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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민트 Aug 28. 2023

빌라동을 지나다

아이들이 있었다

이 동네에서

끌어모을 돈 죄다 끌어
어찌어찌 간신히 아파트 전셋집을 구했다
보기만 해도 심난한 끔찍한 빌라촌을 피했다

휴 다행이다
모처럼 한숨 돌리듯 드라이브하다
우연히 바득바득 외면하던
어느 빌라동 현관 출입구를 보고 말았다

가시같이 마른 두 남자아이가 걸어 나온다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사방으로 번진다
쓰러질 듯 위태로운 낡은 빌라동에
아이들이 있었다

뺨 맞은 듯 얼얼하다
괜찮은 건가
나만 아파트 살면
나만 안전하고 쾌적하면 다행인 건가

뜬금없이 세차장에 들렀다
새해 앞두고 묵은 때 벗기듯
별로 더럽지도 않은 차를
털고 씻고 닦았지만


아이들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이
지워지지는 않았다
꽃처럼 화사하게 빛나
빌라동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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