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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민트 Sep 14. 2023

사라짐과 남겨짐

되는데 안 되는 거

저기 갈비 맛있겠다

다음에 저기로 가자

했는데 그다음이 수백 번 와도

안된다


이제 부모님은 고혈압 고지혈증 약을 드신다



걷다가

노인양반들이 주로 찾는

양품점

알록달록 화사하면서도 과감한

빨간 원피스가 눈에 들어오는데

안된다


외할머니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다



짐 정리를 하다 보니

우리 푸우 아기 때 쓰던 보행기 커버

침대 장식물이 보인다

아기 냄새일까 세재 냄새와 섞인 푸근한 내

세월의 먼지가 내려앉은 향수 어린 내가 코끝에 닿지만

안된다


그 아기는 없고 더는 필요 없는 물건이 되었다




아기는 소년이 되어

지난 옷이며 물건들이 마치 허물처럼 남겨져있다


물품을 정리하려니

아기를 떠나보내는 기분이다


아기 옷은 아기 물건은

그 사라진 아기에 대한 증거물 같아


쉬이 버릴 수 없다

쓸모없지만 쓸모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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