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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치자고 꼬셔

배드민턴 정말 재밌는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 같이 치러 갈래요?

by 프롬나

나의 배드민턴 이야기를 하자면 2018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료했던 일상들을 보내다가 우연히 아는 동생이 배드민턴을 추천해줬다. 소모임 어플을 통해서 참석 신청을 하고 집 근처에 있는 체육 센터로 가면 된다고 했다. 내가 하는 운동이라고는 헬스와 달리기 밖에 몰랐고, 마침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던 시기라서 호기심을 가지고 배드민턴 모임에 가입을 했다.


나포함 친구 2명이서 모임에 가입을 했고, 심지어 차량 픽업까지 해줘서 인류애마저 느껴졌다.

잊고 있었는데,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배드민턴을 오랫동안 했던 경험이 있었다. 엄마의 배드민턴 라켓 중에 맘에 드는 라켓 한 자루와 편한 운동화, 운동복 차림으로 체육관에 도착했다.

별 생각 없이 배드민턴 라켓에 공을 맞추고 네트를 넘기면 되는 약수터 배드민턴을 생각했다. 처음에는 라켓에 공을 맞추는 것에 집중하면서 라켓을 휘둘렀고, 오래된 라켓의 그립이 삭아서 벗겨지면서 손바닥에 생채기를 내기 시작했고 그립이 피로 물든 것도 모르고 마지막까지 재밌게 공을 쳤다.


그렇게 한 달을 거의 주 5일 체육관에 가게 되었다. 입장료도 1800원으로 부담이 없었고, 콕 한통을 친구들과 나눠서 사서 콕을 맞추면서 네트만 넘겨도 온 세상이 우리의 세상인 것처럼 재밌었다. 심지어 착한 사람들이 게임까지 같이 해주니, 이보다 더 재밌는 운동은 없었다. 코트와 네트가 있고 4명의 사람만 있으면 작은 네모 안에서 이루어지는 구성원에 따라서 매번 다른 게임을 할 수 있는 게 너무 새롭고 재밌었다.


힘이 아주 센 사람의 공을 받아보기도 하고, 네트 앞에 잘 떨어뜨리는 공을 받아 보기도 하고, 공격과 수비의 움직임을 다양하게 습득하게 되었다. 게임을 하다 보니 점점 욕심이 생겼고, 더 잘하고 싶어졌다. 생각보다 자세를 만들어서 라켓에 공을 힘 있게 맞추고 네트에 가볍게, 멀리 보내는 방법이 무궁무진하게 많았고 제대로 된 스텝과 스윙, 스트록을 만들기는 내 운동신경이 많이 부족했다.

나에게 운동 DNA, 정확하게는 잘하고 싶은 승부욕이 숨어 있다는 것을 그때 발견했다.


배드민턴을 제대로 하려면 레슨을 배워야하고 레슨을 꾸준히 받으려면 배드민턴 클럽에 가입을 해야 한다는 권유를 듣게 되었다. 홀린 듯이 집 근처에 있는 클럽을 가입하게 되었다. 배드민턴 클럽은 학교마다 허가가 된 곳에 클럽을 만들 수 있었고,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동호인들이 모여서 대회도 나가고 친목을 다질 수 있었다. 막상 체육센터에서 천사 같은 분들이 4명만 모이면 게임을 할 수 있었던 환경과는 많이 달랐다. 배드민턴에는 A,B,C,D라는 급수가 존재 했고, 급수에 따라서 게임을 같이 할지 여부가 결정이 되었다. A조가 가장 잘하는 상위 그룹이었고, 내 위치는 D보다 못한 왕초보 였다. 게임 한번 하기는 별 따기보다 어려웠고, 묵묵히 레슨만 받고 집에 가는 날들이 많았다. 점점 클럽에 가는 것에 흥미를 잃게 되면서 레슨만을 위한 수단이 되었고, 배드민턴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모임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생각을 깊게 했더라면 초보자들이 많은 클럽에 가입을 하여서 제대로 된 레슨을 받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레슨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게임을 하다 보니 자세가 엉망이 되고 습관들이 고착화 되어서 더 고치기 힘들게 되었다.

