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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나 Oct 01. 2018

우리 집을 찾아라

운명 같은 만남을 기대하며~


캘리포니아 이 넓은 땅덩어리에서 우리가 살 집은 과연 어디가 될 것인가?


우리가 캘리포니아로 이사한 날짜는 2016년 11월의 마지막 날. 남편이 2017년 새해부터 일을 시작하기로 하였으니 우리에겐 한 달이라는 여유 시간이 있었다. 가장 급하고도 중요한 미션은 살 집 구하기! 그때까지 호텔 신세를 질 각오를 했는데, 감사하게도 남편 회사 사장님이 자신의 집에서 머물면서 알아보라고 제안해 주셨다. 마침 한국 출장으로 집을 비우신 절묘한 타이밍에 우리가 도착한 것이었다. 사장님 댁은 오렌지 카운티에서도 살기 좋기로 소문난 얼바인(Irvine)에 위치한 콘도 스타일의 새 집. 마치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 팍팍 드는 이곳에 우선 짐을 풀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집을 보러 다닐 시간이었다.


캘리포니아의 드넓은 면적만큼 자유로운 선택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었다. 우선은 남편 회사와 그리 멀지 않은 지역 안에서 아이들 학교를 고려하여 살펴보기로 했다. 뉴욕에서 한국 사람과 중국 사람이 많고 경쟁도 제법 치열한 학교를 경험하고 왔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너무 많지도, 그렇다고 아주 적지도 않은 곳을 원했다. 또한 동네가 안전하고 조용하고 깨끗하며 편리한 곳이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사실 떠나오기 전부터 부동산 모바일 앱인 Trulia, Zillow 등으로 렌트 매물을 열심히 검색했고, 마음에 드는 후보들도 몇 군데 찜해 놓았다. 만일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부동산 중개인을 끼고서 집을 알아볼 작정이었다. 뉴욕에서는 세입자가 한 달치 정도의 렌트비를 중개료로 내야 하는 데 반해서 캘리포니아에서는 집주인이 중개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세입자는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는 아주 좋은 장점이 있었다. 이렇게 여러 방법들이 있으니 어떻게든 집은 빨리 구해지겠지, 하는 핑크빛 기대가 절로 앞설 수밖에.


우선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찍었던 사이프레스 지역의 타운하우스 집을 둘러보았다. 남편도 아이도 모두 좋다고 하여 "Okay! 이 집으로~" 마음을 정한 뒤 주인에게 렌트 신청서를 냈다. 그런데 어랏, 얼마 후 거절 통보가 날아오는 게 아닌가. 아무래도 우리에게 개가 있다는 게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도 우리의 불운은 계속되었다. 애완견을 받아주는 집도 많지 않은 데다가 마음에 드는 집에 신청서를 내도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었다. 또각또각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마땅한 집이 구해지지 않자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방학이 아닌 상태에서 이사를 왔기 때문에 새 학교가 정해지지 않으면 계속 결석 상태가 되는 것이었다.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오긴 했지만, 매일마다 자동으로 걸려오는 "Your child is absent"라고 녹음된 전화를 듣노라니 심적인 부담이 커져 갔다.


그렇게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고 두 주째로 접어들자 뉴욕의 큰아이 중학교에서 진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직까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어쩌냐, 빨리 근처 아무 학교나 아이를 보내라는 독촉 전화였다. Oh, No... 알았다고 전화를 끊었지만 주소가 없는데 어떻게 학교를 정할 수 있겠는가... 이제 내 마음은 더욱 급해져 버렸다. 제발 집이여 구해져라 하던 그때에, 한 줄기 빛이 비쳤다. 애완견을 받아주는 대신에 별도의 돈을 더 내야 했지만, 그래도 우리를 환영해 주는 아파트를 만나게 된 것이다. 공사 중이라며 집을 보여주지 않아서 모델 하우스의 방만 볼 수 있었기에 다소 찜찜한 마음이 들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선 가계약으로 100불을 걸고 12월 말에 들어가기로 사인을 했다. 이렇게 급했던 불을 끄게 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사실 내게는 소원이 하나 있었다. 좋은 교회를 만나는 것과, 그 교회 가까이 살고 싶다는 것. 하지만 어느 교회를 갈지도 정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집 구하는 데 있어서 전혀 고려사항이 되지는 못했다. 그렇게 사이프레스의 아파트로 들어가나 싶었는데, 돌아오는 주일날 얼바인에 있는 어느 교회를 지인 추천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예배를 드리는 동안 마음에 기쁨과 감동이 있었다. 그러자 이 교회에 다니고 싶고, 이곳에 살고 싶다는 소원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사실 얼바인이란 도시는 우리의 희망사항을 충족하는, 지낼수록 매력적인 곳이었다. 그럼에도 이곳을 주거지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남편 회사와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남편 왈, 자기는 출퇴근할 수 있으니 이곳에 집이 있는지 한번 알아보자는 것이 아닌가. 새로운 섬광이 번뜩 비추었다.


그때부터 바로 모바일 앱을 통해 집을 검색하는 동시에 부동산 중개인에게 연락을 해서 우리의 조건에 해당하는 집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이곳에는 한쪽 또는 양쪽 벽들이 붙어 있는 타운하우스들이 많았다. 단독 하우스는 우리의 예산을 초과하고 아파트는 층간 소음이 걱정되었기에 적당한 가격의 타운하우스가 우리에겐 딱이었다. 여러 집들을 둘러보는 사이에 어느 한 집이 마음에 들어왔다. 다소 오래된 2층짜리 타운하우스였는데, 애완견은 별도의 비용 없이 받아주고, 카펫이 아닌 마룻바닥이며, 방 크기도 적당하고, 작은 뒷마당도 있어서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고 빨래도 실컷 널 수 있는 집. 본 집 중에서 제일 마음이 끌려서 중개인을 통해 바로 신청서를 냈는데, 그날 저녁에 바로 Okay! 전화가 오는 게 아닌가. 너무나 기쁘고 감사했다. 될 집은 이렇게 빨리 되는구나 싶었다. 가계약했던 사이프레스 아파트와는 미련없이 예약금을 버리고 기꺼이 안녕을 고했다. 이제 우리의 진짜 살 집은 새로이 정해졌다. 궤도를 수정하여 얼바인으로!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될 삶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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