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럽고 상식 밖인 나의 털뭉치 스승
나에게는 작고 귀여운 삶의 동반자가 있다. 7kg의 복슬복슬하고 부드러운 털을 지닌 강아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 녀석은 내가 30대 끝자락에 있던 시절 내게로 왔다. 그 녀석을 혼자 두고 나가는 게 안쓰러웠던 나는 외출 시 종종 그 녀석을 안고 다녔다. 하지만 1kg 정도의, 솜뭉치같이 작고 깃털같이 가볍던 그 녀석은 가소롭게도 아주 겁이 없었다. 내게 안겨있는 것이 싫다는 듯 언제나 바둥거리며 뛰어내리려고 했다. 어찌나 온 힘을 다해 바둥거리던지 몇 번은 정말 떨어뜨릴 뻔했다. 그러던 그 녀석이 이제는 수시로 내게 와락 안기고 누워있는 내 머리 위에 폭신한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는 사랑둥이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 사랑둥이의 외모는 과연 어떠할까? 엄마 표현을 빌리자면 검은콩 3개가 얼굴에 박혀 있다. 까만 눈 두 개는 긴 속눈썹 밑에서 늘 총명하게 빛이 나고, 윤기를 머금은 검정 코는 항상 촉촉하게 젖어 있다. 털은 아주 부드럽고 풍성하며 인절미 색이다. 아기 시절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 등록을 할 때, 수의사 선생님이 이 녀석의 털색을 '흰색'이라고 적어 깜짝 놀랐다. 도대체 왜 흰색이라고 적는 거지? 몇 번을 봐도 내 눈에는 인절미 색인데! 베이지 빛이 감도는 연한 콩가루 색 말이다.
또 수의사 선생님의 권한으로 녀석의 반려동물 등록서상 공식적인 품종명은 푸들이 되었지만, 이 녀석은 푸들과 말티즈가 섞인 말티푸이다. (처음 데려올 때 말티푸라고 했다.) 하지만 그 후에 다시 물어봤을 때도 수의사 선생님은 단호하고 명쾌한 어조로 "푸들입니다!"라고 말했다. 출생의 비밀이 생기는 순간이다. 정작 이 녀석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은 '비숑이죠?'이고, 그다음으로는 '말티푸죠?'이다. 풍성하고 보드라운 콩가루 빛 털의 소유견이지만, 보호자인 내가 어설프게 미용해 준 덕분에 종종
"어머, 양 같아."라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조차 녀석의 귀여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한마디를 더 한다.
"근데 너무 귀엽다."
위에서 기술했듯 이 녀석은 애교 많고, 생김새도 귀여운 사랑둥이 그 자체이다. 하지만 이 녀석의 가장 큰 장점은 내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점이다.
예를 들면 산책 시 신랑에게 맡겨두고 나는 잠시 화장실에 손 닦으러 갔다가 30초 만에 돌아오든, 분리수거를 위해 집 앞에 나갔다가 몇 분 만에 돌아오든, 몇 시간을 외출했다가 돌아오든 언제나 똑같은 강도로 빙글빙글 돌고 우다다다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전력질주하며 반가움을 표현한다. 마치 수십 년간 헤어졌다가 만난 이산가족처럼 말이다.
30초 전에 봤는데 그렇게 반갑다고? 이렇게 내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며 문득 나는 삶의 지혜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이 녀석에게서 배운 삶의 지혜들에 관해 써보려고 한다.