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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민트 Sep 05. 2023

그가 불친절한 이유

내가 친절한 이유


오 년 전만 해도

거의 본능적으로

상대의 태도에 따라

내 태도가 결정되곤 했다


가령 까칠한 사람이다 싶으면

나도 똑같이 까칠하게 대하거나

어느 식당 주인이 험상궂으면

아예 그 장소에서 빠져나오는 식이다


그런데 이젠

어딜 가든

그가 거칠어 보이면

살기 힘들구나 싶어서

무조건 부드럽고 따스하게 대한다


그러면 99.9%는

그보다 더한 환대로 나를 맞아주더라


차갑고 저만 아는 사람들이 가득한 도시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친절하고 유쾌한 기적이 일어났다




정말 사람이 악해서

불친절 건 거의 못 봤다


타인에 대한 경계가 높거나

삶이 고통스럽거나

웃을 일이 없으니

긴장하고 불편한 마음이 기본값이 되고

그의 태도가 되어버린 거




상담가는 아니지만

진료실도 없지만

어디에서 누굴 만나든

조금이라도 잠시라도

우리는 서로를 치유할 수 있다


따로 시간을 낼 것도 없다

마주치는 모든 이들을

따뜻한 눈빛과 말로 대하면

그 눈빛과 말이 쌓이면

웬만한 사람은 살 수 있다고




왜인지 모르지만

조금 더 버텨봤으면 한다

'이유도 모르고 사라지고 싶지 않다'던 철학자 선생님 말씀이 떠오른다

나 또한 버팁시다라는 말을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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