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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지만은 않은 잡담
담배연기가 들어왔다
적당히 비겁해진
by
소울민트
May 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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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기다리며
이 한적한 마을 유일한 찻집에 들어왔다
아메리카노아이스가 당기는
꽤 더운 날씨이거늘
알바하는 어르신이 문을 활짝
열어두고 계셨다
아직 한 여름도 아니고
내가 겉옷을 벗으니 있을만해서
음료 주문하고 한쪽에 가만 앉았는데
코끝에 솔솔 와서 감기는 이것은
담배연기. 요즘 많이 없는 간접흡연을
공교롭게도 실내에서 경험하게 되었다
매장 바로 앞 테이블에서 한담 나누고 있는 젊은 남자들
손가락 마디에 걸친 담배 개비 그리고 팔 전체를 감은 문신
자리 옮기면서 어르신과 눈이 마주쳐
'담배 냄새나요'했지만 어르신은 빙긋 웃을 뿐
숨쉬기 곤란한 거북한 느낌에 안 되겠다 싶어
유난스레 마스크를 찾아 끼면서 생각했다
'내가 한 이십 년만 젊었어도
물불 안 가리고 싫은 티 팍팍 내고 들이박았겠지'
미친 여자라고 생각해서였는지
지금껏 단 한 번도 그런 일로 시비 붙은 적은 없지만
나이 탓인지 아는 게 더 많아 그런지
나도 참 적당히 비겁해졌구나
사람은 변한다
나도 변했듯이
손절 많이 하고 살았는데
애초 연결도 잘하지 않는데
사람은 변한다
아메리카노만 마시던 내가 트리플샷 에스프레소를 즐기듯
영원할 듯 그림을 새기고도
수년 후 문신 제거 수술을 받듯이
엄청난 고통과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돌이키는 일이 흔치 않은 일은 아니기에
사람은 변한다고.. 요.
오늘도 나지막이 되뇐다
지금 꽃사진 올린 거 맞지?그래도 카톡 프로필은 아니다.흑흑 자연스러운 변화는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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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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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 그만두고 나 자신으로 살자. 남에게 보이기 위한 꾸밈을 멈추고 본연의 아름다움을 회복하자. 그걸로 충분하다. 당신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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