왔다


무슨 일 있었냐고 묻자

한글이 어려웠다고 그리고 선생님이 화났다고 했다




지금 학교 마친 게 몇 데 아직도 시무룩하니 줄곧 앉아있다. 지금까지 푸우 키우면서 이런 모습 보는 건 처음이다. 대체 애를 어떻게 잡아놨기에. 상상이 나래를 편다. 상상에는 이유가 있다.


아이가 옆에 있어 통화는 못하고 선생님께 긴긴 문자를 보냈다. '아이가 다문화 다중언어 환경이다 보니 초기에 느릴 수 있고 옆에서 잘 도와줘야 한다. 제가 잘 지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너무 애쓰지 말고 일찍 보내줘도 된다. 엄마로서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내용이었다.


5분 만에 답변이 왔는데 '어머니가 더 잘해주실 테니 그럼 수업을 마무리하겠다'였다.




수학시간에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다는데.

오늘도 눈물이 날 뻔한 걸 꾹 참았다는데.


이런 교사 때문에,

다문화 다중언어 아이를

내 나라 공립학교에 맡기는 건

아이의 건강한 성장과 안위를 보장할 수 없는

무책임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제 다문화 시대라던가.

의외로 공립학교 선생님들 중

다문화 다중언어 구사 아동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분들이 많다.


​본인 성장 과정에서 경험하지 못한 일이고

교직 생활하면서도 흔히 접하는 일은 아니다 보니

또 소수니까


​별로 알려고 하지 않고

줄곧 해오던 방식을 고집하다

안되니까 짜증 부리고 화를 폭발한 게 아닌가. 싶다.


무지와 무례에 할 말이 없다.




저녁 먹고 푸우 기분이 좀 나아졌나 보다.

모처럼 티브이 보며 웃는 소리가 거실에서 난다만


다문화고 뭐고

오늘은 정말

씁쓸하다


나.

내 나라

좋아하는데.


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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