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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민트 Sep 16. 2023

[난중일기] 다 하게 되어있다

부모찬스 없는 부모


아이가 아프면

엄마는 손발이 묶인다


시댁찬스 친정찬스 없는 엄마는 더욱

모든 일상에 차질을 빚고 심리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스케줄을 변칙적으로 운영해나가야 한다


미루고 취소하느라 전화할 데도 많고

아이 스케줄뿐인가 내 스케줄 학교 학원 직장

칼같이 정확하고 똑 부러지던 완벽주의 여자는 어느새 깨갱

휴가란 휴가는 다 당겨 쓰며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 하고 다니는 면목없는 못난이 아줌마가 되어있다


나도 신뢰라는 게 있고

평판이란 게 있는데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아이가 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훌쩍대거나 콜록하기라도 하면

짜증이 올라온다


어쩌다 또 감기야..

그렇다 아이가 아프면 화부터 나는 못된 엄마이기도 하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못난이 맞다


도 학생이라 공부해야 하는데

운동도 해야 하는데

뭐 이리 떨어지는 게 많고 장 볼 게 많은지

빨래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돌리고 널고 개기를 몇 번을 반복해야 하는지.


밥시간은 왜 이리 빨리 돌아오는지

냉동식품 튀겨준 거 미안해서

신경 써서 감자라도 볶아놓으면 맛없다고 안 먹는대

빨래 이틀 전에 했고만 입을 옷 없다고 타박


내 시간을 희생하여 닦고 치우고 정리해도

아무도 고마운 줄 모르는 건지


있는 시간 없는 시간 다 털어 쓰는데도 하루가 모자라고

이 모든 난리는 고작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발버둥일 뿐

성과는 없다는 거


아. 이번달까지 카드 신청하고 동사무도도 가야 하네

프린터는 왜 갑자기 고장이람. 애 신발도 작아졌고. 폰 액정 깨진 것도 손봐야 하는데...



바깥일 하면 돈 벌고 대접받는다

24시간 턴온 상태로 출퇴근 시간 따로 없는 무급 노동에

시달리면서 어떻게든 경제활동도 병행해야 하는 엄마라는 역할은 대체


오전은 없어지고 오후는 사라지고 밤은 녹았다

겨우 한 조각 떼어 놓은 '내 볼 일'은 지워지기 일쑤

하루를 정리하는 마음이 착잡하나

다음날 일어나기 위해 애써 눈 감은 지 벌써 여러 날이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고

이 와중에 불평이라도 들으면

분노가 치민다



오늘 화냈다 험한 말도 나왔다

일관성 있게 자녀를 대하지 못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데


그렇다면  좋은 엄마 아닌가


향이 중요하다

학대하거나 무시하거나 강압적으로 하지 않고

존중하고 기다려주고 반복해서 설명하겠다방향으로 가고 있으면 방향이 바르고 분명하면


비록 지금 내가 완전하지 않다 해도

내 아이처럼 날마다 실수해도

좋은 엄마다


엄마도 성장한다

엄마로서 한 인간으로서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니



그래도 어떻게 다 하더라

나도 학업의 목적에 초점을 맞추고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면

완벽해야 한다는 그릇된 욕심이자 환상을

내려놓으면

당장 손발이 묶여있어도

할 수 있는 일하면서 기다리면

어떻게 다 아귀가 맞아 돌아가고

상황은 점차 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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