배드민턴이 텃세가 심한 운동이라는 것에 좌절감을 느끼며 엄마와 배드민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렸을 때 배드민턴 대회 경기 영상을 TV로 보던 게 어렴풋이 기억이 났고, 배드민턴 경기방식도 몰랐던 나는, 엄마가 왜 저렇게 열광을 할까 이해를 하지 못했다. 지금 내가 운동을 하는 입장으로 다시 이야기를 들으니 그때는 몰랐던 배드민턴의 매력에 점점 빠지게 되었다. 엄마가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승급하던 순간들, 배드민턴에 임하게 되는 마음가짐까지 무용담처럼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엄마가 전설처럼 대단하게 느껴졌다.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경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행복 배드민턴을 열심히 하며, 어느새 친구들과 실력 차이도 점점 나기 시작했다. 운동에 관심도 많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던 나는 친구들 무리에서 나름 가장 잘하게 되었고, 점점 친구들은 실력 차이에서 오는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대거 이탈하게 되었다. 마침 코로나라는 상황에 운동하기에 가장 최악의 환경이 도래하게 되었고, 어느새 나는 혼자서 배드민턴을 치게 되었다. 고맙게도 주변에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서 나는 배드민턴을 놓지 않고 한 달에 한 두 번만 이라도 계속 할 수 있었고, 제대로 운동을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대로 운동을 하는 것은 여자 복식, 혼합 복식 파트너와 합을 맞춰서 여러 대회를 나가고, 내 실력을 평가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격변의 코로나 시대를 거쳐서 몇 년의 시간이 흘렀고, 여러 환경들을 이겨내고 드디어 다시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나는 2024년 여름부터 다시 클럽에 가입을 하고 운동을 하게 되었고, 매주 3회 배드민턴 레슨을 받고, 파트너를 구해서 운동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다시 제대로 운동을 하게 된 것이 꿈만 같았고, 무엇보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파트너와 여러 배드민턴 지인들이 생겨서 더이상 외롭지 않았고 든든했다. 직장인으로 열심히 하루를 보내다 집에만 가면 누워서 침대와 한 몸이 되는 것 보다는,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클럽에 가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게임을 하고 레슨을 받으며 활기차게 보내는 게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다.


배드민턴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내 자세가 좋아지고 운동 실력이 늘어서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잘 할 수 있는지의 성취감이 제일 컸다. 원래라면 다리가 안 움직이고 너무 느려서 공을 받지 못하던 것을 하나라도 더 받고, 상대방과 한번이라도 싸워서 이겨내면 그 성취감이 정말 엄청나게 크게 느껴졌다.




열심히 운동에 심취해 있다가 점점 대회 시즌이 다가왔다. 원래라면 가을에 가장 대회가 많았는데, 전국체전에 밀려서 대회들을 여름에 모두 앞당겨서 진행하게 되었다. 대회를 나가는 것도 처음인데, 한여름에 대회를 하려니 걱정이 앞섰다. 내가 원해서 대회를 나간 것도 있었지만, 대회를 진행하는 지인들의 권유로 나는 고정 멤버로 매번 참가를 하게 되었다. 5월 말부터 시작한 대회를 2주에 한번 꼴로 계속 나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 떨려서 심장이 밖에 튀어나올 것 같고 서브 하는 손을 덜덜 떨어서 콕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당연히 원래 하던 실력은 전혀 나오지 못했고, 배드민턴 라켓 줄이 끊어졌는데도 경기를 하기도 했다.

자신의 실력이 제일 중요하기도 했지만, 대회를 이끌어 나가는 상황 판단력과 환경에 맞춰서 민첩하게 적응하는 순발력도 필요했다. 대회를 거듭할수록 긴장감도 줄어들었고, 경기를 이끌어가는 판단력도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한여름 더위와의 싸움이었다. 폭염으로 가만히 있기만 해도 힘든데, 심지어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경기장에서 게임을 하는 게 정말 죽을 맛이었다. 온몸은 이미 땀에 푹 절어있었고, 얼굴과 두피에서 나오는 땀으로 눈앞이 가려져 경기 중에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도 소용이 없었다. 팔에 땀이 흘러내려 라켓 그립을 잡을 때마다 미끈거렸고, 경기하는 코트 위에는 땀방울들이 흘러져서 걸레로 닦아가며 진행을 해야 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경기장에서 게임을 할 때마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게임을 끝날 때까지 버티고 스스로 이겨내야 했다.


