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울민트 Sep 17. 2023

단식 퍼포먼스 감상

정치 얘기 아니다


티브이에서 한 유명 정치인이

단식투쟁이라는 푯말 아래

누워있는 걸 봤다


앙상한 팔을 드러내고

하얀 침구에 반듯하게 누운 꼴이

시신이나 다름없다


관망해 왔는저 이미지를 보니

어제오늘 하는 거 아닌가 사태의 심각성이 한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건가 싶고 조금씩 긴장된다

돌멩이줍기클럽 아트 퍼포먼스 (23.9.9)


밥을 굶는다

굶어 죽겠다는 말의 실행.


이토록 결연하고 처절한 의사표현이 또 있을까


대한제국시절 애국지사 자결이 떠오르기도 하고

저 사람이 정말 죽고 싶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행위 예술로도 보인다


벼랑 끝에 몰린

쥐어짜는 듯한 고통을

본인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거야 작품을 감상하는 자마다

수만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거고.


다만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 단식 퍼포먼스인 것은 확실하다


저 사람은 정치인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은가


돌멩이줍기클럽 아트 퍼포먼스 (23.9.9)

정치라는 게 광의적으로 해석하

우리 일상이기도 하다


나도 내 정견이 있다

하지만 정치 얘긴 하기 싫다


중도층도 아니지만

친일 매국노도 빨갱이 간첩도 아니기에


반대편에서 달려들어 물고 뜯으면 당해낼 맷집이 없어

저 정치인처럼 퍼포먼스도 못하지만 

일반인으로서 한낮 예술 감상조차 쓰기 망설여지지만


난 그의 행위가 명백한 예술로 보이기에

생명을 건 절박함의 표현이기에 더욱

봐주는 것이 공연자에 대한 최소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각도에 따라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같은 장소이지만 필터와 편집에 따라 색감과 가시영역이 다르다. 피사체는 빨강인가 파랑인가 아니면 보라인가. 돌멩이줍기클럽(23.9.9)

배우 이영애 님이 이승만 기념관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과도 있지만 공도 있으니

가급적 공을 보고 서로를 인정해 주면 어떻겠냐는 얘길 했단다


그 논리가 온전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정도 공감한다


언제까지 이 좁은 나라에서

동과 서 남과 북으로 갈라져 싸워야 하는지


수십 년간 똑같은 레퍼토리로

좁혀지지 않는 어마어마한 간극을 두고 끝 간 데 없이 다퉈야 하는 건지 


혐오 증오 적개심 분노를 드러내기보다는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 품위 있게 토론할 순 없는 건지


우리는 그런 능력이 없는 건지

그런 후진적 정치 행태와 문화가 국민 수준이 그 정도라는 바로미터인 건지


모르겠다


더 이상 우리 정치가

말하기 불편하고 껄끄러운 주제가 아니었으면


회개와 용서 이해와 사랑 조화의 길로

나아갔더라는


절망과 수치가 아닌

자랑과 희망의 이야기가 되기를


기도한다

돌멩이줍기클럽 아트 퍼포먼스. 마지막 관문 녹나무의 방.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누군가 미리 켜두었다. 쾌적하고 편안했다. 우리 정치에도 녹나무 방이 있다면(23.9.9)


미약한 나지만

당장 나부터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찾아볼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난중일기] 다 하게 되어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