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고 몸무게 얼마나 늘었어요?

맘카페에 가면 주수 상관없이 이 질문이 가장 많다

by 꽁치리

나 : J는 이제 출산 얼마 안 남았나? 좀 어떻대?

태호 : 힘들대. 특히 배가 많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좀 우울해 했대

나 : 에고 배 나오면 우울해지나..

태호 : 원래 살 쪄본 적이 없으니까 더 그런가봐


군살 하나 없던 J, 배가 많이 나온 J. 두 모습이 번갈아 떠올랐다. 그래, 충분히 우울해질 수 있겠다 싶다. 특히 배만 동그랗게 나오고 팔다리 길쭉 날씬한 연예인들 D라인 사진을 보고 있자면 더욱더. 임신해도 살 안 찌는 비결이 따로 있나 싶다.


그래서인가. 맘카페에도 유난히 '몸무게' 관련 글이 많다. 단, 이 글들의 재미 포인트는 살 안 찌는 비결 따위 없다는 거 너무 잘 아는 신생맘들의 귀여운 공모다.


20210407012852_bntvygql.jpeg 영화 '매드맥스'의 임산부처럼 배만 나오고 날씬한 모델핏 가능?



회원 수 300만이 훌쩍 넘는 인기 맘카페의 '주 수별 게시판'.


0주차부터 40주차까지 시기별로 총 10개 게시판이 있다. 각 게시판마다 신생맘들이 자주 올리는 이야깃 거리가 달라진다. 아기집 인증샷이 주로 올라오는 0~7주차, 입덧 에피소드를 나누느라 바쁜 8~11주차, 각종 신체 증상이 임신 탓인지 확인하는 12~15주차 등등.


이 모든 게시판에서 공통적으로 내내 등장하는 주제, '몸무게'. 몇 주인지 상관없이, 이제 막 엄마가 된 신생맘들은 "임신하고 몸무게 얼마나 느셨어요?"를 묻는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올라오는 질문인데도 늘 댓글이 많다.


글쓴이 : 저 이제 30주 됐는데 벌써 15kg쪘어요. 막달엔 물만 먹어도 찐다던데 걱정이에요. 이러다 앞자리 숫자 두 번 바뀔 것 같은데 어쩌죠? ㅠㅠ ㅋㅋㅋㅋ 다들 얼마나 찌셨나요?


댓글1 : 저는 이미 20kg 쪘어요ㅋㅋㅋㅋ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요. 모유수유 하면 쭉쭉 빠진대요!

댓글2 : 저도 15kg쪘어요ㅠㅠㅋ 입덧할 때 고생 많이 해서 전 오히려 잘 먹는 게 낫다 싶어요

댓글3 : 저는 원래 뚱뚱이었어서 조절 중이에요. 8kg 정도 쪘어요! 임신 중엔 스트레스 안 받는 게 더 중요하대요 과체중 아니셨으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잘 드세요~


곧 글쓴이는 댓글들에 "ㅋㅋㅋ 네 스트레스 안 받는 게 최고죠! 운동하면서 먹고 싶은 거 먹어야겠어요"라는 대댓글을 달 것이다.


보다보면 '답정너'라는 생각이 안 들 수 없다. 살은 쪘고, 신경은 쓰이지만, 임신 했으니 잘 먹어야 할 것 같고, 무엇보다 먹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고. 누가 나한테 '살쪄도 괜찮다고 말해줬으면' 하는 그런 마음. 투명하게 보이지만 모두들 이 귀여운 공모에 기꺼이 참여한다.


49918577702_a75ae524f5_c.jpg 임신 기간에도 몸무게는 신경 쓰인다



물론 J처럼 살찐 몸, 나온 배, 튼살을 보며 여자로서 내 인생은 끝난 것 같다며 우울함을 호소하는 글도 있다. 그런 글에도 다정하고 공감 가득한 댓글이 달린다.


댓글1 : 저도 임신하고 배, 허벅지, 가슴 전부 다 텄어요ㅠ 엄마 되는 게 쉽지 않네요.. 같이 힘내요!

댓글2 : 저 출산한 지 1년 지났는데 모유수유하니까 살 다 빠졌어요! 살 찐 거는 정말 걱정하지 마세요

댓글3 : 저는 출산하고 7년 지나도 튼살 남아있어요. 원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ㅋㅋㅋㅋ


반대로 37주차인데 5kg이 채 늘지 않아 걱정하는 나같은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입덧 때 살이 많이 빠진 뒤 임신 후기에 이르도록 체중이 회복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격려의 댓글이 오간다. 병원에 갔더니 아기는 문제 없이 잘 자라고 있더라며, 님도 아기 잘 크고 있으면 전혀 문제될 거 없다고 위로한다.


평생 '몸'에 대한 강박관념을 얼마 간이든 갖고 살아온 여성들이 죄책감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아마도 유일한 시기, 임신. 그런 임신 기간 중에도 문득문득 차오르는 죄책감과 자괴감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 맘카페. 신생맘들은 공감어린 반응, 괜찮다는 토닥임이 있는 이곳을 자꾸 찾을 수밖에 없다.


스크린샷 2021-09-02 오후 3.45.38.png 전문가가 말하는 임신 기간 몸무게 증가 권장 그래프



쪄도 걱정, 안 쪄도 걱정인 신생맘들에게 위로와 공감 외에 반드시 필요한 건 물론, 전문의의 조언이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임신 기간 몸무게 증가량은 7~12kg이다. 임신 전 저체중이었는지, 표준체중이었는지, 과체중이었는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과체중이었을 경우엔 7kg 이하로 늘어도 무리 없다는 뜻) 이 중 3~4kg은 아기 무게다. 임신 전보다 50%가 늘어난 혈액 무게, 양수 무게 등도 더해진다.


생각보다 임신 중에 늘어나야 할 엄마 체중은 그리 많지 않은 셈이다. 너무 많이 늘면 출산 때 힘들기도 하고, 임신중독증 등 질환 위험도 커진다.


하지만 건강에 무리갈 정도가 아니라면 반드시 저 정도로 몸무게를 관리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나처럼 5kg밖에 늘지 않았지만 아기도 나도 건강한 경우, 20kg이 쪘지만 별탈 없이 출산하고 체중 감량에 성공한 경우도 꽤 많다.


전문의가 주의를 줄 정도가 아니라면, 이 시기만큼은 평생 다이어트로 스트레스 받아온 여자들이 잠시 느슨해지는 것도 괜찮다 싶다. 서로의 몸무게에 대해 무조건 괜찮다고 토닥이는 모습도 좋아 보인다.


중요한 건 영양가 좋은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는 것. 내 몸무게가 7~12kg보다 적게 쪘든, 더 쪘든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의사의 조언을 듣는 것. 그리고


임신하고 변한 내 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내 몸은 지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위대한 업무를 수행하느라 몹시 바쁘고,

무조건 예뻐해줄 사람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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