습기가 가득한 경기장은 흡사 어항으로 변해있었고, 내가 숨 쉬는 게 폐로 숨을 쉬는지 아가미로 숨을 쉬는지 분간이 힘들었다. 파트너의 체력도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해서 서로 컨디션을 챙기며 격려를 해줬다.


경기 중간에 땀을 흘린 만큼 물을 마시며 수분을 보충했고, 경기를 할 때 흘린 땀방울만큼 파트너와의 전우애는 점점 더 쌓이기 시작했다.


나는 재밌어서 배드민턴을 치는데, 주말이 어느새 배드민턴으로만 채워지고 대회의 승패 여부에 연연하다보니 마음이 지쳐서 힘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먼 훗날 내가 할머니가 되어서도 배드민턴을 행복하게 즐기면서 운동할 생각을 하며,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니 모든 게 편해졌다. 파트너와 경기를 이기든 지든 함께 그 경기를 치러 내고 부족한 부분을 같이 연구하고, 잘한 부분을 칭찬해가면서 서로를 북돋아주는 게 정말 큰 힘이 되었다.


배드민턴이라는 운동은 정말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실력이 아주 더디게 올라간다. 경기를 하면서 상대방의 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한 걸음이 모자라서 내가 조금 느려서 생각보다 허탈하게 경기를 끝나고 나올 때가 훨씬 많다. 하지만 한 번씩 레슨 배웠던 방법으로 원하는 플레이를 해서 득점을 하는 순간만큼은 아주 짜릿하고 날아갈듯이 기분이 좋다.

그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배드민턴을 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5월부터 시작한 대회는 7월 말이 되어야 끝이 났고, 나의 주말은 모두 배드민턴에 반납을 해야 했다. 배드민턴을 하지 않는 친구들은 내가 선수로 생활을 하는지 왜 그리 열심히 하냐며 놀라워하기도 했다. 어쩌다보니 반 체육인이 되어 있었고, 어느새 나는 배드민턴을 하지 않으면 허전한 일상이 되어져버렸다. 잘못된 자세와 운동 부족으로 내 오른쪽 팔에 엘보는 만성으로 항상 함께 하고 있고, 왼쪽 무릎은 아침마다 아프고 시큰거린다. 처음에는 관절이 아픈 것이 너무 걱정되고 운동을 계속 해야 하나 걱정도 되었지만, 주변에 사람들을 보면 다들 그 아픔을 이겨내고 운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나 또한 그들처럼 아픈 것을 참고 이겨내며 운동하는 기쁨이 더 크기 때문에 운동을 계속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내 관절이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앞으로 나의 배드민턴 생활을 위해서 최대한 아끼고 관리하며 사용할 예정이다.


앞으로 나의 배드민턴 취미생활은 어떻게 될까? 이렇게 열심히 해서 내가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단편적으로는 A조로 승급 하며 내 실력을 올리는 게 목표 일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가장 배드민턴을 하고 싶은 이유는 나의 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채워 넣어준 것이 가장 컸다.


똑같은 일상에 지쳐 갈 때쯤 성취감을 느끼는 것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배드민턴은 나에게 아주 달콤한 비타민 같은 존재였다. 비타민을 너무 많이 먹으면 탈이 나고 적당히 잘 섭취하면 일상을 살아가는데 부스터 역할을 한다.

나에게 배드민턴도 비타민처럼 적당히 내 일상에 부스터 역할을 하여서 더 밀도 있는 취미생활로 채워 나가고 싶다.


앞으로도 나는 배드민턴을 즐겁고 행복하게, 다치지 않고 오래도록 즐기고 싶다.


배드민턴 정말 재밌는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 같이 치러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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